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오는 날 바람그림책 162
오쿠야마 유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디스쿨 서평단에 신청하여 책을 증정받아 읽게 되었다.

다소 결연한 표정으로 부는 바람을 가르며 숲을 걸어가는 곰이 참 귀엽다. 두 손에 야무지게 채와 양동이까지 쥔 거 보니 목적이 명확한 걸음이다.


그러나 이 아기곰은 귀여운 생김새와는 달리 만만치 않은 구석이 많다. 남의 집 빨래를 엉망으로 구겨 놓기도, 남의 양동이를 걷어차기도, 마음에 안들면 장소가 어디든 상관 없이 고래고래 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당연히 이를 좋게 여기는 사람들은 없다.


태풍이 올 거니 밖에 절대 나오면 안된다고 말한 미키 아저씨의 말에도 아기곰은 밖을 나섰고, 작은 몸집으로 태풍 앞에서 허우적 거린다. 태풍이 올 것을 알면서도 밖에 나간 것은 아기곰의 호기심일지도, 객기일지도 모르지만, 아기곰만이 알고 있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미키 아저씨는 온몸으로 태풍을 맞고 있는 아기곰을 구해 집으로 데려왔고, 거센 태풍 소리를 들으며 둘은 함께 잠에 든다. 아기곰을 향한 미키아저씨의 마음을 보여주듯, 방 안에 켜둔 작은 전등 하나가 방 전체를 따뜻하게 감싼다.


태풍이 온 다음날 아침, 아기곰은 훌쩍 사라져 있었고, 미키 아저씨가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아기 곰이 놓고 간 선물이 문앞에 놓여 있었다. 서툰 표현으로나마 최선을 다해 고마운 메시지를 전달한 아기곰이다.


누가 이 책을 읽냐에 따라 누군가는 나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는 내 아이의 모습을, 누군가는 내 학생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혹은 전부 겹쳐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제멋대로이고 말썽꾸러기처럼 보이는 아기곰에게는 그 어떤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표현하는 것이 서툰 것은 아직 '아기'곰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아기 곰의 마음을 녹이는 건 결국 미키 아저씨의 '다정함'이었다.


태풍도 이겨낸 다정함의 힘을 되새기며 나 자신을 다정한 눈빛으로 보듬고, 내 아이와 학생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보고자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