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고백 김동식 소설집 4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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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나는, 어떤 책들은 차마 펼쳐볼 용기를 내지 못한다. 혹시 실망할까봐, 실망했는데 어떤 이유들로 솔직하게 말할 수 없을까봐, 지레 겁먹고 펼쳐보지 못한다. 김동식의 소설 역시 그랬다. 

신간을 눈여겨 보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모르고 넘어갈 수 없을만큼, 성공적인 홍보였다. 한 번도 소설 창작을 배워보지 않았다는, 액세서리 공장에서 10여 년을 일했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고작 3년째라는 작가다. 그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써온 글들이 엮여, 책으로 출간됐다. 기존의 체제를 탈피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작가가 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데, 혹시 읽고나서 실망할까 걱정했다. 다행히, 실망은 없었다. 

읽기는 매우 쉽다. 문장은 단순하고 공백도 많으니, 가독성은 끝내준다. 그러나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책장을 넘기려다 말고 얼음. 몇번이고 그대로 멈췄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반복되는 것은, 부차적인 것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패기로 느껴질 정도다. 좋았으니 모든 것이 좋게 해석되는지도 모른다. 

벌써 다섯권의 소설집이 나왔다고 한다. 작가의 무서운 창작 속도를 생각하면, 그가 쓰는 시간보다 내가 읽는 시간이 더 걸리는 건 아닌가 순간 억울해질 정도다. 그러나 그가 쓰지 않았던 시간 동안에도, 분명 글들은 차곡차곡 응축되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시간을, 일상을, 나의 생을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뜬금없는 생각. 

<양심고백>은 짧은 단편 26개가 모인 소설집이다.
'인간 평점의 세상'은 금수저, 흙수저 운운하는 현 시대를 생각하게 하고, '톡 쏘는 맛'은 보다 복잡한 메시지를 던진다. 노동이란 무엇인지, 과연 우리는 노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묻는다.  '레버를 돌리는 인간들'과 '재능을 교환해주는 가게'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꼬집는다. 미래에 행복하겠다고 현재를 불행하게 만드는, 그것을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믿고 사는 것이 인간 아니던가. 

'단체 감옥'은 인간의 이기심과 존엄함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나라 유통업의 문제를 고발하는 '똑똑한 살인 청부업자’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물론 씁쓸한 웃음이다. 

'다시 시작', '말더듬이 소년의 꿈'은 부모들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너를 위한 것이라는, 이게 다 사랑이라는 말의 허상.

'대단한 빌머 이야기'에서는 한 문장에 꽂혔다.
"좋다. 너 자신이 그렇게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면, 한 가지 방법은 있지." (p272)
인간의 착각과 오만은, 나라는 사람의 최근 화두다. 

인간을 꼬집고, 대한민국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지만, 저자의 세계관을 벌써 단정지어선 안될 듯하다. '자살하러 가는 길에’의 대책없는 긍정성을 보자.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나온 다섯 권의 책은, 그 홍보 덕분에 큰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다음 책은 <회색인간>의 작가, 혹은 소설가 김동식으로 홍보되어도 충분할 듯하다. 장르적인 독특함도 좋았고, 기존의 체계와 동떨어진 작가의 탄생이라는 것도 신선했다.
물론, 그의 글이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아서, 그게 제일 좋았다. 작가의 계속되는 창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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