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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블의 소녀 - 제1회 위즈덤하우스판타지문학상 수상작 ㅣ 텍스트T 13
전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무르시블의 소녀> 서포터즈를 신청하여 책을 증정받아 읽게 되었다. 제목에서부터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이 풍겨져 나오는데, 표지가 책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제 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청소년부문 우수상' 마크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잠자는 동안 우리 영혼은 무르시블에 있다"고 시작하는 이 책은 꿈 속 세계인 무르시블과 현실을 넘나들며 펼쳐가는 판타지 소설이다. '무르시블' 세계관 때문에 '판타지' 소설이 붙긴 하지만, 현실에서의 상처와 아픔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어서 마냥 판타지로만 느껴지진 않았다.
"의미를 따지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한 일이예요. 폐하 자체가 이미 온 세상의 의미니까요. 어느 곳에 계시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p.93)
의미가 있어서 나의 삶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내가 숨쉬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오히려 삶의 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청소년 시기에는 나 또한 나에게 닥친 모든 시간들에서 의미를 찾게 되곤 했다. 찾지 못할 때 느꼈던 좌절과 미물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지는 초라함을 반복하여 느꼈던 시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현실을 파괴하면서까지 계속 꿈을 파고드는 드리머들도 있다고 말하는 헤브론의 말이 마치 어린 시절의 내 모습 그리고 요즘 접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가슴 아팠다.
"아무도 널 해칠 수 없는 깊은 꿈 속에 있고 싶겠지만, 넌 잠드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태어난 존재야." (p.256)
<무르시블의 소녀>가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세계관을 펼쳐내며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결국 '삶'이다. 현실의 무의미함 속에서 버둥대며 의미를 찾아가는 삶도, 보잘 것 없는 현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채 짓눌려버리는 삶도 살아가는 것이든 살아내는 것이든 어쨌든 그 모든 것이 '삶'이기에 내가 찾을 수 없는 삶의 이유, 삶의 의미에 매달리기보다는 삶의 방향을 직접 정하고, 운전대를 직접 잡으며 나아가보는 것, 그것의 찬란함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내 삶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살아 있음'이 주는 충만함을 맘껏 누리는 삶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