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오늘도 보건소로 출근합니다 - 오늘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모든 사람에게
김봉재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코로나 19의 시대. 코로나가 시대를 나눌것이다. 라면서 포스트코로나(Post-COVID)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나'가 병원에서 본격적으로 임상병리사 업무를 시작하고나서 근 6개월만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지은 저자는 17년간 임상병리사로 살아온 대선배님이시다. 그래서 대선배님의 말씀! 잘 읽어보고 싶어서 책을 선택했다.
솔직히 임상병리사가 책을 쓴다? 이건 예전부터 바래왔던 일이었다. 누군가나 내가 임상병리사와 관련한 에세이나 소설을 써서 이름좀 날려주면 좋겠다. (내이름을 날려도 좋다.) 였다. 그도 그럴것이 인터넷서점에 '간호사'를 검색하면 많은 종류의 문제집과 이론집과 더불어 에세이집이 몇권 나온다. 그런데 '임상병리사'를 검색하면 낯익은 문제집과 이론집만 나온다. 그게 학생시절때는 매우 편한 일이었지만 '임상병리사'가 된 지금은 좀 서운하다. 그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는 듯하다. 이제까지 예비임상병리사나 현 임상병리사들을 만났을 때 그들 중에 글을 좀 쓴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쓴 글 읽어보았으나 재미가 없었다. (한마디로 임상병리사는 자신이 알고있는 것에 비해 글을 참 못쓴다. )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임상병리사 전체 집단의 발전에 있어 한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꿈은 죽기전에 임상병리사 혹은 '검사(檢査)'에 관한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고 갈 생각이다. (대박치면 좋겠다.)
책 내용은 나에게 있어 그리 참신한 내용은 없었다. (아쉽게도) 그러나 임상병리사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었고, 보건소 업무에 관한 내용에 있어 깨달은 바가 많다. 개인적으로 보건소 공무원 중 임상병리사의 업무에 관해 그리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통해서 보건소의 임상병리사에 관해 알게되었고, 뭐랄까.... 병원 업무에 있어서 흔하지 않지만 요즘같은 코로나 19시대에 보건소 직원을 만날 일이 생기는데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현 병원(의원, 병원, 대학병원, 전문병원 등 모두) 에서 중대한 법정감염병이 나오면 보건소로 신고를 해야한다. 그 뿐만 아니라 행정업무에 검사실업무에 참... 몇글자에서 일반사람이 읽었을 땐 보이지 않는 그 업무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보건소에서 지역보건에 힘쓰시는 분들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17년 선배님의 마인드에 대해 배울 것이 많았다. 처음에 임상병리사 면허를 받고, 꿈에 부풀어있었다. 환자들의 질병을 조기 발견하고, 특정 질병 환자에 있어 예후가 좋은 결과가 나오길, 그리고 정확하고 빠른 검사결과를 도출해는 등 그런 임상병리사로서의 꿈, 희망 말이다. 그런데 일하다 보면 정말 온갖 환자를 다 만나곤 한다. 긍정적인 환자들에 대해서는 인상적인 생각도 들지만, 때로 부정적인 환자를 만나면 그날 기분이 언짢을 정도로 안좋아지곤한다. 그렇게 되면 다른 업무에도 지장이 올 수 있어, 업무에 대해 어느 순간에는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게 되어 거의 기계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그것을 최근에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의 목표를 다시금 상기시켜보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임상병리사와 관련한 서적들이 이렇게 하나 둘 늘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코로나도 빨리 종결을 맺어 전국의 임상병리사의 업무가 조금이나마 줄어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