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 - 모녀관계, 그 끝없는 애증의 늪에 관한 가이드북
사이토 다마키 지음, 김재원 옮김 / 꿈꾼문고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부제는 <모녀관계, 그 끝없는 애증의 늪에 관한 가이드북>이다. 


상징적 의미로서 '어머니 죽이기'가 왜 '아버지 죽이기'보다 그토록 어려운지에 대해 설명한다.

부자관계가 지배-피지배 혹은 그 전복이라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도인 반면, 모녀관계는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싸우려 해봤자 싸우는 방법마저 상대에게 배운 상태로는 진정으로 상대를 이길 수 없습니다. 어머니의 지배는 이처럼 이중 삼중으로 얽혀 있으며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행해집니다. 정면으로 맞서도 승산이 없지요. 남은 방법은 거기서 도망치거나, 집을 나가거나, 혹은 다른 장소에서 어머니가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그 이전의 연구사례들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일례로, 현대 여성에게 어머니로 살아가는 길 외에 주어진 선택지가 너무 적기 때문에, 어머니를 부정하면 곧 자기 자신을 잃게 되기 때문에 이 복잡한 모녀관계가 발생한다는 이론이 있단다. 이들은 육아가 아버지의 책임이 된다면 부자 사이에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한다고. 


저자는 이에 반대한다. 오히려 모녀문제가 어머니나 여성을 향한 억압이 덜해졌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주장한다.

"모녀관계의 복잡함은 억압구조 완화에 따라 어머니와 딸이 각자의 내성적 자아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비롯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와 딸의 사회적 역할과 규범이 명확히 정해진 사회에서는 자아 간의 충돌 그 자체가 억압받았지요."

즉, 과거에 은폐되어 있던 문제가 근대화 이후 드러나게 된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가 생각하는 문제의 핵심은 "딸을 지배하는 어머니"이다. 

어떤 식으로 발현되든, 그러니까 학대 관계이든, 일란성 모녀관계이든간에, 어머니의 능동성과 딸의 수동성이라는 조합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


"때로는 사랑 그 자체가 싸움의 양상을 띠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과 배려에서 비롯되는 싸움은 무척이나 끈질깁니다. 죽음이나 격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지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녀의 싸움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저자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지탱하는 것이 "감각적인 공감과 신체를 매개로 한 동일화"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이 관계의 친밀함과 복잡함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남성다움'의 훈육은 관념적으로 이루어지기 쉬운 반면, '여성다움'을 훈육할 때는 주로 복장이나 행동 등 신체성을 위주로 이루어집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이것은 '그렇게 해야 한다'가 아닌,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기로 되어 있다(혹은 되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신체적 동일화를 통한 훈육이 일시적 지배라면, 딸의 성공을 바라는 어머니의 욕망은 이차적 지배로 나아간다고 한다. 

"이차적 지배는 딸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헌신적 선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보통의 지배와는 달라 보입니다. 그러나 딸의 입장에서 보면 똑같은 지배욕일 뿐이지요. 어머니에게 명백한 지배 의도가 있다면 의논이나 설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자각없이 이루어지는 지배만큼 몹쓸 것은 없습니다. 지배에 반항하는 태도가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관계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책 말미, 복잡한 모녀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스스로 복잡한 모녀관계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이 해결책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나 역시 한 명의 딸로서,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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