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붉게 피던 집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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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에 온가족이 모여 살고, 아궁이에 연탄을 때 난방을 하던 시절. 

쉬는 날이면 안채와 별채, 문간방까지,

다닥다닥 한집에 세들어 살던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음식을 나누며 하하호호 담소를 나누고, 

마당에선 빨간 고무다라이에서 아이들이 물장난하던  그 시절.

지나온 그 시절은 따뜻하고 훈훈한 추억이기만 할까.


주인공 수빈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대중문화평론가 현수빈의 유년기행"이란 이름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한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던 옆방 총각의 이야기를 보고 그녀를 찾아온 은퇴한 전직 경찰.

수빈은 그녀가 의도하지 않은 뜻밖의 이야기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두가지 큰 비밀은 진작 예상할 수 있었지만, 이야기를 힘있게 끌고 나가는데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다. 

아니, 그건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이 되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막판에 맥락없이 던져주는 비밀 폭탄보다는, 

이렇게 정보를 노출시키면서도 조밀한 그물망들로 흥미가 빠져나갈 수 없게 하는 책이 더 좋다.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이웃이자 가족같았던 사람들. 그 안의 애증, 분노, 사랑, 죄책감.. 그 복잡한 감정들.  

누군가에겐 추억. 누군가에겐 악몽. 


아주 가끔 문장이 어색하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흠 잡을 데 없이 좋았다.

촘촘한 구성, 등장인물 각각이 품은 저마다의 이야기. 

등골이 서늘하면서도 몰입하며 끝까지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저만의 비밀을 품고 있는 사람들, 선하기도 악하기도 한 사람들. 인간이란 원래 그런 존재 아니던가. 


우리의 언어, 우리의 문학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 

검증된 해외 유수의 작품들도 물론 좋지만, 소설의 배경을 내 기억과 함께 떠올리며 볼 수 있다는 것도 한국문학의 뺄 수 없는 즐거움.

뜬금없는 내 어린시절의 기억까지 소환하며,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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