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가든
한윤섭 지음, 김동성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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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주니어 서평단을 신청하여 책을 증정받아 읽게 되었다. 김동성 작가가 그림을 그린 이 책은 표지도 삽화도 너무 아름다운 책이다. 여기에 더해 한윤섭 작가의 몰입감 있는 글들까지 더해지니 책을 읽으면서 참 행복했다.


이 책은 '숲속 가든', '이야기의 동굴', '잠에서 깨면', '비단엉어 준오씨'의 총 4개의 단편글로 이루어져 있다.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의 반짝임을 글로 쓰는 것이 단편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런 단편의 매력을 십분 살린 책이었다.


1. 숲속 가든


"단순히 병아리 한 마리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생명 같은, 그러니까 살아 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랄까."(p.26)


작은 생명체를 손 안에 품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구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돼지갈비 전문점에서 토종닭 메뉴로 바뀐 숲속 가든에서 느껴지는 지극히 평범하지만서도 기이한 불편함이 살아 숨쉬는 구절이기도 했다.


2. 이야기의 동굴


요즘 아이에게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가 원하는 단어들을 등장인물로 둔갑시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욱 몰입되었던 단편이다.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있다. 나무와 풀, 모래까지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p.56)


3. 잠에서 깨면


치매에 대해 이야기하는 단편이었다. 기억을 잃어가기 때문에 기억을 거슬러 어린 정아가 된 할머니의 모습에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할머니가 들고 있던 사진 속 정아가 너무 해맑게 웃고 있어서 어린 정아가 되어버린 할머니의 마음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가보다 하는 안도와, 어린 정아에서 현실로 잠시 돌아왔을 때 죽음을 무게감 없이 수용하는 초연한 할머니의 모습의 슬픔 말이다.


4. 비단잉어 준오씨


"사람들은 자신들이 물고기 먹이를 뿌리면, 수백 마리의 비단잉어들이 서로 먹으려 싸운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생각해 봐. 사람이건 물고기건 약하고 강한 것들이 함께 섞여서 살아. 사람들의 생각대로 불규칙하게 주는 먹이를 서로 먹겠다고 매일 싸운다면 물속의 질서가 엉망이 될 거야.(p.105)


마지막 '비단잉어 준오씨'는 첫 단편 글이었던 '숲속 가든'과 수미상관의 느낌이 나는 글이기도 했다. 일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소재에서 출발하여 그 '평범함'에 담겨 있는 '기이한 불편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연못가에 놀러가서 물고기 먹이를 줄 때면 한꺼번에 몰려드는 물고기를 보면서 난 얼마나 우쭐했던가.


단편은 분량은 짧지만 그 짧은 분량 안에 많은 생각들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어 읽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든다.이 <숲속 가든>을 읽을 때도 그러했다. 단편 하나를 읽고 나면 잠시 숨고르기가 필요했다. 하나하나 천천히 글을 곱씹었더니 글의 향취가 입 안을 가득 메웠던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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