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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건강해지는 위생 상식 - 곰팡이, 해충, 세균, 바이러스
최덕호.정진영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22년 11월
평점 :
가능하다면 다른 동물과 환경에 해를 덜 끼치고 싶다. 동물성 식품을 지양하는 것도 그런 노력 중 하나다. 숨 쉬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완전무결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라며 아무렇게나 사는 것보다는 이것이 내 존엄을 지키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된다. 동물과 환경을 말했지만 결국 나를 위한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불식간에 솟구치는 살의를 느낄 때가 있으니, 모기를 마주할 때다. 몇 방 물려주는 거야 까짓 거 하겠는데 귓전을 맴돌며 왱왱거리는 소리는 내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동물은 생존에 유리하도록 진화한다던데 대체 얘들은 왜 이러나.
선풍기도, 반팔 옷도 집어넣은 지 오래이건만 여전히 우리 집에서 여름의 흔적을 드러내는 것이 있다. 바로 모기장. 이제 그만 접을까 하다가 한 주만, 딱 한 주만 더 하기를 수차례. 어라? 입동이 지나버렸다. 이제는 정말 접으려 했는데 주말 나들이에 밖에서 물리고 왔더니 또 망연자실. 집에서 물린 게 아니라 해도 그 녀석이 팔팔하게 건재하다는 증거를 보고야 만 것이다. 아이고야. 이러니 생활 위생 전문가가 썼다는 책이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PART2에 큰 관심이 있었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순서대로 읽었다. 덕분에 유익한 정보들을 듬뿍 얻었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의심스러웠던 부분들도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었다. 가령 꼭 락스가 아니어도 '일반적인 오염물' 청소는 샴푸나 주방 세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깨알 같은 정보는 무수히 많아서 유용하기 그지없다. 덕분에 쓰지 않은 지 오래되어 유통기한이 지났을 애물단지 린스에도 쓸모를 부여하게 됐다. 소량의 린스를 욕실 거울에 문지르고 닦아내면 얼룩도 잘 생기지 않고 김도 방지할 수 있다고.
도마도 플라스틱, 나무, 실리콘 등 각 소재에 맞는 살균법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고무장갑은 사용 후는 물론 사용 전에도 손을 씻어 위생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으니, 당연한 듯하지만 놓치기 쉬운 포인트여서 반갑기도 하다.
<아는 만큼 건강해지는 위생상식>이라는 제목에 딱 부합하는 책이기에 요약은 무의미하다고 보지만, 굳이 핵심적인 사항을 뽑자면 이 말이 빠지지 않을 듯하다.
"세균이나 벌레는 물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따라서 완벽하게 건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31)
냉장고에서도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저온은 세균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 외에도 세탁기, 에어컨, 건조기, 가습기 등 가전부터 조리도구의 사용법까지도 총망라되어 있다. 나를 위해 기록해 두자면 세탁조는 월 1회쯤 과탄산소다 두 컵을 넣고 온수로 1회 세탁하기. 에어컨 작동 후 5분가량은 환기시키기.
세균과 곰팡이는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수다. 그 첫 번째 시작은 적절한 환기. 이때 옷장과 싱크대, 창문과 욕실 문까지 모두 열어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새집이고 헌집이고 할 것 없이 나름의 문제점들을 갖고 있으니 무조건 잊지 말자. 하루 30분씩 환기!
새집 증후군을 피하기 위한 '베이크 아웃'은 나도 하면서도 정말 효과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조사 결과 유해 물질 저감에 효과가 있다고. 입주 15-30일 전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하니 여건이 허락한다면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나의 주적이 되어버린 모기 외에도 바퀴벌레와 개미, 집먼지진드기, 머릿니에 대한 해결책까지 나와 있다. 각 곤충들의 습성과 특징들을 하나하나 짚어본다는 것도 인상 깊다. 방충망 점검과 모기장 사용 등은 나도 이미 하고 있는 것이고 고인물을 완벽하게 제거한다는 것은 좀 난해하겠지만 역시 알찬 정보들이 함께 한다. 실내를 25도 이하, 습도 55%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도.
모기기피제는 거의 쓰지 않지만 언젠가 유용할 것 같아 기록해 둔다. 현재까지 4개 성분만 효력과 안전성이 인정되어 허가되었다고. IR3535, 디에칠톨루아미드, 이카리딘, 파라멘탄-3,8-디올. 그 외 성분으로만 이뤄져 있다면 현재 기준으로는 무허가 제품이라고 한다.
스마트폰과 키보드, 책에도 세균이 득실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도 한 번 더 각성했다. 외출 뒤엔 손을 씻는 것 못지않게 양치질 또한 위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를 하루 대여섯 번씩 닦을 수는 없겠지만 이런 사실들을 전혀 모를 때보다는 낫지 않을까.
각종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방법도 잘 나와 있다. 사용 용도에 따라서 환경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가 각각 관리하므로 좀 복잡하긴 하나, 그 체계를 거칠게나마 알아두는 것이 요긴할 듯하다.
한 마디로, 집이라는 공간을 쾌적하게 관리하는데 필요한 유용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책이다. 사람 사는 것이 다 제각각이지만 일정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재생산을 도모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으니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 펼쳐보면 좋을 듯하다. 굳이 아쉬운 것 한 가지를 꼽자면 '유모차'라는 표현 정도.
집에 오랜 시간 머무르지만 완벽하게 청결한 상태로 만드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 물론 능력도 없고. 살 만한 곳,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 곳이면 족하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책 읽는 내내 솟구친 것은 청소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이로써 나와 내 가족의 건강 증진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테니 반가운 일이 분명하다.
'해당 서평은 리뷰어로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