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들은

                                          칼릴 지브란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을 거쳐 태어났지만 당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닙니다.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에게 속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생각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자기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육체의 집을 줄 수는 있어도

영혼의 집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고 당신은 그 집을

결코, 꿈속에서도 찾아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아이들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건 좋지만

아이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삶이란 뒷걸음쳐 가는 법이 없으며,

어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

 

큰애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마음속에 담아두고 내심 '옳다'고 생각하며 자녀교육의 등대로 생각했던 싯귀다. 상담이론 중에서도 로저스의 인간중심 상담이 마음에 와닿았던 때이고...지브란과 로저스가 자녀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 시로써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

가끔씩 생각나는 유아영어교육 프로그램의 한 대목;

          아이가 학교에서 상을 받아서 기뻐하며 엄마에게 보여주었다. 

          엄마:(기뻐하며) "It's good for you!"

신선했다. 우리나라 엄마 같으면 대부분 "잘했어!" 라고 할텐데... 우리는 아이가 잘하면 가족 전체의 경사고, 못하면 가족 전체의 불행인걸... '너를 위해 잘된 일이야' 같은 cool 한 생각을 하는 엄마가 얼마나 될까? 나도 이렇게 cool한 엄마가 되고 싶었더랬다...

큰애가 중학교 3학년이고, 둘째가 초등 4학년, 막내가 1학년인 지금, 전처럼 이 시도, 그 대사도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내가 좀더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가기 때문일 거다. 서양의 가족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줄어들고, 좋건 싫건 간에 한국 사회와 우리 시댁 가족 문화의 현실을 수용하게 된 건지도...아노미 상태에서 조금 벗어나서, 전보다는 '기가 막혀서...'라고 생각되는 상황이 많이 줄었다. 나이가 먹어가나보다.

친구도, 남편도 자주 이야기 나누다보면 서로 의견이 조정되고 가치관도 변화해 가는데, 하물며 의식주를 함께 하면서 기쁨과 눈물, 한숨을 진하게 나누는 자식들과는 생각을 안 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특히.(나처럼 만들고 싶지 않아도...) 다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친구들과 선생님, 이웃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들과 생각을 교류하고 부모의 생각도 비판해보는 과정을 거쳐 자신의 사고체계를 다듬어 나가는 것이겠지.

지브란이 경계하는 것도 '부모 생각이 옳으니까 너는 그대로 하기만 해.'라고 강요하지 말라는 이야기겠지?

부모가 아이에게 '내 생각은 이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가정도 하나의 사회이기 때문에 지켜야할 예의와 질서가 있고, 아이들이 어렸을 경우, 가정을 이끌어가는 쪽이 부모이므로 부모가 바라는 원칙들을 아이들에게 분명하게 알려주어서 그것을 존중하고 지키는 마음가짐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때도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다만, 원칙이라는 것이 너무나 high standard라서 아이들을 얽매지 않도록 융통성있게 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겠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될 것 같다. (이런 것들도 아이를 갖기 전에 미리미리 생각해 두었더라면 아이 키우기가 덜 힘들었을텐데...-'내 생각이 옳다'라는 무의식적 오만과 '남편 생각은 고루해.'라는 편견을 가졌던 나의 한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 가을, 집을 대대적으로 수리하고나서 겨우내 우울+짜증으로 머릿속이 #$%&* 상태였다.  치매나 심장병 아닌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24시간 심전도 검사까지 해봤는데 의사선생님 말이, 아무 이상 없으니 걱정말고 운동하라고, 50대에 골다공증같은거 안걸리려면 지금부터 운동하라고, 그것만이 살 길이라고 한다.

 막내가 초등학교 들어가서 아침에 유치원 가느니 안가느니 씨름하지 않아도 되고, 둘째가 엄마의 짜증을 받아들여 말수가 좀 졸어들고, 시츄 몽몽이가 쉬야를 어느정도 가리고, 큰딸이 공부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 걸 보는 요즈음 머릿속 안개가 조금 개이는 듯하다.

 아이들에게 말없이 많은 걸 받아주는 모습을 보이면 저희들도 말없이 협조적이어질 줄 알았다가 아이들이 제멋대로인 듯 느껴지자 우울했더랬다. 요즈음에서야 내가 아이들에게 '협조적인 척' 했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는 '내비두는' 타입이면서... 심하게 말하자면 방임 수준... 얼른 시간이 지나고, 자라기를 바라며... 남는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싶어서...쯧.

 한동안 둘째의  '엄마는 먹으려고 살아요? 살려고 먹어요?'라는 질문에, "글쎄? 어느 쪽일까? 둘 다인 것도 같고... "라는 생각이 들만큼, 신나는 일도 없고 의미있게 생각되는 일도 없었다.

 이제는 "재미없지만 보람있는 일(집안일, 아이들 공부 봐주기^^)도 하고, 별 쓸모는 없지만 재미있는 일(둘째딸에게 피아노 배우기, 만화교본 보며 따라 그리기, 책읽기)도 하려고 먹지."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일과 사랑, 우정 그런 것들을 조화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는데...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도 포함해서...

 일단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적극적으로 검진과 치료(필요하다면)를 받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사는 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일과 운동과 취미생활과 사회활동을 조화롭게 조절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생일'  중에서

       시법 

                           아치볼드 매클리시

시는 둥그런 과일처럼

만질 수 있고 묵묵해야 한다.

엄지손가락에 닿는 오래된 메달들처럼

딱딱하고

새들의 비상처럼

시는 말을 아껴야 한다.

시는 구체적인 것이지

진실된 것이 아니다.

슬픔의 긴 역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텅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

사랑을 위해서는

비스듬히 기댄 풀잎들과 바다 위 두 개의 불빛

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단지 존재할 뿐이다.

..................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가 저자의 글쓰기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창작론인 것처럼, 이 시도 시법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시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지금 내 마음이 '진실된 것'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고, 오감으로 느끼는 것들과 그에 대한 풍부한 표현'에 목마르다.

'생일' 책은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읽을 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하고 마음을 부드럽게 해 주는 예쁜 책이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서점에서 눈에 띄어 샀는데, 마음에 쏙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여름방학부터 지금까지 아껴가며 읽은 책이다. '아껴가며' 라고는 했지만, 실은 책읽을 시간이 부족하고 읽는 속도가 느려서 오래 걸렸다. 도정일, 최재천 두 교수의 해박한 지식에 경탄하고, 특히 도 교수의 예리한 문제 분석과 쌈박한 정리, 그리고 답변 방식에 매료되었다.

시간 되면 천천히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책이다.

마지막 결론-'경쟁을 넘어 협동으로'를 마음에 새기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랫만에 쓴다. 마음이 산란해서 무얼 어떻게 쓸지 가닥이 안 잡혔었다.

지난주 토요일-일요일 집단상담에 참여하고 왔다. 우리 상담소에서 개설한 심리상담사 2급과정의 마지막 과정인데, 이장호 교수님께서 촉진자로 와주셨다.

아이들을 떼놓고 외박하기는 결혼하고나서 처음이라 들뜨기도 하고 약간은 걱정도 되고, 시간 생긴 김에 팍 다른데로 새어버려? 라는 충동도 잠시 일었다.

요즈음 남편 태도가 많이 누그러졌는데, 상담 가기로 한 날이 다가오면서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금요일에는 옷사줄까? 어디로 갈까? 하면서 같이 사러 가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쇼핑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남편이, 게다가 내 옷을 사러 같이 가겠다니... 자기 옷도 귀찮아서 안사면서...이건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 걱정 말라고, 자기가 알아서 잘 돌볼테니까 잘 다녀오라고 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 전화하니까 '엄마 수고하고 오시는데, 맛있는 거 사드리자.'라고 아이들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상담 끝나고 맛있는 거 사 주고, 엊그제는 대전까지 가서 옷을 사줬다.

요즈음 들어 남편이 다정하게 하고, 조금 남은 얼음부스러기는 상담 받으며 스러지니까, 그동안 마음속에 남아있던 억울함이 스르르 녹아 내렸다.

앞으로 문제가 또 생기는게 당연하겠지만, 문제가 생기고 상처가 생기면 그것이 처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화와 억울함과 속상함은 100% 내 마음속에서 털어내기로 마음이 먹어졌다. 깨끗이 용서하자. - 해가 서쪽에서 떴으니까!

그러고나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출근도 늦게 하고 해서 나를 답답하게 만들던 남편이 이제는 안쓰럽게도 느껴진다. '요즈음 웬지 영화가 재미있어졌다.'면서 상당히 감성적이어진 남편. 가끔씩 우울해 하거나 의욕이 없어 보일 때 안쓰럽다. 내가 상처받은만큼 남편에게 되돌려 주었을 내 마음의 가시들이 이제는 더 잘 보인다.

결혼하기 전부터 늘 마음을 무겁게 만들던, 그래서 답답해서 털어놓을만한 사람만 만나면, 혹은 찾아가 만나서 주요 레파토리로 털어놓곤 했던 남편에 대한 원망과 불만들... '남편 때문에'라고 생각했던 많은 괴로움들이 사실은 '나 때문에' 생겼고, 커진 면이 있다는 걸 느끼겠다. 마음으로.

상담가가 되겠다는 목표도, 남편에 대한 원망도 마음에서 사라지고 나니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이,  딸꾹질이 멎었을 때의 그 느낌과  비슷하달까?

그러고보면 내 주요 관심사가 이런 부정적인 감정의 해소였던만큼, 몇 년간 상담공부와 마음 공부에 집중해서, 그 외에는 화제거리가 별로 없으니 참 재미없는 사람이구나 싶다.

내가 목표가 사라져서 우울하기도 하고 허전하다고 했더니, 나를 잘 아는 오랜 친구가 상담 안하기로 한 거 잘 했다면서 '즐겁게 살기'를 목표로 삼아서 즐겁게 살으라고 '덕담'을 해주었다. 악기도 한가지쯤 배우고 운동도 하고 감정을 분출하고 해소하는 활동을 하라고...그리고 에너지가 되면 몸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해보라고...아줌마들이랑 어울려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하는 가벼운 봉사활동을...

귀가 솔깃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