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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자매들
엘리너 브라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세자매가 있다.
영문과 교수인데다가 셰익스피어에 열광해 매사에 셰익스피어의 명문장을 인용하는 아버지에게 태어난 이들,
이름도 그의 작품에서 따와 로절린드(로즈), 비앙카(빈), 코델리아(코디)다.
이곳저곳에서 흩어져 살다가, 엄마의 발병 소식에 모두들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것은 핑계일 뿐.
"우린 어머니가 아프셔서, 좀 더 쉬고 싶어서, 더 중요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 잠깐 숨을 고르러 돌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실패해서였고,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대신 조심스럽게 핑계와 구실을 엮어서 우리 몸에 망토처럼 두르고 냉혹한 현실을 막아내는 편을 택했다. 첫번째 단계: 부정."
로절린드는 안정적이고 정착된 삶을 원했다. 일상에 변화도 원치 않았다.
운명의 남자를 만났다고 생각했으나, 조너선은 좋은 기회가 생겨 영국으로 떠난다.
그는 함께 떠날 것을 원하지만, 로즈는 변화가 두렵다. 삶이 자신의 통제 밖에 벗어나는 것 같아 좌절감마저 느낀다.
이때 어머니의 발병 소식에 안도감 마저 느낄 판. 그녀가 머물러야 할 핑계가 될 수 있기에.
비앙카는 그토록 꿈꾸던 뉴욕의 삶을 쟁취했으나, 방탕하고 사치스럽게 살다가 각종 빚더미에 올라앉고, 심지어 거액의 회사돈을 횡령하여 해고 당한다. 횡령이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깨달을 정도로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던 그녀.
그렇게 채무를 떠안고, 고향에 돌아오게 된 것이다. 어머니가 아프다는 핑계로.
코델리아는 이곳 저곳을 떠돌며 방랑 생활을 수년 간 했다. 이제 더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쯤, 뜻하지 않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고향에 돌아온다.
딱히 이렇다 할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서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 자매들.
자신만의 고민을 한아름 안고 모여, 서로를 반가워할 리가.
"(...) 어머니의 고통과 우리의 두려움을 나누며 우는 일은 없을 터였다. 대신 우리는 자기연민과 피해의식으로 짠 외투로 스스로를 둘둘 감싼 채, 마음만 열면 서로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고집스레 거부했다. 대신 우리는 늘 하던 걸, 우리가 확실히 남들보다 잘하는 걸 했다. 그러니까 책을 읽었다."
그렇게 만난 이들, 이야기는 어떻게 풀릴까.
해피/새드 엔딩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 다 아는, 그러나 모두에게 복잡한 가족간의 이야기,
이 깊은 사랑만큼 깊은 애증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펼쳐나갈지가 관건이리라.
"로즈는 질서를 좇는다. 빈은 관심을, 코디는 의미를."
캐릭터가 평면적이라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떠나는 것이, 누군가에는 정착하는 것이 성장이라는 것을 정확히 짚고 있어 좋았다.
절대 어떤 특정한 가치가 단 하나의 유일한 성장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래전에는 떠돌아다니는 게 용감한 일이고 여행은 힘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알았다. 떠나는 데는 아무 용기가 필요하지 않지만, 돌아오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 머무르려면 힘이 필요하다는 것."
<기이한 자매들 - 엘리너 브라운 장편소설, 홍한별 옮김/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