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자 펠레 레인보우 북클럽 10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 지음, 정해영 옮김, 최창훈 그림 / 을파소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아버지 라세를 전지전능하게 여기던 8살의 펠레는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덴마크로 넘어간다. 가장 가난한 아이들도 좋은 옷을 입고 고기 국물에 빵을 찍어 먹는다는 덴마크. 그러나 예전처럼 젊지 않은 라세와 너무 어린 펠레에게 콩스트루프의 스톤 농장은 그들의 환상을 깰 만큼 비참한 현실이였다. 하지만 그 농장에서 순수하지만 조금은 영악하게 자란 펠레는 어느 오월절에 스톤 농장을 떠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출발한다.

 처음 받았을 때 책의 두께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내게는 조금 버거운 느낌이 들었는데, 읽고 나서의 느낌도 과히 다르지는 않았다. 시대배경이나 그 때의 사고방식을 몰라서 그런 것일까, 펠레는 내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게 가장 다가왔던 부분을 위주로 이 책에 대해 쓰려고 한다.

 먼저 내가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은, 펠레가 전지전능하다고 믿었던 아버지 라세가 다른 사람들의 일을 대신 해야 할 만큼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 그것은 얼마나 큰 충격이고, 또 얼마나 큰 부끄러움이었을까. 내가 만약 펠레였다면 아버지가 부끄러워 피해 다니거나, 아니면 아버지를 무시했을 것 같다. 하지만 순수하고 착한 펠레는 오히려 그런 점을 모르는 척 하고, 감싸주고, 또 아버지에 대한 모욕에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런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가끔 명품으로 휘감은 친구들의 어머니를 보면서 부러웠던 것이 너무나 후회되었다. 매일 친구와 쇼핑을 간다는 어머니들보다는, 열심히 교수로써 연구하시는 우리 어머니가 훨씬 좋은데 말이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콩스트루프 부인의 헌신적인 사랑이다. 물론 그녀는 콩스트루프를 지나치게 사랑했고, 그를 구속하려고 들었기 때문에 잘못된 사랑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계속되는 외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를 기다리고 믿었으며, 그가 자해를 해서 다쳤을 때에도 흠잡을 곳 없이 지극정성으로 돌보아 주었다. 그가 실제로 자해를 한 것인지 아니면 콩스트루프 부인의 연극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녀의 끊임없는 사랑과 노력으로 결국 콩스트루프도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고, 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운 커플이 되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감동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나는 칼레라는 인물이 가장 마음에 든다. 칼레는 라세의 동생으로, 전에 콩스트루프가 아이를 배게 만들고 버린 마리아와 결혼하여 13명의 아이를 낳았다.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은 여자와 결혼한 것도 대단하지만, 그 아이를 자신의 친자식처럼 키운 것도 정말 훌륭한 것이다. 또 그는 자신의 장모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장모님을 진찰하러 온 의사가 말했듯이, 그는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착한 사람이었다. 남을 위해 자기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칼레를 보고, 나는 어느새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서평을 쓰다 보니 갑자기 어려웠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가슴 깊이 닿았던 부분들이 다른 책들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저자가 의도했던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조그만 곳에서 감동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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