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ㅣ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어른이 되고서도 멈추지 않는 고민은 바로 '나다움'이다.
어릴 때는 경험이 부족해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면,
어른이 되고 보니 나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볼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루호'가 자기의 모습을 긍정하고 자기다움을 탐색해가는 과정에 흠뻑 빠질 수 있던 연유도
어쩌면 그 모습이 어린 시절의 내가,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원하던 모습이었기 때문일까?
<루호>는 사람으로 변신하여 사람과 섞여 살아가는 호랑이들이 있다는 것을 기본 설정으로 한다.
산에 살던 호랑이들이 사람에 쫓기는 바람에 생존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호랑이들 중 일부는 사람으로 변신하여 살아가는 선택을 하게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이 '루호'의 자아탐색과 결부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또한 이야기에서 사람과 뒤섞여 살고 있는 호랑이들을 쫓고 있는 사냥꾼이 등장하여 긴장감을 높인다.
'루호'가 살던 동네에 이사온 지아와 승재, 그리고 그들의 아빠 '강태'가 바로 그 사냥꾼이다.
사람으로 변신하여 살아가는 호랑이가 있다고 굳게 믿고, 구별할 수 있다고 믿는 '강태'가
'루호'와 대립각을 이루며 긴박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간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했어. 용기를 내어 어떻게 살지 결정한 거야.
우리 자신을 만드는 건 바로 그런 선택들이야."(67쪽)
우리가 보통 선택을 주저하게 되는 것은
내가 하나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나머지 길은 영락없이 지워지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호>를 읽다보면 선택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품고 있는 하나의 길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선택한 길을 걸으며 만날 수 있는 후회들마저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듯 보이는 '루호'의 그 모습은
참으로 마음을 벅차게 했다.
'루호'가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어쩌면 ‘나다움’이란 이미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 선택을 통해 조금씩 빚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루호'가 그랬듯, 두려움 속에서도 스스로의 길을 고르며 그 길을 걸어감으로써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루호 #채은하 #오승민 #창비 #창비좋은어린이책 #고학년동화책 #판타지동화책 #나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