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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여인 - Mystery Best 2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독자가 품게 되는 의문은 대개 두 가지일 것이다. 범인과 범행 동기에 관한 것이 그 하나요, 범행 수법에 대한 것이 나머지 하나. 『환상의 여인』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그 구성의 특성상 나의 관심은 아무래도 두 번 째 질문 – 즉, 분명히 존재했던 한 여인이 대체 어떻게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릴 수 있었는지 – 에 집중돼 있었다.
마침내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는, 아쉽게도, 두 번째 질문보다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보다 그럴듯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책의 창의적인 포석과 박력 있는 중반 전투는, 위와 같은 끝내기의 미흡함을 충분히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 만큼 재미있다. 특히 주인공 핸더슨을 일찌감치 감옥에 가두어 두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사형 집행일을 이용해 조여 가는 전개 방식이 대단한데, 집행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그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결말을 미리 들추어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것은 아마 나만의 경험은 아닐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