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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 - 일본의 대표 지성 우치다 타츠루의 삶이 가벼워지는 일상인문 에세이
우치다 타츠루 지음, 전화윤 옮김 / 오아시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통쾌한 대목들이 꽤 있다.
가령, "오래 참을수록 꼰대가 됩니다"라는 꼭지라든가.
인간은 생각보다 쉽게 망가지므로, 견디기 힘든 인간관계는 재빨리 도망치라고 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강조하는 성취지향적인 현대 사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저자가 언급한 하루키의 책 제목 재인용)"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불쾌함을 견디는 나'를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착각하면 그때부터 '꼰대가 되는 길'은 탄탄대로입니다. 그런 사람은 불쾌한 인간관계만을 계속 선택하게 됩니다."
불쾌한 인간관계를 버티지 말라는 것은, 가정에도 해당된다.
사춘기 때 부모와의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참지 말고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불편한 내용도 더러 있다.
비즈니스와 노동을 구분한다거나, 여성의 일에 대한 편견이 드러나기도 한다.
남성이 자신의 성공에 대해 소탈한 반면, 여성은 자신의 성공에 대해 득의양양하다는 시각.
페미니즘이 주장하는 사회적 자원의 공정한 분배는, 결국 '분배되는 것에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사실 남성들은 '그런 것들(사회적 자원)'에 그다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이 정녕 왜 일을 해야 하는가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젠더에 대한 시각은 영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러한 부분은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라는 대목까지 이어진다.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 맞는 행동양식을 가져야 하며, 그로써 자신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란 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남자답게, 여자답게, 라는 구분이 그리도 명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신체감수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시각, 생각없이 대중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문제의식,
자본주의 하에서 모두 같은 것을 욕망하게 되는 것, 서로의 눈치를 보며 같아지려고 하는 것,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욕망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식도 좋았다.
핵가족화 될수록 타인에게 배타적이 되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도 인상 깊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유를 느끼면서 훨씬 깊은 곳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환상의 공동체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내가 줄곧 고민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나 역시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공상에 잠길 때가 있어서 위의 고민은 좋았다.
그러나 그 대책이 확대가족이라는 것엔 동의하진 않는다.
"일본의 대표 지성", "지금 일본에서 가장 신뢰받는 철학자"라고 책은 소개하고 있다.
모든 내용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현 사회를 바라보는 다른 이의 시각을 들여다보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작은 우물에 갇히지 않기 위하여.
<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 - 우치다 타츠루 지음, 전화윤 옮김/ 오아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