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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하이킹
강은경 지음 / 어떤책 / 2017년 4월
평점 :
책의 어느 부분을 친구에게 읽어주다가 왈칵, 눈물이 났다.
황급히 전화를 끊고, 심호흡을 했다.
저자는 30년 동안 소설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번번이 좌절한다.
노안이 찾아오자 "인생 볼 장 다 봤다!"라는 생각으로 펜을 꺾고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라는 아이슬란드로 떠난다.
그 71일간의 히치하이킹 여행이 담겼다.
프롤로그 중,
"세상에나, 그 긴 세월을?! 쯧쯧, 미련 고집불통이다, 라고 하시겠어요? 훌륭한 옹고집이다, 하시겠어요? 좀 헷갈리죠?"
어느 부분에서 눈물이 났던가.
여행을 결정하는 자조섞인 말이었나.
"나는 아이슬란드에서 찬양받아 마땅한 '인생 실패자' 아닌가!"
여전히 간직한 듯한 미련 때문이었나.
"저 양처럼 죽을 힘을 다해 전력질주했다면, 나도 바늘구멍 같은 '등단'이라는 구멍을 통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몇몇 대목을 옮긴다.
"뭐가 되든 못 되든, 결말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더라고요. 아니, 뭐가 되고 못 되었다는 게 어떻게 우리의 결말일 수 있겠어요?"
"언젠가 사라질 것들은 모두 눈물겨운 존재다."
"꿈에서 깨면 전부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또 머지않아 이런 인식조차 깡그리 날아가겠지. 그러면 슬플까, 홀가분할까? 그조차 못느끼겠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건 슬픔일까, 자유일까? 어쨌든 지금 내겐 이 순간 순간의 악몽도 고통도 사랑도 애틋하다."
책의 말미, 인생을 실패했다는 그녀의 말에, 아이슬란드 할머니는 말한다.
"당신은 쓰고 싶은 글 쓰며 살았잖아요. 그랬으면 됐지, 왜 실패자라는 거죠? 지금 여기에 앉아 있는 당신이 인생을 다 실패했다니, 난 당신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당신에겐 사는 게 뭐죠?"
처음부터 나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당신이 대체 왜 실패자냐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았으면 그럼 되는 거 아니냐고.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것은 본인의 만족 여부로 결정되겠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응원할 뿐.
무언가를 향한 삼십년의 도전은 이미 숭고하다.
앞부분만 읽고도 눈물을 쏟으며 전율했던 것과 달리, 여행기는 지루한 감도 있었다.
본문에 앞서 실려 있는 컬러사진은 참 좋았지만, 본문엔 사진 한 장 없는 여행기라는 것은 약간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었다.
읽지 않았다면, 앞부분의 전율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