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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융합 - 인문학은 어떻게 콜럼버스와 이순신을 만나게 했을까
김경집 지음 / 더숲 / 2015년 3월
평점 :
나란 사람이란, 생명과학을 좋아하고살아가면서 과학공부만 죽어라!! 하면 될 것같았다. 그래도 내 일생동안 내가 좋아하는 과목을 모두 배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이 책을 만나게 되기 전부터 살짝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다. 아직도 '과학'이란 학문이 그리고 '생물학'이란 학문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꽤 크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굳이 중고등학생때부터 문과와 이과를 나눠 문과는 어문계열과 사회계열을 가르치고 이과생들은 과학분야와 수학분야를 중점적으로 가리치는 학교 교육 현실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바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 그렇게 든 생각으로 이 "생각의 융합"이란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중고등학생때 이미 역사에 대해 흥미를 수업을 통해, 그리고 분기별 시험을 통해서 철저하게 잃어버렸고, 대신에 과학을 선택했다. 그렇다보니 국사는 그중에서도 "조선시대"에만 국한되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세계사는 기억도 안난다. 세상엔 마치 생물학만 존재하는 듯한 나의 머릿속의 '또 다른 세상'에선 역사는 거의 배제되어있다가 대학에 와서 그나마 '"과학의 역사"는 배우고 싶다.' 란 생각과 생물학 책에서 나오는 짧막한 역사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고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니..... 역사는 과학의 역사와 한국사, 세계사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래저래 유기적으로 엮여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역사와 인문학에 관심이 가게되었다. 물론, 역사라 하면 인류의 시초, 아니 더 멀리보면 지구의 초시, 우주의 초시까지 책을 읽고 공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시작될 그 즈음, 그리고 그때로부터 현대에 오기까지 다양한 생물로부터의 영향, 다른 인류로부터의 영향, 다른 나라로부터의 영향, 내가 속해있는 국가로부터의 영향, 그리고 가장 가까이 가족이나 주변사람들로부터의 영향을 받은 내가 있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은 그리 멀리 가진 않는다. 과거이 역사와 역사적 인물 그리고 현대에 어떤 사람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되었는지를 챕터별로 서술해 놓았다. 그래서 처음보는 사람은 왠지 쌩뚱맞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내가 그랬다.) 당췌 콜럼버스랑 이순신은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영향을 미쳤는지? 코페르니쿠스와 백남준의 관계?, 히딩크와 렘브란트의 관계?, 나이팅게일과 코코 샤넬 그리고 푸틴의 관계?, 두보와 정약용 그리고 김수영의 관계? 등등 이런 사람들이 역사를 가로지르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서로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처음에 들으면 '뭐지?' 싶다. 그러면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호기심"이 발동하는 책이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정말 기대이상이었다. 콜럼버스란 사람이 "신대륙"을 발견하게 된 것이 훗날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의 큰 전쟁인 임진왜란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문학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과학'이란 분야.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보건'분야와 관련한 나이팅게일이 여성으로서 휴머니즘을 실현시켰고, 뜬금없어 보이게도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인 "코코 샤넬"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경위(?)라 해야할까??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한쪽의 생각에 편중되어 서술되어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또한, 아무래도 역사적 이야기가 많다보니 챕터별 이야기를 읽어나갈적에 독자의 지식을 고려해주셨는지 주석이 달려있다. >>요런 화살표와 함께 있는데, 그 주석을 읽는 것 마저 재미있다. 그렇게 느끼는 것은 주로 "주변내용"과 "비하인드 스토리(?)" 등의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역사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 다른 책도 이런식으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서술해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취향에는 잘 맞는다. 그리고 역사에 그간 너무 관심이 없었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언뜻 어디에선가 듣기를.... 역사는 이미 만들어져있는 것이고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들 말은 하지만 사실 역사가 돌고 돌아 반복되기에 역사를 제대로 잘 공부한 사람은 과거에 했던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방향도 잡히게 될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말은 들으면 뭐하나.... 나의 생각으론 그냥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도 몰랐고,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역사공부는 정말 재미도 없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도 잘 못했던 것 같다. 그냥 외우는 것에 치중하여 본질을 잃은 공부만 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이 책에서는 역사를 융합하고 그렇게 끝내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 챕터별 마지막 이야기에 현대의 어떤 문제점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독자를 다독이고 안내한다. 그에 대표적인 내용이라 할 것이 "융합적인 생각을 하는 방법"이라 해야겠지?
또 몇몇 가지의 예를 들면, 신문을 잃지 않는 세대.... 나 역시 몇몇권의 책은 보면서도 신문에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이라 뜨끔 했다. 신문을 잘 읽지 않는 우리나라 현대인에 관해 어쩜 그렇게 잘 알고 계시는지 정말 읽으면서 놀라웠다. 그리고 또 다른 예는 두보의 시에 관한 이야기에서 중국에서는 학창시절 많은 한시를 외우고 졸업하고 나서 활용을 많이 하는 편이라는 것과 김수영의 시를 융합한 챕터에서의 현대인에 대한 충고는 현대인들이 "고독"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 이 챕터를 읽으며 꽤 많은 것을 느꼈다.(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전에 어떤 일본 소설 책에서는 어린아이가 "고독"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던데..... 우리나라 사람은 쓸데없이 "너무 바쁘다". 그리고 한편으론 고독이란 것을 무서워하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