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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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우리말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친구랑 편지를 주고 받아도 맞춤법 틀린게 먼저 눈에 들어오고, 상대방과 이야기 하면서도 그 사람이 반복적으로 틀리는 말을 어떻게 하면 기분 안 상하게 고쳐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즐겨보는 티비 프로그램은 '우리말 겨루기'다. 주변 사람들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틀린 단어를 고쳐주다 수모를 겪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한글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이지만, 여전히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비슷한 단어들의 미묘한 뜻 구별이 쉽지 않으며, 여전히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헷갈리기 일쑤다.

이런 나를 위해 일용할 양식(?)이 나왔으니 바로 따끈~한 <국밥> 두 그릇이다. (내가 국밥 좋아하는건 어찌 알고; ^ ^;)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라는 다소 노골적이면서 정곡을 찌르는 획기적인 제목을 내세운 이 책은, 온국민이 영어에 열광하고 있는 이 때 홀연히 나타나 국어공부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며 온 몸 바쳐 국어 바로 알기에 열정을 불사른다. 우리말을 잘 해야 외국어도 잘 한다는 명언은 국어 이외의 외국어엔 꽝인 나에게는 슬프게도 해당사항이 없는 말이지만, 최소한 번역을 업으로 하는 분들에겐 아주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잘못된 번역이 국어 전체의 물을 흐리고 있는 현재 상황에선 더더욱 책임감있는 번역이 요구되고 있다.



예전에 '가지다'라는 말의 용법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어 'have'가 가지는 뜻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천편일률적으로 '가지다'라고 번역하고, 그 번역문들이 여기저기 쓰이다보니 이젠 '모임을 가지다','시합을 가지다' 등의 오역이 우리말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나 또한 이 표현이 잘못된 말인지 얼마 전에야 알았고, 아마도 이런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된다. 위의 예시는 '모임을 하다', '시합을 하다'로 고쳐서야 옳은 표현이 된다.(225쪽) 또한 '새'와 '새로운'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영어사전과 번역문 때문에 '새로운'이 어느덧 '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단다.(144쪽)

이 책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영어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우리가 흔히 쓰는 잘못된 표현 중에 '좋은 하루 되세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해야 옳다. 앞의 표현에서 '되다'는 주체가 필요한 서술어인데 '좋은 하루'는 주체가 될 수 없다. (표현 그대로 해석하면 '너는 좋은 하루가 되어라'라 된다고;;) 이것은 영어 become의 영어식 표현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 잘못된 표현이다.(→상상플러스 올드 앤 뉴 76회) 이것처럼 당연히 맞는 줄 알았던 표현들이 틀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예전 국어시간, 무척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국밥-낱말편>은 크게 명사편을 설명하는 한 그릇과 동사ㆍ형용사편을 알려주는 두 그릇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동사ㆍ형용사편이 훨씬 재미있었다. 두번째 그릇에 평소에 궁금했던 내용들이 많이 다루어졌던 까닭도 있지만, 명사편은 상대적으로 좀 어렵게 느껴졌다. 어쩜 맨 처음에 나오는 '속:안'의 설명중 '터널'에서 막혀서일 지도 모른다. 다른건 그 차이를 알겠는데, 나는 아직도 '터널'이 왜 '1차원 선'으로 추상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이해가 안 된다;; -_-; 부디 아시는 분이 있다면 친절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0-;

책을 읽다보면 막연히 이런 상황엔 이런 단어를 사용해왔던 우리의 직감이 어떤 이유를 근거로 작동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어렴풋이 유의어의 차이점을 느끼더라도 막상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은데 <국밥>은 바로 이런 고충을 덜어주는 고마운 책이다. 고개와 머리, 가족과 식구, 궁둥이와 엉덩이, 끝과 마지막을 비롯 고르다와 뽑다, 기쁘다와 즐겁다, 끝내다와 마치다, 다시와 또 등등 이 단어들의 차이점을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나처럼 당신도 그렇지 않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런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알게되면 보다 우리말에 자신이 생길 것이다.

 

국제화 시대를 외치면서 영어의 전성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고 각종 영어마을이 생기며 영어학원가는 언제나 성황이다. 물론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국제화, 세계화에 발맞추기 위해선 분명 영어를 잘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우리말을 가벼이 여기는 지금 세태는 심히 안타깝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어렵게 만들어낸 한글을 보급하는데  그당시 가장 큰 장애물은 정보를 독점하고 자신들을 차별화 하려는 기득권층의 이기심과 한자에 대한 지식인층의 문화 사대주의였다. 오늘날은 그 대상이 한자에서 영어로 바뀌었을 뿐이다. 전문 영역일 수록 외래어의 남용이 심하다. 예를 들어 패션잡지를 펼쳐보면 조사빼곤 온통 외국어로 채워진 문장을 만나는건 어렵지 않다.

물론 시대가 변하는 만큼 새로운 어휘를 필요로 하게 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단어들이 생성되거나 외부에서 유입되는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식으로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사례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가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사랑해 주겠는가. 세계화ㆍ국제화에 발맞춰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보듬어야 할 대상은 바로 우리말 - 한글이 아닐까 싶다. 한글만큼 우리의 정서를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은 없으니까.

 

나를 감동시킨 책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 (벌써 초등학생용도 출간되었다. ^ ^)
이번 '낱말편1'을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 맛있는 국밥 시리즈가 나올 예정이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배부름이 꺼지기 전에 눈부신 활약을 펼칠 두 번째 국밥의 위력, 지금부터 기대해 본다. ㅎㅎ

국밥을 먹는 동안 쌓여가는우리말에 대한 사랑과 관심.
이 책, 당신에게도 강추한다!!! ^ 0^

 

 

 

 

 

+ 책 속 오탈자 +

책에 잘못 표기되거나 인쇄된 부분이 보여 몇 자 적어본다.
참고로 내가 본 책은 '초판 제 2쇄'라서 벌써 수정이 되었을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작년에 막~ 출간됐을 때 사서 해를 넘겨 이제야 봤다;; =.=;; 쿨럭;;)

- 43쪽 그림 : 생물의 경우 속엣것과 붙어있을 때는 '껍질'이라고 하고, 분리되면 '껍데기'라고 한다고 했다. (44쪽 설명) 그런데 43쪽의 그림엔 껍질과 껍데기의 글자가 반대로 씌여있다.
→ '윗그림 : 껍질, 아랫그림 : 껍데기' 로 고쳐야 옳은게 아닐런지;;

- 264쪽 7번째 줄 끝의 '데우다'는 문맥상 '덥히다'가 옳다고 보여진다.

이외에도 몇 개가 더 눈에 뜨었는데 따로 표기를 안 해둬서 못 찾겠다;; 더불어 띄어쓰기 틀린 곳도 2,3 군데 보였다. 부디 지금은 다 수정했길 바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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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 2007-01-19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진원 기자 쓴 교정교열 책도 재미있어요. 특히 과거 신문사에서 교정교열의 실수담은 정말 웃기죠. 독재정권 시대에 대통령의 한자 대를 견으로 썼다가 영업정지를 받은 적도 있데요.^^;
전 아직 이 책은 담아두기만 하고 있어요.^ㅅ^

별빛속에 2007-01-2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좋은 책 추천 감사해요. ^ ^
기억해뒀다가 담에 꼭~ 구해서 읽어볼께요. 맑음님, 최고~! ㅎㅎ
글구 이 책도 언젠가는 장바구니로 옮겨갈 날이 오길 바래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