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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다래, 재배에서 발효까지 - 이평재 명인에게 배운다
이평재 지음 / 창해 / 2025년 3월
평점 :
어느날엔가 우리 가족 밭에 키위나무가 생겼다. 울 부모님이 심어두셨다는데, 언제 심었는지 잘 모르는 키위나무. 나도 그렇지만, 그냥 평범하게 사는 현대인들은 키위나무가 다른 말로 "다래"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농사키를 지으면서 다래가 키위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런데 키위가 다래라고 말하긴 어렵다. 다래의 범위가 키위보다 넓다.
한동안 나는 우리밭에 있는 키위나무에게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키위나무는 암, 수 두 그루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근데 암나무 하나밖에 없어서 어차피 열매도 안달리는거 나중에 수나무 생기면 그때 관심을 가져야지~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수나무도 없는데 키위가 달렸다. 그 순간 키위에 대해서도 다래에대해서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을 운명적인 시점에 만나게 된 듯하다.
이 책을 쓴 이평재 작가님은 회사를 다니다가 IMF도 겪고 주저앉고 싶지 않아서 귀농, 귀산을 하게되었다고 한다. 정말이지 인생에 진취적으로 사신 분이란 생각이 많이 드는게, 토종 다래를 연구하고 그 연구를 바탕으로 이렇게 책까지 쓰셨다는 것이다. 요새는 농업진흥청이나 관련 관공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왠만한 작물에 대한 정보는 많이 나오는 편이긴 한데, 주로 토종 보다는 주변에서 많이 소비되는 작물들에 대한 자료가 가장 많고, 나머지는 이따금 현실성과 떨어지거나 그것도 못한 자료, 아님 자료가 아예없는 작물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토종 다래"를 직접 키우고 가꾸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책은 미래의 토종다래 농부, 아니 현실의 예비 농사꾼인 나에게도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 수나무가 없는 키위나무에서 왜? 열매가 달렸는지는 아직 미스테리 하지만, 그 키위나무 뿐만 아니라 그냥 다래나무도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조금 거리가 있는 이웃집에 다래나무가 있는데, 아직 맛보지 못했고, 먹어보라해도 관심이 없어서 먹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래의 역사부터 시작하여 농업 철학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읽어보니 작물들에게 더욱 세심하게 잘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토종 다래, 재배에서 발효까지>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아무래도 "병해충 방제"가 아닐까 싶다. 그저 농약이 아니라 친환경적으로 효과적이게 방제하는 방법들이 담겨있다. 추천 약제들이 정말 친환경적인지는 앞으로 차근차근 찾아보아야 알겠지만, 다래나무에 병충해가 생길 만한 것들을 모두 기술해 두어서 다래나무나 키위나무를 키우면서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수 있을 것같다. 그 이외에도 많은 다래에 관한 정보들이 담겨있으니 필요하신 농업인 분들은 찾아보시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을 읽고 감명받은 것은 토종 다래를 계속 연구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보와 저자의 인생을 담아 책을 냈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나만의 작물을 결정하고 매년 연구해 나가면서 나만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나만의 작물에 대한 책을 낼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종 다래 뿐 아니라 다른 작물을 키우고 계신 현 농업인 분들도 책 한 권씩 내주어 한국의 식문화와 재배기술들이 더욱 발전하여서 더이상 외국에 뒤지지 않는 한국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