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유쾌한 책이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유쾌한 수다라니, 반갑지 않을 수가. 


전부 죽음에 관한 지적이고도 유머 가득한 이야기들이지만, 내겐 크게 세 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종교, 죽음, 그리고 작가로서의 죽음에 대한 고찰.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엔 '기억'이란 무엇인지가 배경으로서 자리한다.

기억은 작가로서, 특히 줄리언 반스로서 천착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의 장르를 굳이 한정한다면 에세이나 회고록쯤 되겠지만, 기억의 신뢰성이나 가치에 대해서도 먼저 짚고 넘어가니, 

굳이 진실만을-그런 게 있다해도- 요구할 필욘 없을 것 같다.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의 방식 또한 얼마나 유쾌한지, 쿡쿡 웃을 수 밖에.

철학자인 형은 기억을 신뢰하지 않고, "나는 그에 비해서는 기억을 신뢰하는 사람이거나 혹은 자기기만적인 인간일 테니,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 진실인 양 얘기를 계속해나가겠다."

난 특별한 목적의 글쓰기가 아닌 한, 작가에게 '사실'만을 요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그래야 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포크레인이 있는데 굳이 삽질만을 고집하는 건, 자원 낭비라고. 그런 면에서, 작가의 다음 말에도 완전 동의. 


"나는 기억을 불신하지 않으며, 오히려 상상의 활동으로서, 자연주의적인 진실과 반대되는 상상력이 풍부한 진실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기억을 신뢰한다. 포드 매독스 포드는 동시에, 그리고 같은 문장 안에서 위대한 거짓말쟁이자 위대한 진실의 발화자일 수 있다."


먼저 종교.

원제가 <NOTHING TO BE FRIGHTENED OF>이고, 부제는 <I DON'T BELIEVE IN GOD, BUT I MISS HIM>이다.

그가 형에게 그 말을 했을 때, 철학교수인 형의 대답은 간단했다고. 

"질척해." 

형과의 대화가 많이 등장하지만, 이 대화만큼 죽음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간단명료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다. 

무신론자인 형과 불가지론자인 저자. 확고한 무신론자 앞에서 불가지론자는 당연히 약자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유신론자 앞에서도. (때론 반어적인 의미로)


저자는 죽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식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죽음이 무서워서 신앙을 갖는 것 뿐이라고 확고하게 믿는 무신론자 어머니를 비롯해, 부모님 각자가 죽음을 맞이하던 방식, 각계각층 사람들의 죽음에 관한 견해, 관련된 일화 등  

종교가 그를 압박하던 순간을, 자위행위를 할 때마다 누군가 자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말을 친구들과 함께 환영했다는 말은 코믹하다. 

감당안되는 엄숙한 주제일수록 희화화는 중요하고,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바. 

리처드 도킨스를 여러번 언급하기도 하고, <만들어진 신>에서 본 유사한 논리들이 나온다.

다른 것은 리처드 도킨스는 신을 부정한다는 것, 줄리언 반스는 스스로를 불가지론자로 규정한다는 것 정도.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의 앎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는 겸손의 표현 외에, 크게 다를 것은 없어보인다.


시종일관, 특히 후반부에서 작가로서의 죽음과 자신이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 무엇보다 작가 정신을 읽는다.

"손상된 사진 한 장. 회한에 사무칠 이유가 될 만하다. 이 지점이 우리 소설가들이 거하는 곳, 무지의 틈새, 모순과 침묵의 땅이다. 외견상 알려진 것으로 당신을 설득하겠노라고, 혹은 그 모순을 해결하겠노라고, (혹은 유용할 정도로 생생히 밝히겠노라고) 그래서 그 침묵을 깨고 말을 하게 만들겠노라고 계획하는."

"바로 소설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가 기억 못하는 것의 서로 다른 버전들을 조작하는 사람이라는 규정이다."


마지막 독자를 만나는 순간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압권.

읽은 사람은 누구나 그의 마지막 독자가 되진 않겠다고 다짐할 것이 분명하다. 그가 소중히 여길 것 같은가? 마지막 독자를?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농담 가득하다. 킥킥 웃게 만드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다만 에세이집이 대개 그렇듯, 완급을 조절하는 기승전결 식의 구조는 없고, 죽음이라는 한가지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만을 줄곧 하고 있어서 독서가 약간 늘어지는 면은 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내가 생각해온, 생각했으나 결론내리지 못한 (거의) 모든 공상들이 담겼고, 그보다 많은 부분이 내가 미처 생각도 상상도 하지 못한 수많은 사색으로 채워져 있어서,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와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한 수다를, 자타 눈치 보지 않고 실컷 즐긴 기분. 유쾌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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