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임당 - 현모양처 신화를 벗기고 다시 읽는 16세기 조선 소녀 이야기
임해리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5월
평점 :
대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나에게 존경하는 멘토로 생각하는 분들이 대략 8명쯤 되었고, 그들을 중 신사임당도 포함되어있다. 개인적으로 멘토로 생각하고 있었던 사임당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과연 무엇을 보고 매력을 느껴서 신사임당을 멘토로 생각하고 존경해 왔던 것일까? '글쎄다...' 내가 왜 신사임당을 좋아했던걸까? 그냥 결혼하면 이름이 없어지고 'O씨 부인'이라 불리는 조선시대였고, 또 그렇게 기록되는 시대에 몇 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녀의 이름과 호는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에 매력을 느꼈던 것같다. (아무래도 '현모양처인 신사임당'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였던 것 같다.) 그리고 어린시절 '신사임당' 이라 적힌 어린이용 위인전을 여러 번 읽으며,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이제까지 좋아했던 것 같다.
아니 사실 그 보다 좀 더 나중에 '남북의 박물관'에 대해 수업을 들을 기회가 생겼다. 그 안에 회화부분이 있었다. 여러 그림들을 보면서 그림을 보는 방법 구도 등을 배웠다. 회화중에서도 '신사임당'이 많이 그렸던 초충도를 비롯한 '기명절지화'에서 우리나라의 남/북한 두 곳 모두 신사임당의 그림을 소장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은 현재 그녀에 대해 알려져 있는 '현모양처'말고도 다른 모습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였고, 이 책이 사임당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주길 바랬다.
이 책에서 나온 신사임당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던 그런 모습과는 달랐다. 좀 많이! 일반적으로 알려져있는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모습과 율곡이이의 어머니의 모습이 강하게 그려져 있었기에 난 그저 '현모양처'인 신사임당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 안에 각인되어있는 '현모양처'인 신사임당의 모습은 이데올로기 시절 일본인이 사람들을 쉽게 지배하기 위해 '군국의 어머니'로 둔갑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현모양처'는 일제 감정기에 조선에 강제로 주입된 개념일 뿐. 조선시대에는 '열부효부'의 개념만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 분의 진짜 매력은 일제의 편의를 위해 짖밟혀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단순한 '현모양처'가 아니여서 다행이다. 그랬으면 아마 난 더 이상 신사임당에 대해 우호적인 마음은 오래 갖고 있지는 못했을 것 같다.
신사임당의 인생은 참 파란만장했던 듯하다. 좋은 부모를 만나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학문의 수양을 쌓았고 회화도 했다. 그리고 너무 아끼는 딸이였기에 좋은 곳에 시집을 보내려는 부모의 욕심으로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진 '이원수'란 남자를 만나 시집을 가서 초기에는 행복한 듯 살았지만, 그 남편의 성격 때문에 참으로 불행하게 살다간 신사임당이다. 신사임당의 본 이름은 신인선으로 어린시절 스스로 당호를 짓는다. '사임당' 이 당호가 그녀의 목표였던 것이다.
'사'라는 뜻은 덕으로써 사람을 깨우치게 하는데 있다는 것.(중략)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 태임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박식하고 현명하고 엄격하며 의롭고 자애로움을 모두 갖춘 여성으로 추앙되는 인물. (중략) 사임당은 문왕의 어머니를 본받으려 했다기 보다는 태임은 현명한 어머니이기 이전에 모든 것을 두루 갖춘 군자의 풍모를 지녔던 인간상. (중략) 사임당이 지향했던 것도 '어머니'보다는 '군자의 풍모'였다.
'사임당' 75-77p
여성으로 태어나 군자의 삶을 꿈꾸며 회화를 그리고, 글을 쓰고 자식들도 모두 잘 가르치고 키워냈다. 남편만 좀 더 좋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삶이 달라져 정말 군자처럼 살 수 있었을 텐데.... 좀 더 미래 후손들의 눈에 '그 시대의 리더'라는 사실이 눈에 확! 띄었을 텐데.... 모든 것을 회화와 글을 쓰면서 깊은 속내를 승화시키면서 살아갔다는 사실이 아쉽다.
사임당과 더불어 허난설헌이 동시대에 살았다. 사실, 이 사실을 진작에 깨달았더라면 알려져 있는 신사임당의 삶이 뭔가 좀 이상한 것이란 사실을 좀 더 빨리 눈치채고 사임당에 대해, 허난설헌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을 텐데 늦은감이 있다. 암튼, 허난설헌도 신사임당과 비슷한 삶을 살고 갔다. 조선시대의 여성의 비극(?) 이라고 해야할까? 배운것도 있고, 많이 알고는 있으나 남자들에게 밀려 빛을 보지 못한 그녀들... 그리고 남편 복은 어찌나 없는지 고생만 하다가 세상을 떠난다. 그나마 다행이랄 것은 그들이 남겨놓고 간 것들로 부터 후손들이 정보를 얻고 그들이 멋진 조선시대의 여성들이 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뿐이라는 것일 듯하다. 그냥 내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조선시대의 성인군자를 꿈꿨던 여성들은 아무리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고 (아니 그런 남자가 조선시대에 존재하기나 할까?)하더라도 허난설헌만 못할 것이고 신사임당만 못한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진 신사임당 슬하의 자식들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율곡 이이'. 그의 삶에서도 참 배울 것이 많았다. 뭣보다 이 책에서는 신사임당에 대한 자료가 그리 많지 않기에 율곡이이의 자료를 많이 인용하고 있고, 율곡이 기록을 잘 해놓은 덕에 신사임당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더불어서 어머니의 가르침을 잘 이어받은 덕에 평생 더불어 살고, 가족끼리는 돕고 사는 것이라는 것을 삶을 통해 제대로 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아무래도 '교육의 중요성'인듯 하다. 현대인들의 삶을 보면 초중고등학생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여념없이 공부를 하지만, 막상 대학을 입학을 해도 취업에 눈이 멀어 제대로 된 인성교육같은 것은 받지 못하고 사회로 덜컥 나가게된다. 그러다보니 연령에 관계없이 반인륜적인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세상이 문란해 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반면, 비록 세상을 향해 큰 소리를 외치지는 못했지만.... 소혜왕후, 신사임당, 허난설헌 등 생각이 있는 과거 조선시대 여성들은 소혜왕후의 경우에는 내훈을 편찬하고 신사임당은 어머니에서 자식으로 학문을 가르치고 남녀 평등하게 교육을 하여 세대를 거쳐 훌륭한 인물을 많이 낳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자기 자신들의 이름도 먼~ 후손들에게 알리게 되는 결과는 낳은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