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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평점 :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인문학적 수필"이다.
또 "저자의 말"에 의하면, "당신이 표류하지 않고 항해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며 씌여진 글.
"다만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기 위한 안내문이다.
저자는 불편한 책을 찾아 읽을 것을 권한다.
불편함을 딛고 기존의 세계를 해체해야 더 높은 세계로 올라 갈 수 있으므로.
저자가 인용한 니체의 말을 재인용한다.
"만약 네가 영혼의 평화와 행복을 원한다면, 믿어라. 다만 네가 진리의 사도가 되려 한다면, 질문하라."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어우러져, 방대한 지식들을 총망라해 설명하고 있다.
열한 계단은 다음과 같다.
문학-죄와 벌, 기독교-신약성서, 불교-붓다, 철학-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과학-우주, 이상-체 게바라, 현실-공산당 선언, 삶-메르세데스 소사, 죽음-티벳 사자의 서, 나-우파니샤드, 초월-경계를 넘어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도 있고, 몽롱한 정신으로 넘긴 부분도 있다.
이미 매우 방대한 분야를 저자가 풀어 설명하고 요약했기 때문에 더이상의 정리는 어려울 듯하다.
"이 모험은 나와 당신의 내면의 성장에 대한 기록이다."
이런 말들은 책을 말랑말랑하게 보이게 하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가령, 츄리닝 바지에 광택 나는 검정색 구두를 신던 자신의 대학 시절을 이야기해 재미를 자아내다가, 거기서 끌어내는 것은 사뭇 날카롭다.
그것엔 타고난 패션 감각의 부재도 있지만, 자기 세계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옷이 아닌 영혼의 문제에 집중하려 했다고.
이런 "부담스러운 이상주의자들"은 악의적인 사람들보다 나을까?
저자는 말한다. 이들은 세상을 선/악, 정의/불의, 청결/불결로 나누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것을 악, 불의, 불결로 타자화한다고.
이것은 우월감과 선민의식이며, 그들이 나약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배움이 부족하고, 세상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며, 경제적 자립을 못하고, 현실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단, 한 때 이상주의자가 되는 것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자존감의 근원을 품을 수 있게 하지만,
평생을 이상주의자로 살거나, 한 번도 이상주의 자로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자는 미성숙해보이고, 후자는 인간으로서의 매력을 찾을 수 없다."
생각해보면, 저자가 말하는 이상주의자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떤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 자신만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한 때 이상주의자가 되느냐, 영원히 그것에 머무느냐.
리뷰 제목을 '어른'이 된다는 것, 이라고 썼다.
저자가 말하는 어른이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기보다, 저자에게서 느껴지는 사명감을 생각했다.
잔소리나 훈장질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가만히 이야기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
타인을 교화시키고 영감을 주는 효과적인 방법.
어른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 이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