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선비 - 살아있는 조선의 청빈을 만난다, 개정판 조선을 움직인 위대한 인물들 1
이준구.강호성 엮음 / 스타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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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나 신문을 보면 너무 자주 보이는, 그러나 절대 반갑지 않은 소식이 있는데 그건 바로 고위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에 연루된 사건들이다. 모 국회의원은 특정 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대가로 현금이 든 사과박스 뇌물을 받았느니, 아무개 고위 공무원이 탈세를 하다 들켰다느니, 어떤 지역 지방의원들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해외여행을 가서 각종 관광을 즐기고 온 사실이 들켰다느니.. 신문을 장식하는 이런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 뒷골이 땡겨온다.

물론 이 땅에 모든 공무원, 특히 고위 공직자가 그러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굳이 털어서 나는 먼지가 아니라도 그 잘나신 어른들을 아주 조금만 들춰봐도 각종 비리와 뇌물수수라는 먼지들이 우수수 떨어지는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돈을 뿌리며 선거에 당선되면 임기동안 뿌린 돈을 몇 배로 거둬들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어찌 그들을 믿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맡기겠는가. 참으로 암담한 현실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어지러운 와중에도 굳건히 자신의 의지를 따라 옳은 길을 걷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묵묵히 일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지금까지라도 버틸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조들은 어떠했을까? 그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대답은 ''그렇다''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고위 공무원의 탈세와 뇌물같은 부도덕적인 행위는 끊이질 않았다. 다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나라를 위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충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뱃속을 채우느라 헐벗은 백성의 것까지 모조리 뺏어가는 탐관오리도 있었다. 이 책 <조선의 선비>는 저자가 서문에 밝혔듯이 한 평생을 관직에 몸 담으면서도 각종 청탁과 뇌물같은 부정한 일들을 멀리한 청렴결백한 선비 서른 분에 대한 이야기다. 조선의 여러 훌륭한 선비 중에 ''청빈을 즐긴'' 분들을 모았으니, 보다 정확한 제목을 짓자면 <조선의 ''청렴한'' 선비>정도로 할 수 있지 않을까. ^ ^

관직을 사직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짐꾸러미를 수색했으나 책 두 권과 옷가지 몇 벌만 있었라는 양관을 시작으로, 청백리를 뽑기 위해 임금이 세운 문 중 너무나 당당하게 청문(靑問)을 통과했다는 조사수(더 놀라운건 모든 이가 그의 행동을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자신에게 하사된 공신전을 억울한 백성들에게 다시 나누어줬다는 이해, 백성의 피 땀이 어린 초를 함부로 쓸 수 없다며 내내 등잔불을 밝혔다는 ''지봉유설''의 이수광, 당시의 법도를 무시하고 큰 집을 지으려던 왕자에게까지 바른 소리를 했던 홍흥을 거쳐 죽마고우가 제수로 건네준 명태 한 마리까지 받기를 꺼려했던 이후백과 당시 권세를 떨치던 세도가 김안로의 옳지 않은 청을 거절했다가 귀향살이를 했던 정광필까지.. 조선의 깨끗함으로 대표되는 선비들의 이야기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보통 역사서라고 하면 꽤나 딱딱하고 지루한 책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조선의 선비>는 그런 걱정을 접어도 될 듯 하다. 서른 명의 청백리에 대한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 듣듯 재미있게 읽혀진다. 또한 책 속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은 각주를 달아 그의 출생과 행적을 한 눈에 들어오게 간략히 정리해 두었고, 인물에 관련된 여러가지 - 집필한 저서, 그림, 묘, 가옥 등도 사진으로 함께 실려있어 이해를 돕는다. 또한 각 내용이 그분들의 성품을 알 수 있는 크고 작은 일화들로 구성되어 있어 읽는 맛을 더한다.



다만 이 책을 보며 아쉬웠던 점도 몇 가지 있다.
이 책이 ''조선의 청백리''라는 너무나도 교훈적인 주제를 다루다보니 교훈의 냄새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글 속에 담겨진 일화들을 읽으며 독자에게 다가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할 터인데 가끔씩 더해지는 저자의 강조는 살짝 부담스럽다. (나만 그런가;;)

또한 ''조선''이라는 시대의 특성과 ''선비''라는 제한을 둔 이 책의 특성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남성중심의 시선은 아쉽다. 청렴결백한 훌륭한 선비지만 그들도 먹어야 사는 법. 책만 읽고 집안 살림엔 그닥 관심없는 훌륭하신 남편들을 대신해 가정을 꾸리느라 혼자 속을 끓여야 했던 아내들의 입장을 헤아려 주거나, 잘못된 길로 들었던 선비를 바른 길로 다잡아준 현명한 아내의 이야기를 다뤄주는 것까진 기대하진 않더라도, ''임담''의 현명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면서 ''분수도 모르고 욕심과 사치를 부려 남편을 그릇되게 만드는'' 주범을 ''여자''로 싸잡아 지목하는 것은 어째 영 거북하다. 이 ''조선의 ㅇㅇ''시리즈가 어디까지 이어질런지는 몰라도 꼭~ 저런 오해를 풀 수 있는, 조선의 멋진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어주었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더불어 책의 중간중간에 글의 문맥이 매끄럽지 못한 문장과 맞춤법이 틀린 부분 더러 보인다. 116쪽의 '겁장이'는 '겁쟁이'가 옳은 표현이고 / 56쪽의 '차라리 남한산성이 있었다면'은 문맥상 '없었다면'으로 바꿔야 옳지 않나 싶다. (이 문장 바로 전엔 남한산성이 있음으로 해서 나쁜 점을 열거하고 있고 '차라리' 뒤부턴 남한산성이 없다면 좀 더 잘된 계획을 세웠을 거란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러나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 그리고 저자가 34쪽, 42쪽에서 처럼 '홍언필은 성종 7년에 '낳아' 명종 4년에 죽었다'처럼 xx년에 낳아~라는 표현을 자주 쓰던데 이게 옳은 표현인지 의심스럽다. 혹시나 이런 표현도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낳아'란 단어대신 '태어나/나서'라는 단어로 바꾸는게 보다 자연스럽지 않을런지. (저 문장은 성종 7년이 홍언필을 낳았다는 뜻이 되니 어째 좀 어색하지 않은지;;)

 


한 나라가 흥하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하지만 우선 나라를 위해 일하는 관리들이 바로 서야 한다. 특히 국정을 다루는 고위공직자들은 그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욕심만 채우기에 급급하지 말고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마음가짐과 그 실행이 필요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혼란한 이 시대에 청빈한 조선의 선비들의 철학은 더욱 가치를 발한다. 나라와 백성을 향했던 그들의 마음, 일신의 욕심보다 나라의 안위를 더욱 걱정한 조선의 선비들이 있었기에 조선은 건재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겐 그분들 같은 분들이 있는가. 회의적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련다.

- 호랑이를 탔다가 몸을 다치지 않고 내리기가 심히 어렵다. (337쪽 조원기)

정말 핵심을 찌르는 멋진 말이다. 그의 말처럼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중단하기가 쉽지 않고 그러다보면 마지막엔 다치게 된다. 누구보다 높은 곳에 있는 잘난 어르신네들이 이 말을 새겨들어야 할 터인데.. 쩝;; 그들이 부디 다치기 전에 부정부패라는 호랑이의 등에서 내리길 바란다. 더불어 그들처럼 진정 존경받을 만한 우리 시대의 정치인이 나오길 바래본다. 그러려면 이 책을 국회에 배포해야 하려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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