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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감독판 [dts] (2disc) - 할인행사
김대승 감독, 유지태 외 출연 / 에이치비엔터테인먼트 / 2007년 1월
평점 :
가을로.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의 두 번째 멜로라는 기대치만으로 극장을 찾은 영화다. 가을로.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가을풍경들이 가득 담겨있다. 민주의 다이어리를 따라 가을로를 걷는 현우를 쫓다보면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이 많았나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나도 현우가 걷던 저 길을, 그 장소를 뒤따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들이 눈을 빼앗지만, 무엇보다 가을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그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 그래서 그 아픔을 가슴 속에 묻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다.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폭발과 함께 큰 인명을 빼았아갔던 삼풍 백화점 붕괴사건.. 거짓말처럼 자신의 눈 앞에서 그 현장을 목격해 버린, 그러나 아무 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던 현우는 민주를 묻으면서 자신의 마음까지 함께 묻어버렸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그것이 바로 현우의 몫인 것 처럼.
번지점프의 그 감성을 뛰어넘지는 못하지만, 원치않았지만 사랑을 보내야했던 자의 아련한 슬픔과 아픔을 적절히 잘 담아내고 있다. 다시 멜로로 돌아온 유지태의 연기는 그냥 무난하고, 영화에서 자신의 영역을 견고히 닦고 있는 김지수도 멋지다. 그러나 나는 엄지원의 연기가 가장 발군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무심한 눈길을 받았던 그녀는 똥개, 주홍글씨, 극장전을 거쳐 가을로에서 농익은 연기를 선보인다. 점점 배우가 되어가는 엄지원의 모습이 흐뭇한 영화다. 그리고 영화속에서 너무나 감성적인 민주의 수많은 명대사들은 사실 너무 닭살돋아 현재에 저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했다. 분명 사랑스러운 그녀지만 아~ 나와는 너무 거리가 먼 감성적 그녀였단 말이다! -0-;;
갑자기 시작된 가을길의 여행길에서 지난날의 아픔과 슬픔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설렘을 찾은 현우를 만났던 가을로. 그의 새로운 시작이 이젠 기쁨으로 가득차길 바래본다. ^ ^
그리고..
그의 손에 들어온 민주의 여행기록 다이어리가 참으로 탐난다. 나도 좀 빌려볼 수 없을까나;; ㅎㅎ;;
+ 혼자 궁시렁 +
삼풍백화점 사건이 있기 얼마전 대구지하철 폭발사건이 있었다. 무슨 까닭인지 엄청난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삼풍백화점 만큼 언론의 눈길을 많이 받지 못해 큰 이슈화가 되지 못했다(소문이긴 하지만, 그 당시 정치권과의 어떤(?) 연관성 때문이란 말들도 있었고, 곧이어 일어난 삼풍백화점이 서울이라는 점에서 볼 때 지방권이라는 불리함(?)이 작용했다는 말도 있었다.). 모든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삼풍 백화점 사건에만 쏠린터라 잠시 머물던 대구시민이었지만 나름 분노했던 기억이 난다;; 내 주위에서 들려오던 끔찍한 그 당시 상황에 몸서리쳤던 지라 영화속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서 무기력하던, 그래서 그 슬픔이 몇 배로 번지던 현우의 아픔이 간접적으로나마 전해지는 듯 했다. 더불어 몇 년전 또다시 온국민을 놀라게 했던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화마가 휩쓸고 간 그 흔적이 그대로 얼마간 보존되던 지하철 역사를 대구 들른 길에 찾았던 적이 있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그을린 벽엔 피해자의 명복을 비는 글귀와 국화들이 놓여있었다. 그런 슬픈 일이 다시 우리에게 일어나지 말아야 할 텐데.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었다. ㅠ ㅠ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