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공부습관 평생진로 결정한다 - 상위 3% 학생들만 알고 있는 공부의 기술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와이즈멘토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난 비평준화 지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때까진 나름 공부 좀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지라 당연한 수순처럼 소위 지역 명문고교에 응시, 경쟁률의 압박 속에 고교 입시를 거쳤다. 선택받은 잘난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어느새 다른 잘난 아이들을 앞서진 못하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 되었고, 3년동안 잘난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다니는 대신에 대학입시에서 내신의 칼바람을 맞아야 했다. 비슷한 수준의 실력과 수능점수를 받은 라이벌과의 대결에서 비평준화의 최대 약점인 '내신'때문에 무너져야 했던, 소위 허울좋은 명문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비애를 나 또한 경험했었다.
 
매년 내신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굳건히 비평준화를 지켰던 이 곳도 몇 년 전부터 평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더니 급기야 내년부터 평준화를 실시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자신이 있는 학군에서 학교를 정해야 하다보니, 일부 좋은 학군에 속해있는 학교로 위장전학을 하는 초등학생도 심심찮게 늘고 있다고;; 비록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어머니들(전국 특목고 설명회를 쫓아 다니거나 조기유학까지 불사하는;;)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애교에 지나지 않겠지만 말로만 듣던 일들이 이렇듯 현실로 나타나니 벌써부터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된다. (슬슬 자식교육 때문에 이민간다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되려 한다;;)
 
이 책 속에 주로 다루어지는 아이들이 전국 상위 3%의 대단한(!) 학생들이다보니 지극정성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들 또한 보통분들은 아닐 거라고 짐작했지만, 그래도 정말 중학교 시절부터 저렇게 사활을 거는 줄은 미처 몰랐다. 중학교 1,2학년은 입시와는 크게 상관없는 삶을 사는줄 알았으나 실은 대입으로 향하는 길의 출발점에 서서 고등학교까지의 팽팽한 수험생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새삼 우리나라의 교육열과 대단하신 학부모와 어려서부터 철들어버린 아이들을 한꺼번에 와락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비단 저런 공부벌레들이 아니더라도, 학원이랑 그닥 친하지 않게 지냈던 나의 학창시절과 달리(이렇게 말하니 왠지 내가 꽤나 늙은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쿨럭;;) 요즘 중학생들은 학원 하나쯤은 기본이고, 거기다 과외, 학습지까지 병행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란다. 입학 다음날부터 야간자율학습에 붙잡혀 살던 고등학교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자유로웠다고 느껴지는 나의 중학생 시절은 이젠 아주 먼옛날 얘기가 되어버린 듯 하다. 학교 마치면 학원 몇 군데 다녀오고 과외하고 또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생활이 요즘 중학생들에겐 그리 낯선 일과가 아닌 걸 보면 말이다. (하긴, 그런 생활을 꿋꿋이 하고 있는 초딩들도 많이 보게되는 요즘이다;;)
 
 
이 책은 중학교 1학년을 제목에 내세우고 있지만 비단 1학년만 한정해서 다루는건 아니다. 다만 중학교 성적이 고등학교 선택의 폭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이기에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새로운 환경과 과목들로 시작하는 중학교 1학년 때에 공부습관을 잘 잡아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전국 상위 3%의 '공부벌레'들의 특징 / 공부벌레들의 학습방법과 과목별 공부방법 / 진로선택을 위해 고등학교에 대한 정보와 조언 등의 3단락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책의 주요 요점은 어떻게 하면 내 아이 공부 잘 하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으로 통일된다.
 
여기 소개된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의 마음가짐이나 학습법은 올바른 공부방법을 몰라 애태웠던 학생들에겐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고, 각각 제시해 둔 각 과목별 공부방법은 자신의 취약분야에 대한 학습법으로 활용가능하다. 더불어 마지막 단락에서는 특목고(자사고, 과학고, 외고, 예고)와 특성화 고교, 조기유학과 문과/이과의 선택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안내하고 있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제공 역할을 충실히 한다. 그러기에 자녀의 진로를 걱정하고 그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학부모와 보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는 청소년에겐 꽤 유용한 지침서가 될 듯 하다.
 
그러나 아쉬운 건 그 내용들이 그리 새롭거나 참신하진 않다는 점이다. 상위 3%의 공부기술들은 몰라서 못하는 것들은 아니고, 각각의 공부방법이나 고등학교 정보 등은 인터넷에 곳곳에 널려있어 우리가 맘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낼 수 있는 정보들이다. 문제는 몰라서 못한다기 보다 알지만 게으르고 의지가 약해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줌으로써 보통의 평범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하며 또한 앞으로의 공부방향을 친절히 알려줌으로써 자신들의 계획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적극적 매개체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아직 앳띤 중학생이지만 자기 인생의 설계도를 그려놓고 그 꿈을 향해 길을 닦는 아이들. 그들의 공부방법을 중심으로 마음가짐과 행동들이 책에 담겨있다. 공부가 인생의 성공을 결정해주는 전부는 아니지만 아직은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비중을 차지하기에 이런 책이 나오고 또한 읽히는게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실용서임엔 분명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책을 필요로 하는 현실이 조금은 서글퍼진다. 부디 앞으론 학교공부라는 제도가 학생들에게 공부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이기 보단, 자신의 꿈과 적성에 맞는 일을 위해 즐겁게 거쳐가는 한 단계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길 살며시 바래 본다. (물론, 현실의 추세와는 동떨어진 단순한 '바램'에 그칠 확률이 높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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