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앞둔 당신에게
줄리아 카메론 지음, 정신아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책 날개의 저자 프로필이 인상적이다.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와 결혼하여 그의 대표작인 <택시 드라이버>, <뉴욕 뉴욕>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했으나 스콜세지의 아내로만 취급받는 현실 앞에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혼 후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며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는데,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창조성을 일깨우는 법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비행기 여행을 앞두고 공포에 사로잡힌다. 

친구들에게 "날 위해 기도해줘" 부탁하기도 하고, 비행기 여행은 안전하다고 되뇌이며 이성적이 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가장 최신의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항공사를 고르고 골라 표를 구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합리적인 공포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머릿속은 온통 걱정과 망상으로 가득찬다. 


여행 당일, 비행기에 탑승한 뒤에도 공포는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계속해 신께 기도를 올리고,

옆좌석 승객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기도의 내용에는 한정이 없다.

늘 감사함의 기도, 두려움을 없애달라는 기도, 

적은 간식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해달라고 기도할 땐 웃음을 자아내기도 나왔다. 


책은 비행 공포증을 이겨내며 그녀가 한 번의 여정을 잘 마치고, 또 다른 여정으로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다음 과정은 훨씬 수월하다.

딸의 출산을 맞아 떠나는 비행기 여행은, 그 전의 정서와는 사뭇 다르다. 


비행공포증은 인생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읽어도 무리가 없었다. 

마음에 다가오는 문장이 적지 않았다. 


"공항에 도착하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당신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라.

게이트에 서 있는 공항 직원에서부터 각양각색의 여행자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과연 어떤 사연을 품고 있을지 한번 상상해보자.

 나 이외의 것들을 생각하다보면 내 안의 걱정도 어느 새 조금은 사라질 것이다."

'공항'이라는 전제를 소거하고 마음에 담는다.

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세상은 한결 편안해지지 않던가. 

당연히 타인의 1톤 불행보다, 내 1그램의 불행에 몸부림치는 것이 사람이겠지만, 가능하다면.

남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자신의 고민과 두려움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고 싶은 마음은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수십 명, 수천 명, 수만 명의 사람들이 '안전한 여행'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즉, 나에게만 집중했던 마음을 거두어들임으로써 우리는 이른바 동료의식까지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두려움이 생긴다면, 그 일을 왜 꼭 해야하는지 세가지만 떠올려 보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실천의지가 강해지고, 훨씬 즐겁게 일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스스로의 마음을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또한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도 다스릴 수 있다고. 


다른 유명인사들의 경구들도 담겼다. 


"당신이 비록 날개 없이 태어났다고 해도

 날개가 자라는 걸 막는 일만큼은 하지 말라.

 - 코코 샤넬"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은 한 페이지만 읽은 책과 같다.

 - 성 아우구스티누스"


"인간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세계를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 그것을 발견한다. - 조지 무어"


읽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다. 이건 혹평이 아니다.

방심한 채 편안히 읽어도 마음을 채워주는 고마운 책이다. 

넓게 봤을 때 우리는 모두 여행자가 아니던가.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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