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천마일 - 한비야를 읽었다면 박문수를 읽어라!
박문수 지음 / 이덴슬리벨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책과 함께 온 귀여운 수첩. 뒷면엔 1리터의 눈물 표지가 그려져 있다. ^ ^)

 요즘들어 아프리카에 관한 책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 내용이 개인의 감상이든 아님 좀 더 확대된 정치나 사회적 이야기든 간에 그만큼 아프리카가 우리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 중 '한비야를 읽었다면 박문수를 읽어라'라는 도전적(?) 카피에 눈길이 머물렀던 책 <기쁨의 천마일>. 아프리카 오지여행가로서 한비야의 명성에 대적할 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일까? 궁금한 마음에 이내 책을 펼쳐들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자그마한 크기의 책을 펼치면 작은 글자가 빼곡하게 박혀있다. 여느 여행에세이라면 그럴싸한 사진도 여기저기 많이 박아넣으련만 <기쁨의 천마일>은 첫장에 실린 사진을 넘기고 나면 사진을 볼 수 없다. 대신 빡빡한 활자의 향연만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아프리카의 생생한 모습을 직접 보길 기대했던 분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미리 실망하진 마시라. 바로 보여주는 사진은 없지만 그의 글을 통해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전해듣게 될테니까. 곧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 ^

묘하게도 오늘 끝낸 두 권의 책이 모두 아프리카 여행기다. 전부터 천천히 읽어오던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가 백인들에 의해 개발되고 만들어진 잘 포장된(?)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모습과 놀랄만큼 황홀한 그곳의 자연을 사진에 담아 보여준다면, <기쁨의 천마일>은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그 곳의 현지인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함께 그 선입견을 깨는 새로운 모습들을 글로 펼쳐 보인다. 독자의 취향에 따라 입이 쩍~ 벌어지는 멋진 아프리카의 자연을 눈으로 보고 싶다면 <당신의 아프리카에~>를, 보다 생생하게 숨쉬는 진짜 아프리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기쁨의 천마일>을 선택하길 추천한다. 물론 두 책 모두를 읽는다면 더 좋을테고. ^ ^;

 

이 책의 저자 박문수는 3년 전 군제대와 함께 어머니께 받은 백만원만 달랑 들고 아프리카에 1년을 목표로 여행을 떠난다. 가난한 여행객이기에 머무는 곳이 호화로울 수 없었고, 그렇기에 보다 현지인과 가까워질 수 있는 진짜 여행을 하게 된다. 우간다를 시작으로 르완다, 콩고, 탄자니아, 케냐, 짐바브웨, 스와질란드까지.. 배낭 하나 짊어지고 이름도 낯선 아프리카 땅을 용감히 누비는 그의 젊음이 아름답다.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에 감사하고, 그들의 아픈 역사와 가난에 같이 아파하며, 살아 숨쉬는 아프리카의 자연속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며, 뜻이 맞는 여행친구를 만나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으며 점점 성숙해지는 청년 박문수의 다양한 모습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있다.

그를 따라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각 나라의 역사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람만큼 잔인하고 무서운 존재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내전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르완다의 이야기를 읽을 때, 그것의 시초가 서구열강의 식민정치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그와 너무나도 비슷한 슬픈 우리네의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토록 원하던 해방을 맞고도 제대로 과거청산을 하고 나라의 새로운 기틀을 세울 틈도 없이 서구열강의 힘겨루기에 휩쓸려 다시 미군의 통치를 받아야 했던 기막힌 역사를, 미군정이 자신들의 수월한 통치를 위해 친일세력을 다시 앞세웠기에 아직도 친일세력청산이라는 무거운 짐을 해결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슬픈 역사를.. 더불어 한국전쟁이라는 내전을 겪어야 했던 우리 민족의 아픔을 말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그런 무거운 이야기만 실려있는 건 아니다. 과거의 아픔이 현재에도 묻어나는 아프리카지만 그곳엔 정 많고 활기찬, 선한 눈망울을 가진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땅이다. 비록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이지만 자신들의 땅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들의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해 본다. 또한 그와 함께 각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이 책 속에 펼쳐진다. 비록 머리속으로 상상해야 하는 황홀경이지만 그렇기에 더 찬란하다. 그속에 약간의 모험과 멋진 기차여행, 그리고 미래를 꿈꾸는 많은 세계의 친구들이 어울어진다.

다른 여행에세이와 달리 이 책은, 저자가 <아프리카 학생회>라는 NGO를 이끌고 있기에 그가 보고 접했던 NGO의 경험들이 많이 담겨있다. 아프리카까지 가서 봉사의 아름다움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NGO활동이 우리보다 활발한 일본의 모습에서 약간의 부러움과 시샘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렇기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의 NGO 사역자분들이 더욱 자랑스러웠다. 꼭 정치적 목적을 두지 않더라도 아직 굶주림과 에이즈나 말라리아 같은 무서운 질병의 공포 속에서 헤어날 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졌음 좋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내내 버릴 수 없었다. 직접 그곳까지 가지 않더라도 찾아보면 우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을 것이다. <기쁨의 천마일>을 통해 다시 한 번 넉넉한 나눔의 마음을 가져보려 한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아프리카의 NGO를 이끄는 리더가 된 청년 박문수.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그와 함께 기쁨의 천마일을 걷고 달렸다. 그 여정 동안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벗고 그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되었다. 피부색은 달라도 우린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다. 우리가 좀 더 가지고 있는 건 우리보다 덜 가진 사람들에게 나누며 살라는 신의 뜻이 아닐까. 그들의 커다란 눈망울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그 날이 멀지 않길 기대해 본다.

아프리카에 대한 진짜 여행기, <기쁨의 천마일>
그대도 나처럼 그 놀라운 천마일을 달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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