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형 평전 역사 인물 찾기 5
이기형 지음 / 실천문학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역사에서 만일이란 없지만,

 민족의 위대한 지도자 한 사람이 암살되지 않았다면이란 생각을 이 책을 볼때면 어김없이 생각난다.

 여운형 선생님 같은 분을 오래도록 찾던 끝에 3년전 한 신문기사를 통해서 접하였고, 도서관을 뒤져서 평전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토록 갈구하던 존경할하고 자랑할만한 민족지도자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평전을 읽다보면 인생을 어쩜 그렇게 거침없이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다.

 많은 지도자 유형이 있지만, 이 분과 같은 경우는 매우 드문것이 사실이다.

 싫고 좋음에 관해서는 매우 분명하지만, 대의를 위해서는 자신의 몫을 쉽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이 그 첫째이다.

 둘째로는 환경이나 상황에 의해 자신의 의지나 목표를 변경하거나 굴하지 않고 소신껏 진행해나간다는 점이다.

 셋째는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동화시켜버리는 인품과 웅변력을 가지고 있다.

 

 저물어가는 왕조의 끝자락에서 식민통치 그리고 해방, 미군정 시대라는 정말이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카멜레온' 처럼 순간순간 색깔을 변해갈때 자신의 색을 꿋꿋하게 지켜간다. 변한 사람들은 앞다퉈 변하지 않음에 '비난'과 '조롱'하지만 주자유객문을 들며 유연하게 대처한다.

 

人我人我不喜
人我不人我不怒
我人人我不人我人
我不人人我人我不人
欲知我人不人
我人我不人 人之人不人

뜻은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하여도 내가 기뻐할 바 아니요,
사람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 하여도 내가 노여워할 바 아니니라.
내가 사람이면 사람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 하여도 내가 사람이요,
내가 사람이 아니면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하여도 내가 사람이 아니니라.
내가 사람이냐 아니냐를 알고자 할진대
나를 사람이다 아니다 하는 사람이 사람이냐 아니냐를 알아보도록 하라

 

여운형 선생님의 깊은 지식과 탁월한 식견은 각 조직체를 결성할때마다 매우 돋보이는데 그 중 조선인민공화국의 시정방침 내용중 7. 18세 이상 남녀 인민의 선거권의 향유 9. 부인의 완전한 해방과 남녀동권. 10. 8시간 노동제 실시. 11. 최저임금제확립. 등은 현재도 국내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거나 얼마전 개정되었던 조항들이라는 점이 잘 나타낸다.

 

 여운형 선생님은

 '臨淵羨魚不如退而結網(임연선어불여퇴이결망)'이라는 한시를 보며 '준비'의 중요성을 되새기곤 하였다. 독립준비의 중요성, 독립이후의 정부 수립 준비의 중요성등을 강조하시며 언제 어디서나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찾아 몸소 실천하였다. 무엇보다 우리 20대 청년들의 '준비'를 늘 역설하시곤 하였다. 그래서 늘 '운동'과 '독서'를 청년들에게 강조하셨고 그것만이 개인의 발전과 동시에 나라의 발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1947 년 7월 19일 피격살해 당하시는 그 날까지도 개인의 안위보다는 나라의 운명에 대해 더 걱정하셨고 더 노력하셨다. 여전히 좌익 공산주의자로 알고 있는 대다수의 후세사람들을 보고 있느라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 생각하지만, 살아계셨다면 아마도 '주자유객문'을 들며 호탕하게 웃음지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세기 대한민국 유사이래 보기 드문 '지도자' 한분이 너무 허무하게 마감하셨지만, 역사는 선생님의 사인이 풀리지 않은 것처럼 친일파와 함께 미완의 상태로 남겨져있다. 그것을 풀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이며, 그러기 위해서 역사 앞에 당당한 청년이어야 하겠다.

 

 책의 저자인 이기형 선생 역시 독립운동을 위해 애쓰셨으나 여운형 선생님의 서거 이후 칩거한뒤 30여년 이후에야 비로소 다시 문인으로서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독립운동에 참여하였던 주요인물과 친일파, 변절자 등에 대해서도 그 이름 하나 하나를 열거하였으며, 해방 이후 복잡한 세계정세와 국내정치환경속에서의 '암투' 및 '정치 추태'에 대해서도 다뤄놓았다.

 물론,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서나 익히 알고 있던 점들과 정면 반대되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승만이나 김구에 대한 평가, 미군정에 대한 평가 등은 저자가 이야기하듯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역사적 재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다.

 

- 선생님이 한자도 빼지 않고 암송하셨던 민영환의 유서이다. 무엇이 이 분을 죽음에서도 의연해 질 수 있게했으며, 이 죽음이 과연 헛되지 않으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겠는가?

 

 아아, 나라와 국민의 치욕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우리 국민은 향차 생존경쟁의 속에서 전멸한 것이런가?

그러나 살려고 하는 자는 반드시 죽게 되고 죽음을 기하는 자는 살아나갈 길이 필연코 있을 것이니,

국민 여러분이 이 이치에 어두우리까. 영환 이 몸이 죽음으로써 황은에 보답하고 이천만 형제 동포 여러분께 사죄하나니,

영환 이 몸이 죽는다 하나 영혼은 살아 있어 반드시 국민 제군을 지하에서 도울 것이다. 

동포 형제는 더욱 분려하여 지기를 굳게 하고 학술을 닦아 마음과 힘을 합하여서 다시금 우리의 자유 독립을 찾을진대,

죽은 이 몸도 저 세상에서 기쁨을 금치 못하리라,

 아아 동포여 조금도 실망을 말지어다. 이에 우리 대한제국 이천만 동포 앞에 결별을 고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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