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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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했던, 잠시나마 역사를 떠들썩하게 했던 마타 하리를 말한다. 

그녀가 변호사에게 쓴 편지로 1, 2부, 변호사가 그녀에게 쓴, 그러나 전해지지 못한 편지로 3부가 구성되어 있다. 

부모님은 그녀가 유치원 교사가 되기를 바랐건만, 그녀의 인생은 그렇게 풀려가지 않는다. 
유치원 교사 양성학교 교장의 강간은 불행의 서막. 
이후, 잘 알지도 못하는 네덜란드 장교와 덜컥 결혼해 인도네시아로 떠난다. 
"거기 내 구원이 있었던 거죠! 장교. 인도네시아. 미지의 바다와 낯선 세상."
그러나 구원은 없었다. 
그와의 결혼 생활은 옮기기도 싫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지금이 아니라 백 년 전이라해도 관용을 베풀기 힘든 끔찍함. 
그 결혼 생활을 버텨내던 중, 그녀는 "요가와 명상을 결합한 고대 인도 전통 무용에서 유래"된 춤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춤과 사랑에 빠졌던 그 날, 
자신처럼 남편을 따라 모임에 온 한 부인의 자살을 목도하고, 스스로의 삶을 바꿀 것을 결심한다.
프랑스에 간 그녀는 새로운 것, 동양적인 것을 갈구하던 사람들 앞에서 독특한 춤과 파격적인 노출로 단번에 유명세를 떨친다.
그녀의 춤은 "그 어떤 동양 전통에도 해당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높은 지위의 남자들과 관계를 맺고, 여러 국가를 돌며 성공적인 공연을 한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본인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 많은 거짓말을 쏟아낸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희대의 이중간첩으로 몰려, 사형. 

편지에서 마타 하리는 "나의 가장 큰 죄는 남자들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었다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자유와 독립이라. 그런가?
훗날 스파이로 몰려 재판정에 섰을 때 그녀는 말한다. "창녀라면 맞아요. 스파이는 절대 아닙니다!" 라고.

그녀의 거짓말은 스스로와 모두를 속이려고 시도했으나, 완벽하게 속이진 못한 듯하다. 
마타 하리는 자신에게 다정했던 친구들이 그녀를 구해줄지도 모른다고 희망을 걸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거짓으로 일관한 사람에게 진정한 벗이 있었을까. 

소설 속 마타 하리를 판단하건대, 
그녀는 타고난 공연 기획자이자 예술가로서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그럼에도 그 끝없는 야망을 채울 수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
첫 공연부터, "새로운 것을 열망하지만 남들 눈에 띌 수 있는 곳은 방문할 용기가 없는" 파리의 관객들을 재빨리 간파하고,
그녀는 알몸으로 춤을 선보인다. 배워본 적도 없는 춤을, "권위 있는 공연장"에서. 
후에는 고대 이집트 무용을 선보이려고 계획하기도 한다. 아무도 본 적 없으므로 확인할 수 없는, 고대 이집트 무용. 
한번의 성공으로 만족할 수 없던 그녀는 사람들을 이용하기 위해 스스로를 거짓말의 구렁텅이로 집어던진다. 
그녀의 인생을 연민하면서도,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생각에 이른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든, 단지 스스로를 망친 이유로 사형을 받을 것까진 없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흉흉한 시대의 악법, 광기는, 그야말로 모두를 죽인다. 그게 누구든지간에.  
그러므로 비극은 계속 이야기 되어야만 한다. 
인간의 축복이자 저주인 망각을 경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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