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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해피엔딩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애착을 갖고 있는 물건이 하나씩은 있다. 책 속 인물인 소미처럼 그 물건이 '인형'일 수도 있고, 책 속 할머니처럼 '오래된 전축'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은 사람들의 애착 물건으로부터 출발점을 갖는다. '나의 애착 물건이 사실은 숨을 쉬고 있었고, 나에게 꾸준히 말을 걸고, 나를 도와주고 있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소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7개의 챕터로 이뤄졌는데, 각 챕터별 에피소드가 진행되지만 소미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뤄 각 에피소드들과 에피소드들 속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띤다. '애착 물건이 말을 한다'는 설정이 뜬구름 잡는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고, 그 시간들 속에 찾아온 기쁨과 슬픔 모두 그 물건과 나눠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소설 속 설정이 마냥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네가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 중에는 가끔 사람의 마음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들이 있어.
<두 번째는 헤피엔딩>, p.154
네가 어떤 존재에게 아낌없이 마음을 주면, 그리고 운 좋게 그 녀석들에게 힘이 있다면, 숨을 쉬면서 존재하기 시작하지.
<두 번째는 해피엔딩>, p. 229
소미는 자신의 삶에 찾아온 불행을 곰이의 도움으로 극복해낸다. 과거를 끊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자체가 우리의 현실적 삶에서 참 어렵기 때문에 어쩌면 작가는 소설 속에서 판타지로써 그 과정을 그려냈는지도 모른다. 곰이의 선택이 소미에게 정말 옳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과거를 뒤로하고 자신의 새로운 두 번째 삶을 향해 발을 내딛은 그녀에게 무한의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녀의 소원은 간단했다.
'과거를 끊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나는 그것을 이루어 주기 위해 온 힘을 다했고, 이루어 냈다.
<두 번째는 해피엔딩>, p.327
더불어 이 책에는 소미와 곰이 말고도 우신과 민호라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스핀오프로 좀 더 길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약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