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 삼국지 - 말을 넘어서는 설득의 미학
김기홍 지음 / 부표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아무리 문학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일지라도 '나관중의 삼국지(정확히는 삼국지연의)'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불어 삼국지의 스타 -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제갈공명 등 또한 <삼국지>와 함께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다.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읽히며 고전으로 불리고 있는 삼국지는, 자신만의 특징을 갖고 있는 다양한 캐릭터와 그들이 펼치는 여러가지 싸움 등의 읽을 거리와 더불어 혼란기였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난세를 살아가는 지혜들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이 점이 삼국지가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나오는 말은 각기 다르다. 또한 말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번지르르한 겉모습과 달리 툭하면 거친 말을 쏟아내는 사람이나, 반대로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논리를 갖춰 겸허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을 보면 그의 말이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말은 글과 달라 한 번 뱉어내면 다시 주워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하는 법이다.말 한 마디로 천냥빚 갚는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같은 속담들은 말의 그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 <설전 삼국지>는 이러한 '말'의 중요성과 그 방법을 <삼국지>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각각의 지방 영주들이 서로 자기들의 세력을 확장하며 난립하던 어지러운 시대에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장면에 주목하여 그들의 대화와 협상, 설득의 방법을 분석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을 제시한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선 어떤 점을 파악해야 하며, 각각의 상황에 따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고, 때론 어떻게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지를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의 말을 통해 찾아낸다.

이 책의 저자도 인정하듯이, 삼국지에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우월함을 뽐내고 있지만 '말'에 관한한 제갈공명을 따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뛰어난 지략가임과 동시에 훌륭한 협상가였다.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말로써 상대방을 요리하는 그의 솜씨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래서 이 책의 많은 부분을 공명에게 할애하고 있는데 읽다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이 든다. 말들로 상대를 설득하는 제갈공명보다 더 뛰어난 설득가를 삼국지에서 찾기 힘든 까닭이다.

 

황석영의 <삼국지>를 교과서 삼아 그 책에서 많은 부분의 대화를 인용해오는 이 책은 <삼국지>를 대화와 설득의 관점에서 새롭게 보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예전엔 줄거리 중심으로 읽느라 놓쳤던 대화의 묘미를 <설전 삼국지>를 통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삼국지'를 새로 다 읽은 포만감이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삼국지를 읽지 않은 독자에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저자가 삼국지 인물들의 벌이는 대화의 향연에서 필요한 부분을 인용해 다시 재해석해주고 있기 때문에 삼국지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놓치지 않고 읽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삼국지에서 벌어지는 전반적인 사건들의 줄거리를 알고 본다면 당근~ 더 좋은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ㅎㅎ

<설전 삼국지>는 1부에선 말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 2부는 본격적인 삼국지의 설전장면들을, 3부는 말도 바꾸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삼국지>를 통해 알아본다. 그리고 마지막 4부 보론에서 저자는 친절하게도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협상과 설득의 기술에 대해 정리를 해준다. 저자가 알려주는 노하우를 끝까지 다 읽었다면 이제 실천은 독자의 몫인 셈이다.  

<삼국지>를 설득과 협상의 관점에서 새롭게 본 <설전 삼국지>. 삼국지를 다시 보는 재미와 그들이 펼치는 현란한 대화의 향연 속에 다시 빠져보자. 어느 순간 그들의 대화와 설득의 방법이 눈에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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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5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빛속에 2007-03-2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ㄷㅎ님!
오! 알라딘까지 진출한 거예요? ㅋ 여기저기서 만나니 더 반갑다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