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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세상
이영훈 지음 / 마음지기 / 2014년 12월
평점 :
내 주변의 선배들은 심리학을 배운 분들이 많다. 그래서 그들이 때때로 나에게 해줬던 그림으로 심리테스트 같은 것을 꽤 자주 해줬었다. 그리고 테스트가 끝난 뒤, 선배들의 해설을 듣고 있자니 지금 나의 기분 상태에 대해 정말 콕! 찝어서 말해주는 것을 보고 그들이 심리학자 같아보이기도하고, 내 속을 읽어내는 '마법사' 같은 느낌을 받았다.(때론 무섭기까지 하다.) 그런 일이 곧잘 있었기에 자연스레 '나' 역시 심리학이나 미술심리치료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림 심리'는 옆에 심리치료사가 없이도 방법만 알고 있다면 혼자서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때때로 마음이 심난하다거나 힘들어지고 피폐해지면 혼자서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심리를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한 이유에 의해 <그림으로 보는 세상>이라는 제목과 내용이 그림심리치료과 관련도 있고,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이 책을 선택하였다.
이 책은 내가 읽는 다른 책들 보다 작고, 얇고, 내용도 무겁지 않았다. 그래서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대체로 주제는 '어떤 것에 대해 OO해하는 OO이들'에게 마치 '일기'같은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으로 책 1권이 구성되어있다.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사뭇다른 전개였다. 그리고 책 제목은 <그림으로 보는 세상>이다. 그런데 책에서는 일러스트가 간간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글의 내용과 일러스트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그림에 대해서 그리고 심리치료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책에 그려진 그림들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머리는 나에게 없다. 그래서 그 그림들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 좋은데 작가는 주제에만 충실하셨다. 그덕에 나의 머릿속에는 글과 일러스트가 따로 놀았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의 글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좋은 것들이 많다. 각각의 주제별로 심리적으로 아픈 부분이 있는 곳을 다독여주는 느낌을 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별일 없이 산다고 말하는 이들에게"의 "별일쯤이야!" 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오랜만에 대화를 하는 상대에게 "그동안 별일 없었어?"라는 물음에 대체적으로 "별일 없었다"라는 답이 돌아오면 내 자신이 왠지 허전한 느낌을 느낀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의외의 별일을 가지고 살길바라며 나에게 이야기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나'의 마음속에 내제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데....
개인적으로 '나'도 타인에게 별일 없느냐는 질문을 하고 '의외의 별일'을 바란적이 있었던 것같다. 그리고 반대로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도 종종있지만 그 때마다 별일 있으면서도 마치 없었던 것 마냥 "별일 없었다"고 말했던 것 같다. 왠지 모를 자존감/자존심을 지키려고 했던 것도 같다.
그런 이들에게 작가는 "별일은 종종 있지만 그 별일에 흔들림 없이 굳건이 살고 있다!"라고 말하라는데, 이 글을 읽고나서..... 이런 답을 나의 지인들에게 선뜻내놓는다면 "어떤 별일을 가지고 사느냐?"란 질문으로 온종일 날 괴롭힐거 같아서 그냥 "별일 없었다"라고 말하는 것이 현명한게 아닐까? 란 생각이 든다. 만약 나에게 크나큰 별일이 생긴다면 그날 나의 지인중 아무에게나 연락해서 "저, ~~때문에 넘넘 힘들어요. 어떡해요?"라고 먼저 말할게 분명하니깐!! 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음 이야기를 읽었다.
이런식으로 내 머리를 팍팍 쳐주기도 하고 달래주기도 하는 이야기가 다양하게 곳곳에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움이 있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