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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시 인도 - 향, 색, 맛의 향연, 역사와 문화로 맛보는 인도 음식 이야기
홍지은 지음, 조선희 사진 / 따비 / 2017년 11월
평점 :
주변에 보면, 자칭 입맛이 까탈스럽다는 사람도 있고, 가리는 게 전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알고 보면 모두 다 까다롭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엄연히 취향이라는 게 존재하고,
입맛은 또 일관성 없이 모순적인 경우가 많아서 타인이 짐작하기도 한계가 있다.
가령, 향이 강한 음식은 다 싫다는, 그래서 깻잎도, 오이도 역겹다는 이가, 특유의 진한 향으로 이름난 송이버섯에 열광한다거나.
평소 싱겁게 먹고 짠 음식이라면 보기도 싫다는 이가, 야식으로 제일 좋아하는 건 매운 닭발에 주먹밥이라든가.
가리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자랑처럼 말하는 이가, 친구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에서 손도 대지 않고 물리는 찬이 있다면, 그 역시 편식은 편식인 것.
그래서 안 될 것도 없지만, 그렇다는 거다.
그러니, 음식 이야기를 하면 밤을 꼴딱 새워도 모자랄 듯.
좋아하는 음식도, 싫어하는 음식도, 그 모순에 대해서도. 추억에 대해서도.
음식은 사람을 엮기도 하고, 멀게 하기도 한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만 않는다면, 나는 음식 이야기가 재미있다.
취향도, 요리법도, 추억도, 그 무엇이든.
<스파이시 인도>, 이 책은 그리하여 나를 끌어당겼다.
저자는 음식을 통해 인도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에 이끌려 그 신비의 세계로 빠져들 듯, 음식을 통해 인도에 빠져 들었다는 표현. 좋다.
<스파이시 인도>, 당연하게도 인도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역사 정치 경제 문화적인 이야기도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두툼한 책이지만, 사진도 아낌없이 듬뿍 실려 있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흥미로웠던 몇 가지를 옮기자면 이런 것.
2001년 당시 영국 외무장관이었던 로빈 쿡은 치킨 띠까 마살라chicken tikka masala를 "영국의 진정한 국민 음식"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인도에서 옮겨 간 음식이 영국에서 완전히 뿌리내리고 번성한 것.
19세기 영국의 어느 요리책에도, "식탁 위에 커리가 하나라도 올라와야 완벽한 저녁상"이라고 했다고.
유명 셰프인 릭 스타인과 고든 램지가 인도를 여행하며 촬영한 다큐멘터리는, 이국의 요리라기보다 지나간 추억의 뿌리를 찾는 여행처럼 보일 정도였다니, 인도의 음식 문화가 영국에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쳤는지 알 만하다.
또한, 커리 파우더는 영국인으로부터 시작되었으나, 오늘날 영국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설명.
"커리 파우더가 식민 통치 시절에 성급한 일반화로 만들어진 산물이며, '진짜 인도 요리'에는 그런 것을 결코 넣지 않는다는 사실이 반복 학습된 결과다."
물론, 영국의 영향으로 인도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차가 소비되고 있다는 것도 소개되고 있다.
인도식 생치즈 빠니르도 궁금하고, 너무 달아서 인도인도 우유나 요거트로 중화시켜가며 먹는다는 잘레비도 궁금하다.
우연히 여행 계획이 틀어진 뒤로, 인도는 영 내키지 않아 여행지로서는 마음을 접지만,
조만간 인도식당에 가야겠다.
아니면 직접 난을 구울지도 모르겠다.
음식은 내게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익숙한 음식은 물론,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으로도 향수를 느끼는, 이 오묘한 미식의 세계.
<스파이시 인도 - 글 홍지은, 사진 조선희/ 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