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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더 머니
존 피어슨 지음, 김예진 옮김 / 시공사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동명의 영화의 원작이다.
본인의 자산을 파악하기도 힘들만큼 부유했던 진 폴 게티라는 실제 인물이 있다.
책은, 그 스스로 왕조라고 불렀던 게티 일가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부의 시작은 진 폴 게티의 아버지 조지 프랭클린 게티로부터 시작한다.
조지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보험업으로 벌어들인 밑천으로 석유사업에 투자해 백만 장자가 되었다.
그런 그가 "모범적인 기독교인이 어떤 상을 받는지 묘사한 이야기책 같은 삶"(p34)을 산 것에 비해,
아들 진 폴 게티는 극단적으로 다른 삶을 택한다.
"돈은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도덕성을 완전히 날려버렸고, 돈 덕분에 폴은 사실상 이중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자신에게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삶이었다."(p57)
그는 마약을 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사생활을 갖는다.
이성에 대한 취향도 확고하다.
"청소년기를 갓 지난 젊은 아가씨들"(p62)을 좋아하는 진 폴.
"이 부분은 폴의 성적 취향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롤리타처럼 어린 님펫들을 좋아하는 취향은 이후 이 가족에게 다양한 드라마와 재앙을 가져다주게 된다. 결국 폴은 딸이나 다름없는 나이의 여자들과 다섯 번 결혼해 모조리 실패했다."(p62)
그의 경거망동에 대한 벌이었을까.
아버지 조지는 아들에게 유산을 거의 남기지 않았고, 저자는 진 폴의 돈에 대한 끝도 없는 탐욕이 여기서 출발했다고 보고 있다.
생존하는 미국인 중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불리기도 했던 진 폴 게티,
그러나 매일 택시비를 기록하고, 봉투와 고무줄을 재사용하는 등 사무용품과 난방비를 절약하던 사람.
자선사업 또한 그와는 무관하다.
"이토록 돈을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쉽게 낭비할 수 있단 말인가? 죽음이 다가오는 가운데 그가 어떻게 그 기쁨에 찬 물질을, 자신에게 불멸의 위대한 희망을 가져다준 그 물질을 함부로 낭비할 수 있단 말인가?"(p19)
그의 가족들의 말 많고 탈 많은 삶이 이 책 속에 펼쳐진다.
아들의 이탈리아 마피아에 의한 납치 사건에 진 폴 게티가 대처한 방식도, 한 축을 담당한다.
1980년대의 한 기자는 게티라는 이름이 "가족기능장애라는 단어와 동의어"(pp26-27)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저자의 시각은 곳곳에 드러난다.
"게티 가문의 재산에 관해 밝혀지지 않은 가장 큰 수수께끼는 어째서 그것 때문에 수혜자들이 그토록 고통을 받았는가에 있다."(p26)
"폴이 사업가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지닌 특수성은 여기서 드러난다. 그 어떤 정의에서도 결국 폴은 욕심 많고 비정한 천재 사업가이면서 감정적으로는 섹스에 굶주린 청소년 수준에 불과한, 기괴한 혼종이고 괴짜였다."(p77)
책은 돈이 불러들인 이 난장을 지루하리만큼 성실하게 풀어 나가는데,
이 지루한 화법이 작가의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묘하다.
그게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와 지리멸렬함을 참아내면서도 끝까지 읽어내게 한다.
성실한 연대기, 흔한 교훈, 지루함, 그런데도 묘하게 인내심을 자극해 끝까지 읽게 하는 것.
그 조합이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