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비타민
한순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에 일어나서 후다닥 준비를 하고 버스나 지하철로 출근길에 오른다. 기름값 폭등으로 10부제가 시행중이지만 도로엔 여전히 많은 자가용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정부의 대입정책은 또 변화의 조짐이 일고, 고교 평준화와 비평준화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 학군에 따라 집값이 오르내리기도 한다. 본토인 미국보다 커피값이 월등히 더 비싸다는 스타벅스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끊이질 않고, 연말만 되면 시에서 멀쩡한 보도블럭을 뜯고 다시 교체하는 행사가 연중행사처럼 이어진다. 가끔씩 일본의 터무니 없는 독도 영유권 주장이 우리 속을 뒤집어 놓기도 하고, 중국은 중국땅에 있는 고구려 문화를 새로이 포장하여 소리없이 역사왜곡을 실행하고 있는데 무기력한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방금 열거한 일들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거나 겪는 일들이다. 너무 평범하거나 일상적이기에 이런 일들을 눈여겨 보는 사람 또한 별로 없다. 그러나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이런 일상적인 일들을 경제적 관점으로 분석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경제학 비타민>의 저자 한순구 교수다. 자동차 10부제와 나의 만족 효용을 비교하여 어느것이 이득인지 비교하고, 고교평준화와 아파트 값의 상관관계를 실제 예를 들어 설명하며, 공공의 돈이나 재산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경제학 관점으로 분석하고, 우리나라 스타벅스의 커피값은 왜 그렇게 책정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FTA와 스크린쿼터에 대해, 아주 간략하지만 독도문제나 동북공정,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도 경제학자로서 입장을 유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 놓았다.

 

<경제학 비타민> 속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한 비유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19장의 카지키스탄의 운동화 편'의 비유가 가장 맘에 들었다. 운동화와 보험, 장화 등의 관계가 그렇게 기가 막히게 우리나라의 현실과 매치가 되다니 작가의 비유력에 감탄할 수 밖에. 비유 속의 운동화가 너무 싸서 공급가를 맞추려다 보니 질적으로 저하되고, 그래서 빨리 떨어져 자주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인해 운동화 보험이 적자라는 비유는 지금 우리의 의료 상황의 '값싼 의료비'와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별다른 어려움없이 연상해 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캐나다에 살고 있는 교포들의 말을 떠올려 보면 우리의 의료상황이 무조건 나쁜 것 같진 않다. 저자도 외국생활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에 기나긴 예약시간과 엄청난 의료비를 감당할 지갑이 없으면 아예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하는 나라보단 그래도 서비스가 좀 안 좋더라도 필요할 때 바로 갈 수 있고 웬만큼 지불가능한 진료비를 요구하는 우리나라의 형태가 그래도 더 낫지 않을까;; 물론 질적 서비스까지 개선된다면 금상첨화지만;; ㅡ.ㅡ;;)

 

 <경제학 비타민>은 경제학이란 쉽지 않은 학문을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생활과 접목시켜 보다 쉽고 친밀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왜 부모가 자녀에게 공부를 강조하는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서울대를 비롯 명문대에 목을 메는지, 결혼을 하면 왜 사람들의 경제습관이 변하는지에 대해 적절한 예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경제학이란 글자에서부터 벌써 부담백배인 독자라면 참으로 친절하고 상냥한 안내서인 셈이다.

 그러나 이 책은 놀랄만큼 새롭거나 무릎을 칠만큼 번쩍이는 경제지식을 보여주진 않는다. 저자가 언급하는 생활속 경제원리들은 기존에 많이 알려져 있거나 상식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좀 더 색다르고 맛있는 경제이야기를 기대했던 내게는 조금 아쉬운 책이었다.(그렇다고 내가 경제학이랑 친한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 

 더불어 경제학자의 논리로 본 FTA나 스크린쿼터에 대한 관점은 나의 의견과 다르지만 하나의 현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고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 없기에 그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독도와 동북공정, 새만금에 대한 경매이야기는 아무래도 수긍하기가 힘들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하자는 이야기라기 보단 경제학의 논리로 그렇게 하면된다~라고 말하는 것이겠지만(설마 진심이 아니길 바란다!), 그래도 그 땅에 경매를 붙여 입찰가가 높은 사람에게 넘기는게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저자의 발상은 나에겐 충격이었다. ㅡㅡ; 독도를 예로 들어 말할 땐 그냥 흘렸는데 새만금에도 또다시 경매를 거론하시니 할 말이 없다. 이분 참~ 경매 좋아하시네;라는 말 밖에;; ㅡ.ㅡ;; 아무리 세상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한다는 경제학자라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혹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일상의 평범함에서 반짝이는 경제 원리를 찾아 알려주는 생활속의 경제학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어느 정도 경제학적 지식을 쌓은 분에게는 다소 싱거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경제학과 그리 친하지 않은 경제학 왕초보들에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책일 듯 하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도 이런 경제학적 원리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예전에 멀게만 느껴졌던 경제학이 좀 더 친밀하게 다가올테니 말이다. 기존의 빳빳한 고개를 숙이고 대중적에게 보다 친근하게 손을 내미는 경제학,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처럼 이제 우리 생활의 필수가 된 경제학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해 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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