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을 누가 찼을까 별숲 동화 마을 61
유순희 지음, 이해정 그림 / 별숲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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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숲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게되었다.

표지 속 5명의 남자 아이, 그리고 축구공과 깨진 티비,

'축구공을 누가 찼을까'라는 제목까지.

표지 속에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다분하다.


주요 등장 인물은 태웅, 우진, 도연, 주원, 현이로,

다섯 명의 아이들이 교실에서 축구공을 찼고,

그 공이 교실 모니터를 깬 바람에 사건이 시작된다.

사건은 벌어졌고, 모두 자기가 한 짓은 아니라고 부인하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과연 '축구공을 누가 찼을까?'라고 물음을 던지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이야기는 '누가 축구공을 찼는지'가 아니라

'누구'의 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결국 작가가 들여다보는 건 사건의 전말이 아닌,

사건의 중심에 있는 아이들의 삶이다.

"니는 언제 행복하냐니까?"

할머니가 또 물었다. 자꾸 물으니까 생각해 보았다.

'행복한가? 언제 행복하지?'

생각하다 보니 깨달았다. 한 번도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는 걸.

<누가 축구공을 찼을까>, p.91

삶에 정적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세상이 정지된 듯 고요하여 나의 내면을 자꾸 들여다 보게 되는 순간.

아이들에게도 그런 순간은 찾아온다.


혼자서만 잘할 수 없는 스포츠,

나의 성취가 팀의 승리로 반드시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는 스포츠,

축구를 통해 남자 아이들의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는 부분들도 인상적이었다.

패스는 마음의 거리와도 관계가 있다.

마음이 먼 상대에게는 공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태웅이도 우진이도 아직 마음의 거리를 좁힐 생각이 없었다.

<누가 축구공을 찼을까>, p.109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가장 마음에 많이 남았던 장면은 바로 이 부분이다.

아이들이 다같이 축구 연습을 하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오더니 비가 쏟아진다.

갑작스런 위험이나 불행은 엄마, 아빠가 막아줄 거라고 막연히 믿어 왔는데

갑자기 내린 비에 속수무책이 된 우진이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함께 비를 맞는 아이들을 보며 편안해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심리를 하나의 장면으로 잘 나타낸 부분인 것 같아 참 인상적이었다.

'축구공은 누가 찼을까?'라는 호기심에 책장을 넘겼지만

계속 읽다보면 그 호기심은 뒷전이 되고

아이들의 삶과 우정을 응원하게 된다.

여자 아이들의 관계 문제, 미묘한 심리를 다룬 글은 종종 봤지만

남자 아이들 사이에서의 관계 문제를 다룬 글은 잘 보지 못해

이 책이 더 재밌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누가 찼어요?'라는 질문을 계속할 게 분명하지만

그와중에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하며 읽어볼만한 소재인 거 같아

아이들에게 꼭 읽어줄 책으로 따로 기록해 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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