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자의 차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6
연여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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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름 #부적격자의차트 #현대문학 #PIN장르
이 책은 #현대문학 으로부터 지원 받았습니다.

2692년. 방벽으로 둘러쌓인 중재도시. 생애 한도가 있는 세계에서 갑작스런 오류사건으로 실무자들의 대다수가 사망하면서 40세였던 생애한도가 40세 6개월 8일로 변경된다. 중재도시 안에서는 균형제라는 약물을 통해 욕망과 감정을 통제하는데, 모든 질문은 개인적 결정이 아닌 메뉴얼과 중재자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세계이다. 자연 출산 없이 배양센터를 통해 인구를 조절하고, 실무자가 사용하던 이름은 생애한도를 채워 소거되면 뒤이을 예비 실무자에게 이름과 직무 모두 대물린된다.

중재자는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최적의 나이를 계산하고 누구든지 그 나이에 도달하면 존엄 소거라는 이름으로 제거 된다. 하지만 결점을 일곱 번 누적한 부적격자들은 생애한도와 관계없이 즉시 소거된다. 결점은 욕망과 감정의 통제, 꿈을 꾸어서도 안되고, 관리(감시)도구인 모세를 항상 착용 해야 한다.
세인은 무결점 실무자로 불리는 사람이다. 존엄소거 하기전 차트를 작성하는 일을 하지만, 생애 연장 후 사고로 인해 중재도시의 규칙을 잊은 레드와 예비실무자인 이폴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하지만 세인은 머리속에 남아 있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존엄 소거 까지 숨기고 살고 싶었던 사람이다.

인간의 효용성을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재자의 뜻대로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고 개인 적인 생각은 하나도 없이 매뉴얼과 명령에 따라서 사는 삶은 어떠한 만족감도 줄 수 없을것이라는 생각과, 어쩌면 모든 것을 버리고 그냥 규칙대로 살아가는게 그들이 행복을 찾는 방법이었나? 행복이라는건 있는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자가소거를 선택한 사람들과 모방 심리를 보면서, 인간의 내재된 감정과 생각은 어떤 식으로든 제거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했다. 초고령 사회를 나아가는 지금, 삶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제목인 부적격자의 차트는 부적격자인 사람이 쓴 차트인가, 부적격자에 대한 차트일까.

p.47 근처에서 누군가가 자가 소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뒤 스스로를 소거했다. 마치 유행병 같았다. 중재자는 충동이라는 오류 현상으로 원인을 정의했다.

p.53 그럼 내일 당장 소거될 사람에게도 균형제를 처방한다는 거야? 하루를 위해서?

p.77 실무자가 차트를 작성하는 이유는, 그 차트를 중재자의 학습 기록과 비교했을 때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 해도 완전한 합리에 도달할 수 없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예요. 실무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합리를 뒤로하고 군더더기를 붙이곤 하니까요.

p.154 그 속으로 걸어나갈 시간이었다.
허구이자 곧 진실인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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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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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문학 으로부터 지원 받았습니다.

미시마 유키오(1925~1970)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진 못했지만 여러번 후보로 거론되었던 작가다. 가면의 고백과 금각사를 읽었는데 문장이 너무 좋아서 밑줄을 많이 그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작가가 쓴 편지 교실이라니! 전화가 생겼지만 목소리를 들으면서 통화 하는 것 보다 편지로 소식을 전하는게 익숙한 다섯명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가 쭉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제별로 주고받은 편지들이 나오는데, 일상의 거의 모든 일들을 편지로 주고받는 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웃음도 나고 어이 없기도 하다. 일상, 연애, 돈을 빌려준다던지, 아픈 사람에게 위문편지를 보내기도, 불륜과 음모에 관해 편지를 주고 받기도 한다. 읽다보면 피식피식 웃게되는데, 그 시대의 일본의 유머는 이런거였나? 라는 생각도 든다. 정중히 돌려서 얘기 하는 스킬도, 답장을 보내면서 편지에 대한 평가까지 일상에서 이렇게 주고 받았을만 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편지를 쓰는 실용적인 가치에 중점을 둔 것인 것이 아니라, 타인에 관심을 가지는 생생한 편지글의 예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희노애락이 모든 담긴 이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나는 편지를 어떻게 썼었나 생각해 보기도 했다. 손글씨로 편지를 써서 부친게 언제 였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돈을 빌려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 중
p.46 명쾌함에 대해, 프라이드에 대해 돈을 지불한다면 주는 사람도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다음엔 똑같은 수법으로 나와도 안 돼요.

연적을 비방하는 편지 중
p.97 전 정말 언짢아요. 언짢아. 언짢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와 총애하는 고양이를 꼬집었는데, 화난 고양이가 저를 할퀴어서 손등에 상처가 났습니다. 나쁜일이란 연이어 일어나는 법입니다.

연하장 속 불길한 편지 중
p.126 부디, 제발, 저의 다케루를 저에게 돌려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당신처럼 젋고 아름다운 분에게는 앞으로 얼마든지 애인이 생기겠지만, 제게는 이게 마지막 사랑입니다.

가정의 분란에 대해 푸념하는 편지 중
p.244 남자가 있는지 알아보았지만, 남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물욕만 있는 여자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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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프라하 도시 산책 시리즈
최유안 지음, 최다니엘 사진 / 소전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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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프라하 #최유원 #최다니엘 #소전서가

이 책은 #소전서가 에서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일파만파독서모임

카프카 하면 떠올리는 책은 대부분 ‘변신’ 이라는 단편이다. 그림과 함께 아이들도 알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은 생각처럼 쉽게 기억나지 않는다. 얼마전 독서모임에서 카프카의 실종자를 읽을 계획이었는데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어려운 카프카를 읽어 내려가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이 책은 카프카가 살던 도시를 여행하면서 카프카의 흔적과 만나는 이야기이다. 여행에세이로 보면 될 것 같은데, 다섯가지 길을 주제로 카프카가 태어나서 자란 동네, 학교를 다니고 일을 하던 곳들을 시기와 함께 사진과 글로 보여준다. 각 길과 함께 마지막에 언급되고 있는 단편소설들은 카프카의 삶을 좀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러 사진 중 처음 본 1898년의 카프카의 학급사진은 평소에 봤던 사진보다 건강한 모습이라 반가웠다. 프라하는 카프카가 태어나고 죽을때까지 지냈던 도시이기도 하지만 늘 벗어나고 싶었던 도시이기도 하다. 지금 카프카의 묘지도 프라하에 있는데, 애증의 관계였던 부모님과 함께 안장되어 있다고 한다.

카프카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하기엔 많이 읽진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카프카의 소설들을 다시 열어보게 되었다. 언급된 책 중에서 가장 먼저 읽고 싶었던 건 카프카의 초기 작품인 ‘어느 투쟁의 기록’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는 고단함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아서 처음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카프카의 마음을 좀더 이해하게 될 것 같다.

‘도시를 누리는 가장 문학적인 방식, 소설가의 산책길을 직접 걸어 본다’ 라는 이 책의 소개처럼카프카의 세계를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 책에 소개된 짧은 단편들도, 편지들, 다른 소설들도 모두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카프카가 자신과 다른 아버지를 싫어하는 것만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브로트를 좋아했다면, 그러니까 아버지를 향한 마음과 브로트를 향한 마음이 방향이 다를 뿐 비슷한 이끌림이었다면, 어쨌든 나는 카프카 사후에 그를 앞세워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막스 브로트를 만나 한번 물어보고 싶다. 카프카에게 당신이 아니라, 당신에게 카프카가 어떤 존재였느냐고. - P166

문학을 생의 전부로 알고 살았던 카프카가, 문학을 할 때 가장 행복해했던 그가, 그래서 문학에 타협점이란 없었던 바보 같은 그가 내게 겹쳐 보일 때도 있었다. 그것이 어쩌면 내모습일 테니까. 그러니 앞으로 어떤 일이 다가오더라도, 마음 깊이 나의 문학을 책임지겠다고, 그것이 소설가로서 내가 이 땅에서 할 수 있는 그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약속일 거라고.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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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 아포리즘 시리즈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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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핫'한 철학자라면 단연코 쇼펜하우어가 아닐까.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잘 모르지만 염세적인 철학자이고 '산다는 건 괴로운 것' 이라고 말했던 철학자라는 것만 알고 있다.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음악과 철학, 문학, 심리학에 심취했다고 한다. 

이 책은 약간 조언 느낌으로 읽은것 같다. 인생에서 이럴때도 있지, 이렇게 해야하나? 이런 질문들을 가지고 읽었다. 번호로 매겨진 짤막한 글들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한것 같다. 


18 지루할 때는 시간을 알아채지만, 즐거운 일을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가장 적게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 

- 내 자신이 존재함을 느낄때 지루한가? 내 자신의 한계를 알아서?


56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결코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 인간의 삶이라는건 알 수 없는 일이지. 


58 명성이란 본래 어떤 사람을 다른 모든 사람과 비교하는 데서 생긴다. 명성이란 본질적으로 상대적이며, 그 때문에 상대적인 가치만을 가진다. 

- 알지만 어쩔 수 없는 명예욕. 본디 불안이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생기는 법. 


119 자기 생각의 원천이 막혔을 때만 책을 읽어야 한다. 반면에 책을 손에 들고 자신의 힘찬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은 성스러운 정신에 맞서는 죄악이다. 

-난 늘 생각이 막혀 있는가? 아니면 매일 죄를 짓고 있는건가? 


191 약을 너무 많이 복용하면 목표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 훈계와 비판도 한도를 훨씬 넘어서면 이와 마찬가지이다. 

- 애한테 화내지 말자. 


254 세계의 본질을 인식한 사람은 죽음 속에서 삶을 보지만, 또한 삶 속에서도 죽음을 본다. 

-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지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서평 쓰려고 다시 들춰 보니 내가 썼지만 우스운 한줄 메모들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이라기 보다. 그냥 이렇게 내 삶과 연관해서 읽어 나간것 같다. 


책을 완독했지만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담없이 쇼펜하우어를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메모를 하면서 읽는것도 나중에 다시 읽게 되면 재미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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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진열실 을유세계문학전집 13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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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진열실 #발자크 #을유문화사 #인간극 #고전문학

이 책은 #을유문화사 에서 #도서제공 받았습니다

처음에 「골동품 진열실」이란 제목을 봤을 때는 골동품을 모으는 귀족 이야기를 썼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면서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제목의 골동품 진열실은 후작인 카롤 데그리뇽의 살롱을 거기에 속하지 못한 부르주아들이 비꼬듯이 부르는 말이다.

P.19 프랑스의 가장 빈약한 현청 소재지 중 한 곳의 도심 길모퉁이에 집 한 채가 서 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처럼 작은 지방에 한 후작가인 데그리뇽을 중심으로 한 사교 모임과 거기에 속하지 못한 뒤 크루아지에 를 중심으로 한 부르주아로 계급으로 나눠진 채 이야기가 전개된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흩어졌던 데그리뇽가 사람들은 왕정 복고 이후 데그리뇽가의 옛 집사였던 현재 공증인 쉐넬씨가 보존한 약간의 재산으로 다시 이 지역에 정착하게 된다. 단지 명예만 가지고 있는 데그리뇽가에는 후작의 아들인 빅튀르니앵 의 경력과 출세를 위해 파리로 보내게 된다.

빅튀르니앵은 파리에 가서 여자 도박 사치에 빠지고 뒤 크루아지에의 데그리뇽을 망하게 하려는계략에 빠져 수많은 빚을 지게 된다. 나중에 이걸 안 쉐넬이 이 모든 나락에서 빅튀르니앵과 데그리뇽가를 구하게 되는데….

이 소설을 읽다보면 혼란기의 파리의 사교계를 묘사하고 있다. 사랑에 목을 메고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빅튀르니앵과 그를 구하려는 쉐넬의 전략적인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귀족이 무엇이길래. 그토록 쉐넬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구하려고 했을까?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 있던 부분은 여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파리에서 드모프리뇌즈 공작부인과 카뮈조부인등 재판의 방향과 중요한 증인들, 결정적으로 재판의 방향을 이끌어간건 여성이었다는 사실.

P. 127 귀족들이 범하는 범죄는 국가 반역죄라고 일컬어 지는 범죄 이외에 다른 것은 없으며, 그 경우에는 왕들에게 시행하듯 검은 천 위에서 그들의 목을 자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문서를 위조하고도 그런 것 따윈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귀족들의 한심함을 보여준다.

P.232 왕실 법정에서의 판결 환정 한 달 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모두 타격을 입은 그 격심한 싸움으로 기진맥진한 쉐넬은 새끼 멧돼지의 어금니에 배를 물린 늙은 충견처럼 승리 가운데에서 죽음을 맞았다.

쉐넬은 어떤 마음으로 데그리뇽가를 위해서 뛰어 다녔을까? 결국 승리 가운데 죽음을 맞이한 그는 행복했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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