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채도운 지음 / 삶의직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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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금요일이 언제 적 말이었는지, 이젠 가물가물합니다.

요즘도 다들 불금 보내시나요?

저는 불금을 기념하기 위해, 혼자 소소하게 맛난 걸 먹으며 보내봅니다.

아무것도 안 하기엔 아쉬운 금요일인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강낭콩, 작가 채도운 소설입니다.




강낭콩의 저자 채도운 작가의 저서로는 <엄마는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 <나는 계속 이 공간을 유지할 운명이었나 봐요>를 썼습니다.

또한 작가는 동네 서점 보틀 북스를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강낭콩은 총 2개의 단편 소설들로 엮여 있습니다.

강낭콩이 제목답게, 강낭콩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결혼 전의 임신은 사고를 친 것이지

태아를 품고 있는 숭고한 행위가 아니었다.

혼전임신이라는 단어 자체에 이미 부정한 것이 묻어 있다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결혼 전에 임신한 사실이

어딘가 모욕스럽고 치욕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다.

출처 강낭콩 26페이지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을 앞둔 중요한 시험날, 솔아는 직장을 퇴사하게 됩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혼전임신으로 인해, 그녀의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그녀의 갑작스러운 퇴사에 사유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솔직한 퇴사 사유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스물다섯 살 솔아의 혼전임신은, 단지 앞에 "혼전"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 하나만으로, 그녀의 임신은 축복이 아닌 불행으로 다가왔습니다.

솔아 또한 자신에게 찾아온 생명이 갑작스러웠습니다.


저는 진료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간이 탈의실에서

스타킹을 벗고, 스커트도 벗고, 팬티도, 브래지어도 벗었어요.

말 그대로 발가벗고 나갔어요.

그것도 몰랐냐고 말하지 마요.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출처 강낭콩 35페이지


솔아는 임신 테스트기로 두 줄로 임신 확인을 했지만, 기계 오류일 수도 있다고 믿으며 산부인과로 향합니다.

산부인과가 난생처음이었고, 혼자 방문한 터라 물어볼 사람도 없었던 그녀는 탈의 후 알몸으로 진료실로 나갑니다.

이 부분을 보고, 솔아가 너무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크게 웃었습니다.

산부인과에 진료를 보러 가면, 정말 민망합니다. 의자에 누워 다리를 벌리고 누울 때면, 그렇게 민망할 수가 없어요. 오히려 여자 선생님이 있으시면 덜 할 텐데, 제가 있는 지역에는 여자 선생님이 많이 드물어서 간혹 산부인과에 진료 보러 갈 때면 남자 선생님이라, 항상 민망함을 껴안고 가곤 합니다.

그렇기에 모든 게 처음인 솔아가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임신 확정을 받고, 아이는 2센티 정도의 크기라고 설명을 받습니다.

손가락으로 간격을 표현해 보니, 2센티는 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솔아는 본인이 어른인 줄 알았으나, 임신이라는 큰일을 앞에 두고 나니, 본인이 아직 어른의 손이 필요한 어린아이라는 걸 경험하게 됩니다.


사고 친 솔아가 아닌, 순진한 '김솔아'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출처 강낭콩 41페이지


순진한 김솔아로 돌아가기 위해, 솔아는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녀가 어떤 결심을 했는지는 강낭콩 소설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강낭콩 속 두 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식물뿌리입니다.


진석은 식물인간이다. 이 말은 선고다.

당신은 이제 사람이 아니라는 선고 말이다.

사회적 쓸모를 증명할 수 없으며, 인간으로서의 사고도

할 수 없는 진석을 분명하게도 사회에서는 식물이라고 분류했다.

출처 강낭콩 62페이지



지영은 식물인간인 아버지를 7년째 돌보고 있습니다. 엄마와 교대로 아빠를 돌보는 지영은 반드시 정시에 출퇴근을 해야 했습니다. 7년 동안 이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그녀를 원하는 팀은 없었고, 정규직 전환 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하는 결과가 벌어졌습니다.


"네 아빠는 진즉 어디론가 가 버리고 없었는데,

괜한 미련으로 너만 힘들게 했구나."

미선은 누워 있는 진석을 천천히 바라보았던 때를 떠올렸다.

한때는 미선의 남편이었고, 지영의 아빠였던 진석은 어디로 갔을까."

출처 강낭콩 79페이지


건강한 몸이 유일한 재산이었던 진석이 불운의 사고로 한순간에 식물인간이 되자, 미선은 자신에게 불운이 왔을 때 홀로 남을 지영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영이 홀로 남아 진석을 돌볼 게 걱정이 되었던 미선은 지영을 위해서 마지막 유산을 신청합니다. 바로 진석의 연명치료거부서였습니다.


"불행을 벗 삼아 살자, 엄마.

불행을 벗 삼아 살자, 지영은 또다시 말했다.

미선을 향해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이 말은 지영이

자기 귀에 들리도록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출처 강낭콩 90페이지



불행을 벗 살아 살자는 말이 나오기까지 지영이 얼마나 많은 아픔을 이겨내야 했을지 모릅니다.

진석이 의식이 없는 7년의 기간 동안, 지영은 진석과의 추억을 대가를 지불하여 버텨갔습니다.

추억할 거리가 떨어진 그에게 앞으로 무엇으로 비용을 지불 받아야 할까요

아기를 강낭콩에 비유하고, 식물인간을 식물뿌리에 비유한 강낭콩 책은,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합니다.


"강낭콩, 강낭콩을 심고 왔어요."

출처 54페이지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찾아오지 않아 슬퍼하는 부모가 있는데, 엄마 배에 축복처럼 찾아와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책임을 져야 하는 부모들인데, 목숨을 잃게 되는 건 강낭콩들입니다.

우리의 강낭콩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줘야 합니다.

또한, 이파리가 죽은 식물도, 우리가 뿌리를 뽑아줘야 하는 것처럼

식물인간 상태가 되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각자의 선택은 다르겠지만, 우리 불행을 벗 삼아 살아가기로 해요.

이상, 소설 강낭콩, 출판사 삶의 직조 서평을 마칩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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