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것들 - 슬프도록 아름다운 독의 진화
정준호.박성웅 외 지음, EBS 미디어 기획 / Mid(엠아이디)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독한 것들. 독을 가진 생물은 참으로 세상을 독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을 슬프고 아름답게 표현한 이 책. 나에겐 솔직히 말해 너무 무서웠다. 소위 '독'이라고 말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동물은 '뱀'이다. 세상에서 난 뱀을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그리고 뱀 그림만 보아도 경악을 하고 몸이 굳는 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라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실, 이 책도 읽지 않으려고 했었다. 뱀을 무서워하는데 독을 가진 생물들 중에 뱀이 빠질리가 있으랴? 물론, '뱀'이라는 이 한단어만으로 그렇게 몸서리치게 싫어하지는 않는다. 나의 경악과 경직은 항상 그림과 동반된다. 그것이 독을 가진 뱀이면 더욱 심각해지며, 밤에 꿈까지 꾼다. 이 책을 맨 처음 손에 넣고, '설마.....'라며 몇장 넘기다가 책을 떨구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무서워서.... 그리고 정신을 차린뒤 가장 먼저 한 일은 한 손에 포스트잇을 손에 쥐고, 조심스레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뱀이 나온 부분을 가려주는 것. 정말 그렇게 빠짐없이 가린 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그것도 밤에는 못 읽고(꿈에 나올까봐...), 오늘 낮에 모두 읽었다. 정말, 왠만한 것 무서워하지 않고, 왠만해서는 호들갑 떨지 않는 내가 사진 하나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종이로 가릴 정도라니.....  이 이유는 당췌 무엇일까? 나는 뜻하지 않게 그 이유도 이 책을 읽으며 답안을 찾을 수 있었다.


  '독'이란 과연 무엇일까? 앞서 말한것 처럼 '독'을 말하면 연관 단어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뱀이다. 그리고 뱀을 생각하면, 독을 가진 뱀의 턱은 삼각형이고, 독을 가지지 않은 뱀은 유선형이라고 언뜻 어떤 책에서 보았던 것을 기억한다. 왜 기억하냐면, 혹시나 뱀을 만나서 물릴 위험에 쳐했을 때, 판단이라도 잘하려고... 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뱀 말고도 미생물, 식물, 포유류, 조류 ..... 정말 다양한 생명체들에게 독이 존재한다. 그리고 때론 사람이라는 생물이 인공적으로 개발한 약물이 사람에게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렇게 존재하는 유형이 다르듯 독은 체내에 작용하는 부위에 따라서도 4가지로 나뉜다. 첫번째, 유전독성으로 DNA를 손상시키고 염색체의 형태에 영향을 주어 돌연변이가 생기게도 하고, 염색체에 이상을 일으키는 독이다. 두번째는 혈액독이다. 이는 혈액 내에 있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에 작용하는 독이다. 세 번째는 면역독이다. 면역독은 면역계에 작용하는 독이다. 마지막으로 신경독소가 있는데, 이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독소이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책의 22-29쪽에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개인적으로 미생물에 대한 공부는 했기때문에 페니실린의 작용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독이 이렇게 다양한 체계를 가지고 생물-생물 상호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좀 놀랍니다.


  그리고 동물들 중에서는 개체가 독을 생산해 내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독이 있는 물질을 섭취하여 독을 얻는 동물도 있었다. 그리고 제 아무리 독한 생명체 일지라도 천척이 되는 동물들이 존재하여 먹히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관계가 충분히 얽혀 있다는 사실이 '생태계의 신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공부할 수 있는 인간이란 생물로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책을 읽으며,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곳에서 가끔 그 포스트잇이 떨어져서 '식겁'하면서 이 책을 읽어나갔지만, 전체를 읽는 내내 가슴이 막막 두근거리고(무서운것도 그렇지만, 너무나 흥미로워서), 뒷 이야기가 계속되길 바랬던 책도 드물었던것 같다. 한마디로, 생각보다 이 책은 너무 짧게 끝났다.

  책에서는 독한 생존을 하기 위해 독을 만들고 더 맹독으로 진화하려고 노력한 동물들(독화살개구리, 사탕수수두꺼비, 코모도왕도마뱀 등)에 대한 이야기와 경쟁을 하기 위해 다른 생물체로부터 독을 얻어내고 독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몸을 진화시키기도 하고(특히, 몸을 진화시킨 폭탄먼지벌레와 잎을 진화시킨 짐피짐피 나무) 생존을 위해 먹이를 독성이 있는 먹이만 먹는 코알라 등 다양한 '독'의 진화를 볼 수 있었다. 더불어서 과거 임신테스트기가 없던 시절 사탕수수두꺼비의 활약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생긴건 정말 못생겼던데....;; )


  마지막 장은 '인간과 독' 이라는 장으로 '독'이란 것의 인간의 손에 의해 다양하게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신약으로.... 때로는 미용, 성형에도 독이 사용된다. 예를 들면, 주름살을 펴주는 보톡스. Clostridium botulinum(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늄)이라는 지독한 독성을 가진 식중독균을 최대한 희석하여 사람의 피부에 주입하면 주름살이 팽팽하게 펴지는 효과를 나타낸다. 아무래도 독소라 부작용이 만만치 않지만, 미용을 위해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이렇듯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독'의 활용은 꽤 커져가고 있다. 물론,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들은 이미 몇천년 몇만년 전부터 공생관계로 맺으며 살아왔다는 사실은 더욱이 놀랍니다. 더욱이 사람도 독성물질이 가득한 환경에서 나름 적응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접했는데, 사람이 독이 있는 생물보다 더 무서운 '독한 생물'이라는 맺음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뱀을 유독 무서워하는 이유.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는데, 이 오감 중에서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은 시각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시각적 진화는 '독'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나도 뱀을 싫어하지만, 뱀을 좋아라 하는 사람도 극히 드물다. 실제로 본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섬짓하여 방어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이 반응은 인류의 기원보다도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영장류의 진화환경을 보았을 때, 그리고 현재 원숭이의 살아온 환경을 볼 때, 색을 구별할 수 있는 시각이 좋은 원숭이가 사는 곳에서는 독사와 같은 뱀들이 살고 있는 환경이었다. 반면 색을 구별하기 어렵고, 눈이 나쁜 원숭이 집단에서는 독사의 존재가 없었다고 한다. 인간도 같은 맥락이 아니였을까 싶다. 오늘날에도 인간은 독사에 대한 피해가 많이 일어나고 있을 뿐더러 시각의 발달은 그들을 피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었나 싶다는 주장이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뱀을 다른 사람보다도 무서워하는 이유를 비록 주장이기는 하지만, 근거가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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