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들려준 이야기 - 인류학 박사 진주현의
진주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의 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전문직을 제외하고 잘 모를 것이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뼈에 대한 지식이란 아마 몇몇 부위의 뼈의 이름과 뼈에서 비롯되는 대표적 질병인 골다공증, 디스크 등. 자녀의 키를 걱정하는 부모라면 성장판도 추가될 것이다. 그 외에는 염좌, 탈구 등 뼈와 관련한 문제들로 병원과 전문가를 찾지만, 정확히 뼈에 대한 원리를 아는 사람은 적다. 더군다나 학창시절에 이따금 골수이야기는 나오지만 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매우 적다. 그래서 정말 궁금하고 알고 싶었는데 따로 찾아볼 여유가 없다가 이제서야 관심을 가져본다.

   이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나뉜다. 차례대로 살아 있는 뼈, 뼈 속 물질, 오래된 뼈, 죽은 뼈에 관련한 이야기 들이다.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처음은 지은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고 싶다.
   요즘 고고학 + 고인류학에 관련한 도서가 꽤 나왔다. 《인류의 기원》,  《사피엔스》와 같은 책 말이다. 아마도 최근 호모 날레디와 같은 새로운 종의 발견이나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가 섞여있다'는 논문 등이 나오면서 이슈가 된 것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진주현 박사님(이하 박사님)이시다. 학부생시절 고고학으로 시작하여 최종 직업은 법의인류학자이시다. 이런 직업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직업인데, 주된 업무는 뼈를 보고 주식, 영양 상태, 키, 수명, 성별, 연령, 병력 그리고 뼈만을 보고 "이 사람은 왜, 죽었을까?" 하는 원인을 밝혀주는 직업이다.  죽은 사체가 피부가 있다면 부검을 해보면 되지만, 시신이 부패하여 뼈만 남은 상태로는 누구인지 확인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서 다양한 추측으로 검증해내는 직업으로 보면 될 것같다. 물론 활용도는 전쟁중 사망한 사람의 신분을 밝히거나 범죄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준다거나 과거에 이 땅에 어떤 종, 인종이 살아왔는지 밝히는 등 다양하다.
    이러한 직업을 가시진 박사님이 뼈로부터 알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정말 친숙한 느낌으로 이야기해주신다.


1. 살아 있는 뼈가 들려준 이야기 : 우리 몸속 다양한 뼈
    이 챕터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의 인체에서 뼈가 어떤 작용으로 성장하고 퇴화(?)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태아시기부터 뼈가 어떻게 성장하고 (부러진) 뼈의 붙는 정도에 따라 연령층이 어떤지도 파악이 가능하다고 한다. 더불어 아동학대로 죽은 아이들의 부러진 갈비뼈로 폭행을 유무까지도 어느 정도는 파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말 못하는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단초가 되어주는 것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리고 이 챕터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임산부의 척추뼈의 변화와 골반뼈 이야기였다. 직립보행을 하면서 뼈가 참 고생이 많은 듯하다. 더불어 가장 신기한 부분은 뿔에 대한 이야기였다. 뿔이 어떻게 자라느냐에 따라 뼈이기도하고 아니기도하다. 특히, 사슴의 뿔은 뼈는 아니지만 특이하게도 빠지고 또 새로 나는데 그 패턴과 모양이 똑같단다. 이것은 유전의 힘, 생명의 힘이 제대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처럼 뼈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다른 생명현상도 곁들여 지루함이 없었다.

2. 뼈 속 물질이 들려준 이야기 : 알면 알수록 놀라운 조직, 뼈
    아마 이 챕터가 가장 궁금했던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지 않았나 싶다. 골다공증이 어떻게 왜? 생기는지 원리를 알 수 있었다. 또한 뼈의 영양분과 같은 칼슘과 광합성(?)으로 생성되는 비타민D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백인의 피부암, 흑인은 구루병이 왜 잘 발생하는지도 알게되었다. 백인은 유멜라닌 < 페오멜라닌 생성 ↑  반면, 흑인은 유멜라닌 > 페오멜라닌 생성. 이 때문에 백인은 햇빛을 많이 쬐면 유멜라닌은 적고 햇빛과 반응하여 페오멜라닌이 생성되기에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고, 흑인은 유멜라닌의 양이 많아 햇빛을 쬐어도 피부가 보호되어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체내에 비타민D가 결여되면 구루병에 걸리기 쉬워지는 것이라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서 확인하자!) 흰색이 빛을 반사하고 검은색이 빛을 흡수한다는 그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인 것이다. 인류의 진화와 적응이 제대로 일어난 사례이고, 이렇게 피부로 와닿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 이 챕터를 읽으며 마지막으로 가면, 자연스레 백인과 흑인, 황인이 어떻게 나뉘어 졌는지 그 초시가 궁금해진다. 그것을 알고계셨는지 박사님은 피부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 부분에 슬쩍 넣어주시는 센스를 보여주셨다. (어떻게 백인과 흑인이 나뉘어지게 되었는지 그 사실은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3. 오래된 뼈가 들려준 이야기 : 뼈대 있는 동물의 역사
    챕터 3은 아무래도 고고학과 고인류학 이야기에 가까울 듯하다. 읽어가면 공룡과 극지방의 물고기에 대한이야기..... 또 사람을 비롯한 다른 생물들과 발생과정이 비슷하고 각 기관별 초기발현에서는 기본패턴을 갖지만, 성장하면서 각 개체의 모습으로 발현한다. 이 말을 들으면 바로 다윈을 떠오르게한다. 유명한 공룡뼈의 이야기로 시작해 네안데르탈인의 이야기와 더불어 몇몇의 과학자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그 이야기를 읽고있자니 다윈의 《종의 기원》을 다시금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했다.
    더불어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면 빼먹지 않고 나오는 창조론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지적 설계론을 과학에 넣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에 대한 재판이 인상깊었다. 종교와 진화론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서평에 담고 싶지는 않겠지만, 종교는 종교로 과학은 과학으로 인정해주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공룡화석과 고인류 뼈만 나오면 방사성 동위원소측정에 관한 말들이 나오는데, 항상 그 방사성 동위원소측정을 믿을만한 것인가에 대한 진위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의문점들이 있었는데, 그 문제도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방사성 동위원소측정은 아주 정확한 것이 아니며 그로 인한 오차가 많다. 하지만, 그 오차가 지구의 수명에 비해 큰 것이 아니기에 믿는 편이라고한다. 대신, 오차로 인해 연구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단다. 이 방사성동위원소에 관한 내용을 알게되니 앞으로 인류가 지구의 역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어쩌면 좀 더 과학검증법이 발달되지 않는다면 인류의 역량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든다.

4. 죽은 뼈가 들려준 이야기 : 뼈는 진실을 알고 있다.
     챕터4는 박사님의 직업인 고인류학, 법의인류학에 관한 이야기다. 박사님이 어떻게 이러한 공부를 하게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또한 법의곤충학이란 학문이 특이했다. 법의곤충학은 곤충이 시신에 낳는 알과 유충으로 사람의 사망추정시각을 알아낼 수 있도록 공부하는 과목이다. 리 고프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어떤 작가가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의 초시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 챕터를 모두 읽어보면 재미있는 스토리도 많지만, 안타까운 생각이든다. 현재 뼈 연구는 미국과 같은 나라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연구도 미비하고 비공개실험이 많아 발전이 덜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과학자들도 문제점을 주장을 하지만 그 때 뿐이고, 정부의 지원도 적다. 이에 관해 마지막으로 박사님은 한국에서의 연구에 대해 아쉬운 마음과 뼈 연구의 중요성과 이점을 밝혀주셨다. 우리나라에서도 뼈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어 과거 선조들의 생활양식 연구나 범죄에서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볼 뿐이다. 


    뼈를 주제로하여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교양과학서가 몇 권이나 될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그냥 들으면 어려울법한 인간과 생물에 대한 자연의 섭리를 직접적인 연구과 경험을 토대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예시로 설명해 주시는데, 그 매력이 이 책으로 더욱 빠지게 만들어버렸다. 그 덕에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는 좋은 책이 탄생한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