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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 옴니버스 퇴사 에세이
안미영 지음 / 종이섬 / 2018년 1월
평점 :
오직 유쾌하기만 한 이직이라는 건 내게 없었다.
더 좋은 기회, 더 좋은 미래를 찾아 나가는 것이니, 장기적으로 볼 때야 당연히 유쾌한 일이겠으나,
그 순간에 집중해서 보자면, 일단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상황이니.
혼란의 쓰나미가 덮치기도 했다.
직업을 바꾸는 게 낫지는 않을까, 이도 저도 됐고 일단 여행을 다녀올까, 팔자 좋은 소리 말고 뭐라도 배울까 등등.
나만 겪은 일은 아닐 테다.
그런 의미에서, 반가운 책이다. '옴니버스 퇴사 에세이',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열 명의 인터뷰이를 중심으로, 퇴사 이후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저자가 자신만의 문체로 정리하여 실은 것도 참 좋았다.
짤막한 저자 소개에 의하면, 13년간 기자로 일을 했다고. 그 필력 고이 드러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업종 전환에 성공한 사람도 나오고,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창업한 사람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퇴사 이후 온전히 '덕후로 살아보는 시간'을 보낸 사람도 있다.
또한, 육아를 위해 커리어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던 사람도 있고,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기 위해 고된 투쟁을 결심한 사람도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매우 현실감 있게 펼쳐진다.
시종일관 문체는 간결하고 담담한 와중에,
그 어느 쯤에서 나는 서글퍼졌고,
그 어느 쯤에서 힘이 솟구쳤다.
실제로든, 책으로든, 다양한 삶을 접하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 모든 사람을 열렬히 응원하며, 또한 그들로부터 내 삶을 응원 받는 느낌.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솟구치는 동지애.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그리고 지금 불확실한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다음 대목은, 이직을 앞둔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옮겼다.
"얼마 후면 곧 '예전 직장'이 되어버릴 그곳을 위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까 싶지만, 할 수 있는 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뒤 나와야 한다. 세상이 좁아 업계에서 다시 얽힐 확률이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이 스스로의 지난 시간과 열정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고, 회사를 벗어나고 업무가 끝나더라도 사람은 남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아오야마들이 생각나 옮겼다.
"쉬어가는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 한동안 경력이 멈춘다고 우리가 가고 있는 인생길이 멈추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회사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 갇힌 걸 모른 채 매일 쳇바퀴 돌 듯 유지하는 생활 속에서는 회사 밖에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망각하게 된다. 틀을 벗어나야만 다른 세상을 만나고, 지금까지의 공간과 그곳에서의 삶이 어땠는지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