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된 희망
폴리 토인비 지음, 이창신 옮김 / 개마고원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제러미 레프킨의 노동의 종말에서는 지식노동자와 육체 노동자의 지난 100년간의 임금 상승의 수배차이를 설명하며, 자본과 육체 노동의 가치 상승의 차이가 무려 10배 이상이나 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의 저널리스트로 빈민 생활을 체험하며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이 우리 나라에 소개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많은  사회복지정책 부분이 영국식을 따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제시하고 있는 점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활상과 노동현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 그리고 현실적인 대안을 지목하고 있다.

 

 오늘날 대다수의 기업들이 노동력의 유연성과 강성한 노조에 맞서는 정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정규직 노동자를 전환하는 일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전 같으면 노조가 이와 같은 관이나 사측의 정책에 적극 대응하였겠지만 이제는 '국가' 와 '회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특히 전세계적인 공황과 얼마전의 IMF 경험은 차라리 '최저임금'이라도 받는 것이 낫다는 것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려질 수 있는 원인이 되었다.

 

저자는 현시대에서는 '교육'외에는 계층 상승의 다른 통로는 이제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는 모두 봉쇄되어버렸다. 선택의 범위가 넓을수록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반대로 선택의 범위가 좁을수록, 즉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나 갈 수 있는 장소나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기회 또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면 삶은 비참해진다. 부가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풍요로움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을 그 풍요에서 차단되어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사람이 삶에 만족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빈곤감은 상대적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동자의 '교육'이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적 빈곤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육'을 위한 시간에 노동자는 또다른 비정규직 일자리를 구해서 그 허탈감을 채워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영국의 경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2~3개의 일을 하루 종일 하는 경우가 극빈자 계층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는 극빈자 입장에서 당장에 조금 더 많은 수입을 가져오겠지만 이들이 최저임금수준이나 열악한 수준에서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일조하는 것임을 알지는 못할 것이다.

 더욱이 교육을 통한 지식이나 기술 습득 시간 자체가 사라지게 되버려서 '가난'의 굴레를 벗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기업 역시 이런 노동자들의 심리를 악용하여 '노동조건개선'이나 '임금상승'에 대해서는 노동력 수급의 시장원리를 주장하며 방관하는 면이 없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저자는 직접10개가 넘는 비정규직 저임금의 일을 체험하면서 실랄하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의 정책과 인력 수급의 프로세스를 비판한다.

 

 책을 통해 정리된 생각은  순환되는 경제 위축 및 물가 불안에 대해서의 대책을 최저임금의 수준과 결부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사회 상위 계층의 고소득자들이 더 많은 부담을 해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상 어려운 사람들의 살림살이에서 더 쪼개서 희생을 해야한다는 사고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국가주의 및 가진 자의 교묘한 논리에 '속았다'라는 생각도 들게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IMF때 부자들은 저가의 '기업'이나 '부동산'을 매각할때 대다수의 중산층 이하의 국민들은 금모으기나 저축 또는 임금 동결로 희생하였다는 사실이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이후 경기가 회복되었을때에는 그 만큼의 임금상승이나 보상은 거의 전무한 반면, 헐값으로 부동산과 기업을 사냥하듯 집어챙겼던 이들은 수백 수천배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라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있는 자는 가난한 자를 위해 '삶의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희망을 거세해 버려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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