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짓말쟁이
E. 록하트 지음, 하윤숙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재미 십점 만점에 십점.

몰입도 또한 매우 강렬했다.

읽는 재미만 좋았던 것도 아니다. 

훌륭했다. 


부유한 백인 상류층 싱클레어 가(家).

여름이면 할아버지 소유의 섬에 모인다. 

할아버지 해리스 싱클레어의 세 딸 캐리, 베스, 페니. 그 딸들로부터 나온 7명의 손주들.

그 중 캐디, 조니, 미렌, 그리고 캐리의 의붓조카 갯은 매년 여름 함께 어울린다. 친구처럼, 어린 연인처럼. 

아이들과 달리, 재산 때문에 어른들의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아직 그들의 세계로 편입되지 않은 케이든스, 조니, 미렌, 갯은 혼란을 느낀다.

열다섯의 여름, 캐디는 사고를 겪게 되고 그 후 기억에 문제가 생긴다. 

결국 찾게 되는 기억. 알게 되는 진실. 


마지막장을 넘기자마자 다시 앞으로 돌아갔다.

반전 그 자체로 놀랍다기보다, 소설로서 주는 즐거움이 매우 커서 다시 빨려들어가고 싶었다. 진실을 아는 상태로 다시.  

중간중간 삽입된 동화도 재미를 더한다. 

캐릭터도, 단순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심리묘사도 명확하고 절묘했다.


인간의 탐욕, 뿌리깊은 편견과 차별, 정화에 관하여.

무엇보다, 모든 일이 벌어진 뒤의 아이들의 성숙한 태도가 근사하다.  

이 책의 성격상, 더 이야기하는 것은 감동받은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은 기분. 

한 대목만 발췌하고 마무리 하련다. 


더이상 싱클레어 가문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없다며 떠나가는 아빠를 바라보던 케이든스의 아픔묘사. 

"이윽고 아빠가 권총을 꺼내 내 가슴을 쐈다. 나는 잔디밭에 서 있다가 쓰러졌다. 총알구멍이 크게 벌어졌고, 내 심장이 갈비뼈 밖으로 튀어나와 화단으로 떨어졌다. 벌어진 상처 사이로 피가 리듬을 타며 솟구쳤고,

내 눈에서도,

내 귀에서도,

내 입에서도 피가 났다.

소금처럼 짭짤한 맛이었다. 실패의 맛이라고 느꼈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선연한 붉은 수치심이 우리 집 앞의 풀밭 속으로, 바닥 벽돌과 현관 계단으로 스며들었다. 내 심장은 모란꽃 사이에서 송어처럼 파닥거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