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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탉의 비밀 기지 ㅣ 문지아이들 181
주미경 지음, 정진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평점 :
서평단을 신청하여 책을 증정받아 읽게 되었다.
제목과 표지를 보았을 땐 아이들 사이의 우정을 다룬 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큰 틀에서 이 책은 '친구', '우정'을 이야기하는 책은 맞지만, 죽음과 같은 상실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그 때 필요한 인간적인 위로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조용한 오리인 용진이와 시끄러운 수탉인 주탁이는 주탁이의 주도로 '오탉의 비밀 기지'라는 이름을 붙여 아지트를 만들며 우정을 쌓아간다.
용진이와 주탁이 사이에 깡패곰 해이가 들어서는데, 주탁이의 외사랑으로 이들 관계의 흐름도 귀여웠다.
"가끔 그냥 화가 나요.
나한테 화가 난 건지, 엄마 아빠한테 화가 난 건지 모르겠어요.
맘속에서 막 열이 나요.
그럴 땐 나쁜 짓을 하고 싶어져요."(p.83)
해이의 목소리를 읽으며 어린이들의 마음을 어린이들의 눈높이로 들여다보기도 했다.
동화책을 읽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했냐고 묻기 전에, 그럴 수 밖에 없던 아이들의 목소리를 떠올려 보는 것이다.
용진이와 주탁이가 빗길을 걸으며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던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자꾸 났다.
먼저 들어봐주지 않아서 미안하다는 주탁이의 마음과자신의 슬픔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용진이의 마음이 서로를 보듬는 것 같았다.
"달아난 슬픔은 다시 돌아올까. 그럴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p.107)
주탁이의 말대로 달아난 슬픔은 언제 달아났냐는 듯 다시 용진이를 덮칠 것이다.
그래도 그 슬픔을 다독여줄 주탁이가 있을 것이기에 용진이는 지금처럼 천천히 걸어나갈 것이다.
동화책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하고도 단단한 위로가 꽤나 기억에 남을 듯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