눈물이 주룩주룩
요시다 노리코.요시다 다카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 경고 ※

이 글엔 약간의 내용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책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그걸 스포일러라고 부르기까진 좀 민망한 수준이지만 말이죠; ^ ^;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일본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가 주연한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이 얼마전 개봉했다. 영화는 보지 않은채 원작을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뭐랄까.. 책의 무게에 비례하는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반양장 페이퍼백인 만큼 정말 가벼운 이 책은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멜로다. 제목만 보고 혹시 버스에서 읽다가 눈물을 쏟아내어 난감한 상황에 처하진 않을까 내심 불안했는데 웬 걸! 그건 기우였다. 책 제목은 <눈물이 주룩주룩>인데 도대체 어느 타이밍에서 눈물을 흘려야 할 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조금 슬퍼지려나, 이제 좀 울게 되려나~ 생각하니 이야기가 끝나버렸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너무나도 허술하게..

이 책의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하자면 '일본판 가을동화'다. 이복 남매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연인은 될 수 없는 상황 설정과 어느 쪽으로든 마무리가 쉽지 않았던지 마지막엔 불치병으로 마무리해주는 센스~!까지 어찌도 그리 똑같은지. 할 말이 없다, 그 상투성에(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표절이라든지 그런 얘기가 아니다. 설정이 너무 식상하다는 이야기다. 오해마시라!). <가을동화>랑 다른 점이 있다면 부모의 재혼으로 형성된 남매인 까닭에 처음부터 진짜 남매가 아닌 사실을 알고 있었고, 숨겨왔던 서로의 감정을 쌍방향으로 확인할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애매한 여운을 남기며 끝난다는 점이다.


요타로는 갑작스런 엄마의 재혼으로 가오루라는 여동생이 생긴다. 그리고 네 가족의 짧지만 단란한 생활이 이어진다. 그러나 곧 무책임한 자유주의자 아버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두 남매를 위해 뼈빠지게 일하던 엄마는 어느날 눈을 감는다. 둘만 남겨진 남매는 외할머니를 찾아 작은 섬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나름 행복한 유년생활을 보낸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본섬으로 나온 요타로는 학교를 중퇴하고 자신의 가게를 내겠다는 꿈을 향해 열심히 일하고 그 와중에 연상의 의대생 애인도 생긴다. 세월이 흘러 가오루도 고등학교를 본섬으로 진학하면서 요타로와 함께 지내게 되고 일련의 사건들이 지나가면서 서로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당혹스러워한다.

<눈물이 주룩주룩>의 작가는 너무 친절하다.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대사나 상황을 통해 표현하기 보다 직접 독자들에게 알려주길 즐긴다. 그래서 대사보다 지문이 더 많다. 그러나 너무 친절한 작가는 재미없다. 또한 전체적 구성이 무척 단순하고 사건의 전개가 단조롭다. 사회적 신분의 차이로 갈등하는 연인의 모습이나 어느 순간 불치병으로 갑자기 끝을 내어버리는 수법은 상투적이다. 무엇보다 그 죽음엔 합당한 이유도 없다. 그냥 불치병인 것이다. 갑자기 죽어버려도 더이상 토를 달 수가 없는 그런 병. 주로 우리나라 드라마가 애용하는 설정이다. 어린날 절벽에서의 새벽과 크리스마스날 밤에 위급한 상황에 처한 가오루를 찾아내 흑기사가 되어주는 요타로의 풀리지 않는 신비한(?) 능력처럼 그냥 인정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다. 문체 또한 단순해서 작가만의 어떤 매력을 찾기가 힘들었다.


<눈물이 주룩주룩>은 <태양의 노래>나 <천국의 책방>처럼 책보단 차라리 영화를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순애보를 사랑하는 일본이라고는 하나 이렇게 상투적이고 단순하며 신파적인 소설에 열광하는 까닭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세 작품 모두 별로였던 터라 영화화된 원작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앞으론 일본 영화로 만들어진 원작은 안 읽을까 보다. -_-;; (그러나~ 펑펑~ 울면서 읽었던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나 실실 쪼개며 책장을 넘겼던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는 영화로 만들어졌으나 원작 또한 꽤 재미있었다!)

아름다운 영상이나 배우들을 빼곤 상투적 신파멜로의 절정을 달렸던 드라마 <가을동화>와 이 책 <눈물이 주룩주룩>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가을동화>를 선택하련다. 고백도 못해보고 죽어버리는 것보다는 그래도 사랑의 도피 행각이라도 저질러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그 사람의 품에서 죽는 편이 백배는 낫지 않겠는가. 간만에 눈물이나 실컷 흘리려고 읽었던 소설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아쉬움만 한가득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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