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 (양장)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로마.하면 지중해를 제패한 대제국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더불어 콜로세움과 검투사, 폭군 네로, 그리스ㆍ로마 신화, 기독교 박해 등도 함께 연상된다. 정복으로 넓힌 대제국을 그토록 오랜 기간 유지하며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로마인들의 경영방법에는 그들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이런 의문점에서 출발한다.

큼지막한 크기의 양장본에 400쪽에 달하는 두툼한 두께를 갖고 있는 이 책은 그 첫인상과 달리 그리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다. 눈의 압박을 덜어주는 큼지막한 글자와 깔끔하고 세련된 편집과 구성, 중간중간 곁들여 놓은 사진과 보충설명 등으로 독자에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더불어 어려운 용어를 자제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고 명료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나같은 초보자들도 큰 부담없이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어내려가는데 약간의 걸림돌이 있었다면 그건 로마에 대해 부족한 내 사전지식이었다. 예전 학창시절 배웠던 세계사의 구석구석을 떠올리기엔 세월이 너무 흘러버렸고, 그간 로마를 몰라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었던지라(^ ^;) 로마는 내 관심권 밖에 있었다. 로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기껏해야 위에서 열거한 것들과 예전에 배운 지식들의 아련한 흔적 정도랄까.. 그래서 책에 언급되는 이름도 어려운 왕들은 아주 유명한 몇 명을 제외하곤 참으로 생소했다;;; 그러나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긴 이름의 왕들이 아니라 그들이 보여주거나 행했던 일들에 대한 교훈이기에 나랑 비슷한 독자도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겠다. ^ ^

 

저자는 오랜 세월동안 로마라는 대제국을 훌륭히 경영했던 로마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경영 키워드를 크게 4 가지로 나누고 있다. 로마인들 특유의 개방성 / 탁월한 리더십 / 체계적인 시스템 / 능력위주의 실력주의.가 바로 그것인데 그 중에서도 적까지 포용하길 주저앉는 그들의 개방성과 황제의 자리도 실력있는 자들에게 계승하는 실력주의, 그리고 가진 자들이 앞장서서 실현하는 사회환원, 원칙을 지키는 법치주의 등이 가장 인상깊었다.

로마인들의 개방성 부분을 읽고 있노라니 현재의 미국이 떠올랐다. 예전에 읽었던 서른살 경제학이란 책에서 미국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의 하나가 바로 이민정책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의 이민정책으로 끊임없이 보충되는 인재들이 바로 지금의 강한 미국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단다. 로마도 마찬가지였다. 적이라도 일단 로마에 뜻을 같이 한다면 그들을 폭넓게 받아들여 중용했다. 신분제가 있는 고대사회였지만 폐쇄적인 신분제도를 유지했던 기타 다른 주변국과 달리, 로마에서는 노예들도 일정 조건을 갖추면 해방될 수 있었고 자신의 능력으로 지위상승까지 가능했다. 해방노예의 자손이 황제까지 역임했었던 사실은 로마시대의 개방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더불어 능력을 우선으로 후계자를 정하는 로마의 황제계승도 정말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왕위세습이 당연한듯 여겨졌는데 그 고대시대에 실력을 우선으로 황제를 선출하는 능력위주의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합리적인 로마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다만 영토확장기였던 공화정을 지나 안정기로 접어드는 제정시대로 넘어가면 다시 세습체제로 바뀌긴 하지만, 그 시대와 상황이 처한 여건에 맞춰 적절한 시스템으로 변화를 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로마왕국이 그토록 오래 명맥을 유지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

로마인들은 명예를 중시했는데 그런 사회 분위기로 사회환원과 기증, 기부 문화가 활발했다고 한다. 권력이나 부를 가진 자들이 솔선수범하여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거기서 돌아오는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시민들도 도로나 하수도 같은 공공시설에 약간의 기부를 함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높였단다. 나누기는 커녕 혼자만 잘 살려고 하는 부자들이 대부분인 요즘 세상에서 사회의 권력층과 부유층이 앞장서서 기증과 기부같은 사회환원에 앞장섰다는 것은 정말이지 부러운 이야기다. 지금 남겨진 로마시대의 큰 건축물들은 대부분 개인이 지어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는 각 주제마다 우선 로마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거기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과 그것에 대비되는 우리시대의 한 단면을 연이어 이야기함으로써 로마시대와 현대를 비교분석한다. 그리고 로마인의 경영지혜를 본보기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미처 몰랐었던 로마인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볼 때마다 흥미진진했고, 그들의 합리성과 오랜 지혜에 감탄하면서 로마를 바라보던 편협한 내 시야를 좀 더 넓혀준 지식의 발견들을 즐기기도 했다. 다만 책을 읽어나감에 있어 내 지식의 얕음이 안타까웠을 따름이다.

과거의 역사는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모든 것을 알려주는 가장 훌륭한 교과서란 말이 있다. 이탈리아 구석의 작은 로마에서 시작해 지중해 연안의 드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오랫동안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로마제국. 그들이 남겨준 수많은 지혜들을 찾아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이제 우리들의 몫일 것이다. 특히 세계를 대상으로 준비해야 하는 수많은 기업들에게 로마인들의 경영 키워드는 아주 훌륭한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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