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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는 날 - 존엄사의 최전선에서, 문화인류학자의 기록
애니타 해닉 지음, 신소희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7월
평점 :
존엄사의 최전선에서, 문화인류학자의 기록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오리건주를 중심으로 의료 조력 사망을 준비하고 결단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 과정에 동참하기도 하고, 관련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의료 조력 사망을 선택한 사람들의 가족과 사후에 만나서 의료 조력 사망 이후 남겨진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살펴본다.
미국에서 조력 사망은 시한부 6개월 진단을 받아야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약물을 삼킬 수 있어야(자가 투여) 한다는 것은 조력 사망의 기본 전제다. 하지만 6개월 시한부를 받는 게 어렵기도 하고 루게릭 병 환자처럼 스스로 몸을 제어할 수 없거나 힘이 없는 환자들에게는 이 마저도 힘들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연명의료결정제도’ 라는 것이 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것인데, 이 책에서 말하듯 환자가 사전에 동의했어도, 의료의 컨베이어 벨트에 들어가면 의료기술을 통해 불필요한 고통속에서 시간만 연장될 뿐이다. 이전에 김현아 의사 선생님이 쓰신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읽었던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환자가 요구하는 건 환자 스스로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죽기를 기다리는 것 과 조력 사망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임종 과정에서 무력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여러 사례들을 보면서 합법화되어 있지만 조력 사망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도 않고 그것을 도와줄 수 있는 의사 간호사 및 사회복지사 등 여러 도움들이 필요한 것도 볼 수 있다.
나의 죽음의 주체가 ‘내’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남녀 1천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91.9%가 말기 환자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도 82.0%가 찬성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부분들을 이 책을 통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독서 모임 가이드’ 가 있는데 질문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생각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도 좋았다.
*이 책은 수오서재 로 부터 지원 받아서 읽고 작성한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