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밴 어린시절 - 개정판
W. 휴 미실다인 지음, 이석규 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핵심은 책의 서두인 아래 문단에 모두 담겼다.


"어디선가, 언제인가 당신은 어린이였다. 이 점은 어른으로 사는 우리의 삶에서 참으로 명백하지만, 겉보기에는 그다지 의미없어 보이며, 그래서 대개는 간과되고 있는 사실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당신이 한때 어린이였다는 사실은 현재 당신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우리는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어린이로서 자기 생애를 무시하거나 어린 시절을 도외시하고 생략해버리려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이러한 잘못은 많은 어른들에게 고민과 불행의 근본적인 요인인 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자신을 그릇되게 대하고 있는 일면이기도 하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많은 정서적 고통들이 어린 시절에 일어났던 문제의 반복임을 발견한다. 

이 책의 핵심 개념으로 볼 수 있는 내재과거아(內在過去兒)는 정서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고질적인 어린 시절을 말하고, 저자가 프로이트 심리학의 무의식 개념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롭게 도입한 개념이다. 


지금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인생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듯 한데, 저자가 이 내재과거아라는 개념을 최초 도입한 당시에는 생소한 이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당신의 어린 시절은 당신 안에 자리잡고 있으며, 당신이 하는 모든 일과 정서 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또한 친구나 동료, 배우자는 물론, 자녀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때론 그 관계를 지배하기까지 한다고.  

"우리는 지난날의 정서적인 분위기에 묻혀서 살아가면서 현재의 삶에 끼어들고 있는 어린이이기도 하고, 동시에 한편으로는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면서 오로지 현재에 집착해서 살아가는 어른이기도 하다. 그런데 당신의 내재과거아는 당신이 어른으로서 얻는 만족감을 방해하거나 무산시킬 수도 있고, 당신을 난처하게 만들거나 괴롭힐 수도 있으며, 당신을 병들게 할 수도 있고,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돌아봐야 한다는 것. 

"한때 당신이 거쳐온 그 어린이(내재과거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

"당신은 자신의 내재과거아를 어떻게 다루는가?"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가 몇가지 충격적 사건 때문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일상적 분위기와 태도로 말미암아 굳어진 것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당신이 정작 어른으로서 행동할 때는 실제로 당신 자신에 대해서 부모 노릇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당신은 당신의 부모가 어린 시절의 당신을 대하던 감정이나 태도를 이용한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풍부한 사례들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부모로부터 나오는 적개심에 노출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커서도 스스로에게 적개심을 표출한다는 것이다. 각자가 제 부모의 역할을 답습하는 스스로의 부모가 된다는 것.


당연하게도, 저자의 목표는 부모, 혹은 그에 상응하는 양육자를 탓하거나 원망하는데 있지 않다. 

"당신이 부모의 인간적인 단점들과 장점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성숙의 지표이다. 부모는 거의 예외없이 그리고 흔히는 가혹하기 짝이 없는 제약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다."

또한, 당신이 가진 부정적 요소 이상으로 긍정적이고 유용한 태도들도 있으며, 이 또한 부모로부터 온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만 한다. 

원망은 무의미 할뿐 아니라 난관을 극복하는 것을 회피하게 만들 뿐이며, 어릴 때는 표현할 수 없던 적개심과 공격 성향을 지속시키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것은, 우리를 구속하는 모든 해로운 영향들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하기 위함일 뿐이다. 스스로 자신에게 부모 역할을 하면서 실수를 반복하는 괴로움을 중단시키기 위함이다. 

"당신이 자신의 내재과거아에게 훌륭한 부모 노릇을 한다면, 당신의 내재과거아는 값진 존재가 될 수 있다. 당신의 내재과거아는 당신의 노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당신의 세계가 젊고 활기차며 경이로움이 넘치는 세계가 되도록 도울 수 있다."


그 단계는 간단히 말해 깨닫고, 존중하고, 제약을 가하는 3단계로 이뤄진다. 

"첫째 단계는 이렇듯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감정들에 대해서 파악하고 그 감정들이 어린 시절에 비롯되었음을 깨닫는 일이다. 둘째 단계는 어린 시절이 우리에게서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이듯이 이런 감정들 또한 우리 자신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일이다. 셋째 단계는 이러한 어린 시절의 감정들이 자신의 행동과 능력 발휘를 제어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가하는 일이다."


제2부는 <부모의 지나친 태도들: 이 태도들이 현재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라는 제목으로, 완벽주의, 강압, 유약, 방임, 심기증, 응징, 방치, 거부, 성적 자극이라는 9개의 항목을 풀어 설명하고 있다. 

각 항목은 흥미로웠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들은 아닐 듯 하다. 보통의 가정에서는 각 항목이 복합적으로, 대신 아주 조금씩 발현되지 않을까 한다. 

세부적이고 자칫 지루한 2부보다는, 1부와 3부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만으로 이 책의 정수는 뽑아낼 수 있다고 여겨진다.


저자는 독자의 노력을 촉구하는 것으로 책을 마친다. 

"당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어떤 설명 - 또는 탐구- 도 당신의 문제를 없애주지는 못할 것이다. 당신이 처한 난관들의 근원을 찾는 것만이 어디에서 갈등이 발생하는지를 당신에게 말해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의 인생을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쨌든 당신이 노력해야 한다."


<몸에 밴 어린 시절 - W. 휴 미실다인 지음, 이석규· 이종범 옮김/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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