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의 발견 - 꼰대 탈출 프로젝트
아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 흠 많은 인간, 부디 꼰대만은 되지 않게 해주옵소서. 


얼마 전 포스팅에서, 내가 생각하는 꼰대를 정의한 적이 있었다. 

세상만사에 아는 척하기, 쓸데없이 가르치려 들기, 남에게 제 방식을 강요하기. 


저자가 정의하는 꼰대란 이렇다.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기 여기는 자"


내가 그들이 어떤 모습을 취하는가에 집중했다면, 저자는 그 원인에 집중한 듯 하다. 

그 바탕엔 우월감과 남에 대한 멸시가 있다고. 듣자하니 더 싫어진다.


꼰대들의 사례는 수두룩빽빽이고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다.

서열에 집착하고, 직접 언급하든 안하든 '내가 누군지 알아?' 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드러내려 안달이 난 사람들. 

자신에 대한 특별대우는 당연하고, 타인에 대한 하대와 막말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들.

공감능력 제로에, 세상엔 오직 한 가지 방식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한가지 방식은 당연히, '나의 방식'. 


저자는 유태인을 학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아이히만의 무사유를 꼰대의 특성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나로선 분명 같은 맥락이 있다고 느껴지는데, 그게 너무 심하다면 이건 어떨까. 


"어디서나 충고가 곧 상대방을 돕는 행동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건전한 상식의 소유자로서 이런 견해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우리는 충고라는 사치를 만끽하려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삶부터 돌아봐야 할 것 같다.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좋은 충고란 자신과 이웃에게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뿐이다. 누군가에게 충고를 건네고 싶다면 상대방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의미있게 생각하는지부터 알아볼 일이다. 만약 당신이 그런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면 충고할 자격이 없는 것이고 그런 삶을 살고 있는데도 상대가 당신을 좋은 충고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두 사람은 충고를 주고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것이다. 어느 쪽에 해당하건 당신은 침묵해야 한다. 앞으로는 충고의 대가들이 제멋대로 남의 인생을 재단하기 전에 먼저 거울을 주의깊게 들여다 봤으면 좋겠다."

-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 재인용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다 관심이고 애정인데, 남의 이야기 듣지 않아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속 터진다. 애정과 관심은 대화와 소통으로 충분하다, 묻지도 않은 충고가 아니라.

너무도 충고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면, 상대에게 가 닿는 방법을 택해야 하지 않겠나.

가닿거나 말거나 충고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충고이고, 진짜 애정인가? 자신의 살풀이지.

충고를 하려면 관계와 말투와 상황도 중요하고, 분위기도 중요하고 기타 등등 중요한데, 이 모든 것이 참도 복잡해서 더러워서 못하겠다, 싶으면, 안하면 된다.


물론, 이 책은 꼰대들을 지적하는데 의미가 있진 않다.

저자 스스로 어느 날 돌아보니 꼰대가 되어 있었다는 고백으로 시작하고, 책을 읽는 나 역시 뜨끔한 순간이 많았다.

내가 꼰대질을 한 순간들을 떠올리면 진짜 잠이 안온다,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거려서.


꼰대는 도처에 널려 있고, 내 안에도 꼰대가 있다. 그 입 다물라, 매일 같이 다짐할 테다. 

끊임없는 성찰만이 살 길이다. 


누군가는 절대 자신만은 아니라고, 자신과는 완벽히 무관한 일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저자는 말한 바 있다. 성찰하는 꼰대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다짐으로 리뷰를 맺는다. 

나야 영원히 스스로를 박박 긁어가며 피곤하게 살겠지만, 타인을 긁는 꼰대만은 되지 않겠다고. 적어도 노력은 멈추지 않겠다고.

화이팅!


<꼰대의 발견 (꼰대 탈출 프로젝트) 아거 지음 - 인물과 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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