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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고발 - 착한 남자, 안전한 결혼, 나쁜 가부장제
사월날씨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평점 :
어떤 존재가 며느리라는 상자에 우겨넣어진 후 느낀 점을 쓴예민하고 솔직한 글이다. 이제는 많이 나왔다고 해도, 이런 글이 더이상 필요 없을 정도로 충분히 나오진 않은 것 같다.
작가는 너무 사랑스러워 뽀뽀를 퍼붓고 싶은 배우자와, 헤어지는 시간이 싫어서 결혼했지만 많은 기혼자들이 고하듯 ‘결혼은 둘이 합치는 것이 아니라 양가 집안이 합치는 것’이었고 실은 시집 어르신들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욕을 먹는 이상한 위치에 배치된다.
결혼하는 이들은 사실 결혼 자체를 대부분 무척 행복한 일로 여기며, 새로 맞는 가족들에게 환영과 사랑을 받길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며느리는 괜히 시집 부엌에서 얼쩡대며 할일을 찾아 눈치를 보는 “며느라기” 시절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며느리가 기대했던 사랑과 환영, 관심은 커녕 어느새 ‘음식, 설거지, 김장, 아이 출산’이란 과업만 짊어지고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하는 순간이 온다. 시부모와 며느리네의 관계는 이 며느라기 시절에 시부모의 언행과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 (보통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와라 가라 전화해라 들른다 등의 말을 하진 않으므로)
모든 사람은 실리에 따라 움직인다. 그것엔 ‘왜’ 내가 이것을 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전통, 기존의 방식 등에 대해서도 ‘왜’ 그래야 하는지 질문을 날려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며 며느리 혹은 아내가 ‘왜’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묻는다. 어떤 고통의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고통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예민함’이 필요하고 ‘왜’ 그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지 물어야 하며 다른 방법은 안되는지 연구해 봐야 한다. 작가는 그가 느끼는 모든 문제들에 이 방법을 사용하고, 새로운 방법은 왜 안되는지 반문한다.
많은 이들이 결혼, 며느리라는 같은 상황에 처하지만 느끼는 바는 모두 다를 것이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며, 그 다른 포인트에서 독자는 자신의 언어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글로 드러남으로서 연대할 수 있다. 이런 글은 계속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