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제가 엄마 마음에 들 날이 올까요? - 엄마보다 더 아픈, 상처받은 딸들을 위한 심리치유서
캐릴 맥브라이드 지음, 이현정 옮김 / 오리진하우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나르시시스트 엄마를 둔 여성을 위한 책이다. 그 영향력과 치유법에 대하여.

우선 제목에 대한 답을 하자면,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받아들이자. 


"위대하고 아름다운 모성애를 가진 엄마라는 존재는 어느 문화권을 막론하고 신성시되기에", 

엄마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는 모두에게, 특히 여성에게 쉽지 않다. 

저자는 엄마와의 관계가 평생에 걸쳐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힌다.

그러나 저자 역시 나르시시스트 엄마를 둔 딸로서 그 사실을 자각한 뒤 독립된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기에, 용기를 냈다고 밝힌다.

물론, 엄마 "탓"을 하자는 말은 아니다. 

"분노의 투사가 아니라 이해를 향한 여정"을 제시한다.

책은 쉽게 읽히고, 다양한 사례와 저자 자신의 경험까지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어 격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1부는 "문제 인식하기"로 엄마의 나르시시즘 문제,

2부는 "나르시시스트 엄마가 인생 전반에 미친 영향",

3부는 치료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늘 자신안의 "혹독한 비판자들"의 설교와 잔소리와 모욕 속에 살았다고 한다.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으며, 무슨 일이건 잘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비난과 그 세뇌.

이 '비판자들' 때문에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 근원을 찾아낸다. 

'탓'이 아니라 '극복'하는 법을 제시하며, 대물림되는 잘못된 사랑을 끊고 그들을 이해하여 진정한 행복으로 가도록 안내한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에서는 나르시시즘을 아래 아홉가지 특징의 인격 장애로 분류한다고 한다.

나르시시즘은 스펙트럼 장애이기 때문에 해당사항은 단 몇 개일수도, 전부일수도 있고, 개수가 많을수록 문제는 커진다고.

1. 자만심이 매우 강해 성취나 재능을 과장하며, 잘하지 못해도 무조건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2. 성공, 권력, 능력, 아름다움, 사랑이 영원할 거라는 망상 속에 산다.

3. 자신이 특별하고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해서 특별한 사람이나 사회지도자층하고만 어울리고 그들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4. 엄청난 존경을 받고 싶어한다.

5. 특권의식이 있어서 별다른 이유없이 특별대우를 기대하거나 자신의 기대에 맞춰주기를 바란다.

6.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이용한다.

7. 공감능력이 없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나 욕구를 인정하거나 알아차리지 않으려고 한다.

8. 질투심이 많거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러워한다고 생각한다.

9. 도도하고 거만한 행동이나 태도를 보인다.

위의 9가지 특징은 한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늘 "내가 중심이고 너는 부족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는 것. 

그런 엄마에게 이해와 사랑을 받지 못한 여성들은 다른 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 힘들고, 늘 공허하고 욕구불만을 느낀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사랑스럽지 않으며,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리고 공허하다면, 한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반복하지만, '탓'이 아닌 치유의 과정이다. 

"지금까지 끊임없이 품어온 이상적인 엄마에 대한 갈망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길 바란다. 그래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딸의 모든 것을 간섭하고 조종하는 극성 엄마가 될 수도 있고, 아이를 방치하고 응원하지도 못하는 방임 엄마가 될 수도, 드물게는 그 둘의 조합이 될 수도 있다.

양극단을 오고 가기도 하고, 여러 딸을 각각 정반대의 방식으로 양육하기도 하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 엄마가 딸 둘을 둔 경우, 두 딸이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잉성취자이며 완벽주의자 혹은 열등감과 자포자기로 매사에 부진하고 평생 자학하는 양 극단. 

과잉성취 쪽은 엄마를 대신해 자신을 사랑해줄 존재를 찾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양쪽 모두 내면은 거의 유사하다고. 자기 안의 부정적 메시지에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


반면, 아들과의 관계는 다르다.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아들에게 자신을 투사시킬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아들이 모녀지간의 문제를 바로 보게 된다면,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들이 결혼하는 순간, 며느리를 경쟁상대로 보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나르시시스트는 실제 모습보다 어떻게 보이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안에는 매우 초라하고 불완전하며 결점투성이인 자아상이 자리잡고 있다. 

어린 소녀는 자라면서 외모가 아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을 구별해야 한다. 


2부는 나르시시스트 엄마가 딸의 삶에 미친 영향을 말한다. 

어떤 여성들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것을 성취하지 못하면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낀다.

이들은 커리어우먼이 되든, 완벽한 전업주부가 되든, 여전히 형편없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시달린다. 

자신을 폄하하고, 거만하게 보일까봐 스스로의 장점까지도 평가 절하한다. 

이것은 질투의 대상으로 자라온 어린시절에 기인한다.

위의 모습을 과잉성취자라고 한다면, 반대로 자아파괴자도 나타날 수 있다. 

과잉성취를 했건 자학을 했건, 스스로를 망친다는데선 다르지 않다. 


이들은 왜곡된 사랑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만남이 아닌, 의존적이거나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는다. 

건강하지 못한 모녀관계를 그대로 재생할 수 있는 사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대를 고르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그 사랑의 결과는 참혹하다. 

저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어떻게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충족시킬지 배우라고 조언한다.

자신을 건강하게 보살피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에도 도달할 수 있다.


3부의 제목은 "유산의 종말(치유를 향한 구체적인 단계밟기)"이다. 

저자는 아예 상처가 없었던 것처럼 완치될 수는 없다면서도, 상처를 어루만지고 마음의 생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치료과정은 3단계로 구성된다. 1. 문제를 파악하고 인식하는 단계. 2. 문제와 관련된 감정을 처리하기 3. 재구성 단계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처와 대면하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2단계를 건너뛰고 싶어한다고 한다. 

하지만 결코 그 감정을 다루지 않고는 3단계가 지나도 아무런 치유가 되지 못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치료단계는 다음과 같다. 

1. 엄마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슬퍼하기

2. 엄마에게서 심리적으로 독립하고 부정적인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3. 진정한 자아 찾기.

4. 엄마와 건강한 관계 맺기. 

5. 스스로의 나르시시스트 특징을 없애서 아이들에게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기.  


매우 흥미로웠다.

딸들이라면, 더욱이 나르시시스트 양육자 밑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매우 흥미롭게, 어쩌면 눈물 콧물 쏟아내며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듯하다.

상처를 들여다볼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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